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얼 지킨 개성상인, 강남 3500억원 빌딩 올려

우리 얼 지킨 개성상인, 강남 3500억원 빌딩 올려
윤장섭 성보그룹 회장, 1만5천 유물 모아…국보 8건·보물 46건 재단 소장

민현배 기자(yamin@skyedaily.com)

기사입력 2015-07-06 00:07:41

올해로 아흔셋을 맞은 윤장섭 성보그룹 명예회장은 개성 출신 기업인이다. 개성상인은 우리 역사에서 고려와 조선시대에서 개성을 중심으로 등장한 상인들을 말한다. 이들은 인삼, 홍삼 등을 제조 판매했고 국내 뿐 아니라 국제교역에도 관여해 크게 돈을 모았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개성상인이라고 하면 그 명맥을 알아주는 분위기다. 윤장섭 회장은 그런 개성상인의 후예다. 윤 회장은 단지 상인이기만 하지 않다. 1957년 성보실업을 세우고, 이후 성보화학, 유화증권을 설립해 돈을 벌었던 그는 우리 문화재에 큰 관심과 안목을 가진 인물로 잘 알려졌다. 간송 전형필 선생이 일제시대에 국외로 반출되려는 우리 문화재를 모았다면 윤 회장은 건국 이후 간송이 했던 역할을 해왔다. 그는 절대 유물의 값을 깎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야 좋은 물건, 좋은 문화재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1만5000점의 유물을 모았고 이중 국보는 8건이다. 윤 회장은 성보문화재단을 세워 유물을 관리·보전·전시하고 있다. 강남구 도산대로와 관악구 신림동에 각각 위치한 호림박물관에 가면 윤 회장이 모은 문화재를 만나볼 수 있다. 도산대로에는 호림박물관 신사분관이 있다. 바로 맞은편에는 SB타워가 있다. SB타워는 성보실업, 박물관 및 아트센터는 성보재단이 소유했다. 스카이데일리가 호림 윤장섭 회장이 세운 도산대로의 SB타워·호림박물관의 부동산 현황을 취재했다.

▲ 도산대로, 학동사거리 인근에는 SB타워가 위치해 있다. 지하 4층~지상 15층 규모이며 빌딩에는 성형외과, 피부과, 증권사 등이 입주해 있다. 빌딩의 소유주는 성보실업이다. 성보실업은 호림 윤장섭 성보그룹 명예회장이 1957년 설립했다. 부동산에 따르면 현재 빌딩 가치는 약 1971억원으로 추정됐다. ⓒ스카이데일리

SB타워는 수입차 전시장이 몰려 있는 도산대로, 학동사거리 인근에 위치했다. 맞은편에는 호림아트센터가 있는데 SB타워는 성보실업이, 호림아트센터는 성보문화재단이 소유했다. 회사와 재단은 윤장섭(93) 성보그룹 명예회장이 세웠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SB타워는 대지면적 4101.5㎡(약 1241평), 연면적 29661.7㎡(약 8973평), 지하 4층~지상 15층 규모다. 빌딩에는 성형외과, 피부과, 증권사 등이 입주해 있다.

빌딩 소유주는 성보실업으로 1989년 증여받았다. 등본상 증여인은 명시돼 있지 않으나 성보실업 오너일가로 추정됐다. 빌딩은 2012년 신축됐다.

도산대로를 사이에 두고 SB타워의 맞은편에는 호림아트센터가 있다. SB타워는 논현동이고 아트센터는 신사동에 속한다. 아트센터의 소유주는 성보문화재단이며 재단 역시 1992년 이곳을 증여받았다. 증여인은 명시돼 있지 않다.

아트센터는 토지 6필지 위에 2개동과 연결시설로 구성됐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총 대지면적은 3172.6㎡(약 960평)이다. 1빌딩은 대지면적 연면적 1만8476.4㎡(약 5589평), 지하 5층~ 지상 15층 규모다. 제 2빌딩은 연면적 5263.65㎡(약 1592평), 지하 5층~지상 3층으로 구성됐다. 두 빌딩 모두 2008년 준공되면서 사용이 승인됐다.

아트센터는 미적이고 독특한 외관으로 행인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박물관으로 사용되는 제2빌딩은 도자기의 모습을 형상화했고, 오피스동으로 사용중인 제1빌딩은 빗살무늬토기를 본따 만들었다. 두 유선형 빌딩을 잇는 중간에는 직선형의 시설동이 있다.

박물관의 입구는 동굴처럼 들어가도록 설계됐다. 박물관 외벽은 자개벽으로 장식돼 소중한 보물을 덮는 보자기처럼 박물관을 감싸는 형상이다. 설계는 테제건축사 사무소에서 맡았다.

SB타워의