스포츠 도박국 부상…음지의 불법 베팅 31조 ‘눈덩이’

스포츠 도박국 가나…음지의 불법 베팅 31조 ‘눈덩이’
5년만에 18조 급팽창 국민도박 독버섯…전문가 “합법화 후 단속·처벌 강화”

김도현 기자(dhkim@skyedaily.com)

기사입력 2015-05-28 17:19:23

스포츠도박 혹은 스포츠갬블의 하나인 ‘토토칼초’는 지난 1921년 영국에서 시작됐다. 이후 전 유럽에 점차 퍼져가기 시작한 토토칼초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급격히 유행했다. 오늘날 이를 공인하는 나라만 16개국에 이를 정도다. 우리나라에는 지난 2001년 ‘스포츠토토’란 이름으로 도입됐다. 축구, 농구, 야구 등 스포츠경기의 결과를 예측해 배팅하고 순위별로 환급금을 받게 되는 것이다. 게임당 1000원, 1회 투표금액은 10만원 이하로 제한했다. 매출액의 50%는 당첨금으로 지급되며 25%는 위탁사업자의 몫이 된다. 나머지 25%는 체육진흥기금으로 사용된다. 이는 시간이 흐르며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지만 부작용도 야기했다. 불법 사설 스포츠도박 사이트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긴 것이다. 사법 당국에 따르면 지난 2006년 불법 사설 스포츠도박으로 최초의 피의자가 나온 이래 지난 2013년 적발실적은 무려 696건 1393건에 이르렀을 정도다. 정부가 추산하는 국내 불법 도박시장은 100조원에 육박한다. 이 중 불법스포츠 도박시장 규모는 31조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 2009년 이래 전체 불법 도박시장은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유독 불법 스포츠도박만은 계속 늘고 있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로 꼽히고 있다. 업계는 이 같은 정부의 추산보다 실제 시장규모가 더욱 클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단속’보다 왜 사람들이 불법사이트에 접속하는지에 대한 실태파악과 이를 중심으로 개선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정부의 독점운영 형태가 그 원인이 될 수도 있음을 지적했다. 차라리 사행산업의 시장이 점차 커지는 것을 대비해 사설 스포츠도박 사이트를 허가하고 이를 통한 세수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사설 불법 스포츠도박의 실태와 그 원인 및 대책 등에 대해 진단해봤다.

▲ 전문가들은 불법 사설 스포츠도박 사이트의 이용자가 폭증하는 것을 두고 정부 공식 스포츠 베팅 창구 역할을 하는 주식회사 스포츠토토와 주식회사 스포츠토토인터넷이 음지 싸이트에 비해 경쟁에 밀린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독점의 폐해라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전문가 일각에서는 해결방안으로 차라리 합법 창구를 다양화 해 제도권 내에서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면서 세수확보도 동시에 이루게 하자는 의견 등이 제시됐다. 사진은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유일한 운영업체인 주식회사 스포츠토토가 입주한 강남의 빌딩 [사진=박미나기자] ⓒ스카이데일리

최근 중국에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를 차리고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이 한 사이트에 가입된 회원만 무려 3만명이었으며 판돈만 4200억원에 이르렀다.

점차 불법 도박시장이 기업화되고 거대화되자 일각에서는 처벌의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사법당국의 솜방망이 처벌이 오히려 이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차라리 국가가 독점하다시피 하는 스포츠 토토를 양성화시켜 세수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인 지하경제 양성화와도 부합한다는 논리다.

불법 사설 토토 적발 무더기 입건…中 현지에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속여

경북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지난 27일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18명을 붙잡았다. 이 업체 고문 김 모씨, 프로그래머 한 모씨 등 5명이 구속됐으며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도박에 가담한 사람들 중 1천만원 이상의 판돈을 건 2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업체는 지난 2012년 6월부터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에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를 차리고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를 개설했다. 누적회원만 무려 3만명이었으며 이들이 배팅한 금액은 4200억원 상당이었다. 경찰이 추산한 바로 이들이 이렇게 해서 벌어들인 금액만 최소 922억원이다.

▲ 자료: 형사정책연구원 ⓒ스카이데일리

이들은 또 상하이·옌타이 등 중국 곳곳에 본부를 두고 본부끼리 경쟁을 붙여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기업화 구조를 갖췄던 것으로 경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일부 당첨이 예상되는 회원들에게는 “돌려줄 돈이 없다”, “사이트 폐쇄하겠다”며 회유와 협박으로 당첨금을 깎거나 지급하지 않는 수법으로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이처럼 사설 도박 사이트들은 점차 기업화되고 또 진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추산하는 국내 불법 도박시장(약 100조원) 중 불법스포츠 도박시장규모는 31조 가량이다. 문제는 전체 불법 도박시장이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불법 스포츠도박 시장만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불법 스포츠도박의 급증세의 원인을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봤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인해 인터넷 접속 및 계좌이체 등이 용이해저 언제 어디서나 배팅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환급 받는데 있어 더욱 간편해졌다는 것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관계자는 “불법 스포츠도박 시장규모는 지난 2010년 13조에 불과하던 것이 3년 만에 135.4% 증가해 2013년 31조원을 기록했다”며 “특히, 중·고등학생 등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유행처럼 번져 사회적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따.

이어 그는 “현재 도박을 하는 인구가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 파악조차 힘들 지경이다”면서 “불법 스포츠도박단은 점조직으로 운영되고 대포폰·차명계좌 등을 사용하는 탓에 수사 및 검거에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고 답했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일선 경찰들도 고충을 토로했다. 경찰 A씨는 “오랜 시간 공을 들여 현장을 급습해 검거하더라도 몸통이 아닌 꼬리인 경우가 대다수다”면서 “노력에 비해 성과가 저조하다보니 이제는 사실상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는 지경이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사법당국의 솜방망이 처벌이 이 같은 불법 스포츠도박을 양성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강한 처벌만이 이 같은 불법 스포츠도박을 근절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었다.

지난 2006년 최초로 불법 스포츠도박으로 1명을 검거한 이래 기소되는 인원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으나 이들의 기소율은 50%를 웃도는 상황이다. 30명이 기소된 지난 2010년에는 28%의 기소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기소유예 처분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여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

전문가 “발전 없는 무경쟁 독점체제…불법으로 발 돌리는 원인이다”

전문가 일각에서는 이 같은 스포츠도박업을 두고 규제를 풀어 양지로 끌어 올려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사용자들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가 위탁해 독점으로 운영 중인 현행 체계를 개선해 불법베팅을 하는 유저들을 수용하자는 것이다.

현행 우리나라에서 합법적인 스포츠베팅 게임은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발행하는 ‘스포츠토토’가 유일하다. 스포츠토토는 지난 2001년 도입됐으며 주식회사 스포츠토토가 국민체육공단의 위탁을 받아 운영 중이다. 주식회사 스포츠토토는 오리온, 신한은행, 흥국생명보험 등이 대주주로 있다.

주식회사 스포츠토토와 오리온은 지난 2003년 7:3의 비율로 합작법인 ‘주식회사 스포츠토토 온라인’을 설립해 공식 스포츠토토 온라인서비스 ‘베트맨(betman)’을 운영 중이다. 사실상 이들을 제외한 온·오프라인 배팅은 불법인 셈이다.

이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이들의 주장이 바로 여기에 있다. 스포츠토토가 사실상 독점하는 가운데 이것이 오히려 불법 스포츠도박 시장을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 중인 B씨는 “정부의 공식사이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유저들이 불법사이트를 찾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운을 떼며 “재미·환급·편의성 등 다양한 면에서 불법사이트에 비해 공식사이트는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불법 도박사이트와 정부의 공식 베팅사이트의 차이점은 생각보다 많았다. 불법 사이트 등이 베팅 종류를 다양화(선발투수 초구 스트라이크 여부, 첫 팀 코너킥 등)한 것과 달리 공식사이트는 이에 비해 베팅 방법이 부족한 것이었다. 베팅가능시간, 베팅마감시간, 인센티브, 환급소요시간 등 다방면에 있어 정부 공식베팅사이트는 불법사이트에 비해 경쟁력이 약하다는 것이 스프츠베팅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설명이다.

스포츠배팅을 즐겨한다는 C씨는 “자신은 불법사이트에 베팅을 하지만 도박이라 할 정도는 아니다”며 “한번 베팅에 10만원 미만의 배팅을 하는 만큼 정부 공식사이트에서 10만원의 베팅상한선을 두고 있는 것에 비춰보면 이것은 도박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이어 그는 “다만, 타 리그의 게임 등 게임의 종류가 많고 환급이 빨라 불법 인터넷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이다”며 “주변 대다수 배터들은 정부의 공식 배팅창구 대신 불법사이트를 이용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 스포츠베팅과 관련해 외국의 사례는 극명히 엇갈렸다. 유럽 상당수는 스포츠베팅이 합법화 됐고, 미국의 경우 지난 1992년 이후 연방법으로 불법으로 규정했다. 이들 국가는 배팅으로 인한 국민들이 도박에 빠질 것을 우려하는 것이 아닌 프로스포츠의 승부조작을 염려하는 분위기다. 실제 유럽 내에서 잇따라 승부조작이 발견된 바 있고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 관계 단체 등이 각고의 자정운동을 펼치는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도 일부 주를 제외한 미국 전역에서 스포츠 베팅이 전면 금지되고 있는데, 이 역시 승부조작을 염두 한 것이었다. 불법으로 규정한 미국의 경우 약 380억달러(약 42조원) 규모의 불법 스포츠배팅으로 골치를 썩고 있다. 사진은 전 세계의 스포츠 경기 일정을 알려주고 각 베팅사이트들의 배당 등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한 스포츠베팅전문 포털사이트 캡처화면.

정부 한 고위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을 우리가 인식해 차라리 이를 합법화하는 것만이 불법 사이트를 근절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공식 사이트 간 경쟁으로 불법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법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이자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각종 조사를 참고하면 스포츠베팅 등의 경우 기타 사행성 게임들에 비해 경험비율이 높은 측면이 있다”고 강조하며 “이미 정부에서 제한적으로 스포츠베팅을 운영하고 있고 또 지나친 음성화로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차라리 규제를 풀어 양성화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포츠베팅 관련 한 전문가는 “단속의 실효성도 떨어지는 상태에서 무조건 단속으로 잡겠다는 것은 실현 불가능한 헛구호에 가깝다”며 “결국 정부공식 베팅창구가 불법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린 것과 다름없는 가운데 차라리 이를 양성화시키고 단속이나 처벌을 대폭 강화한다면 개선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방안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지하경제양성화’와 그 뜻이 부합하며 부족한 세수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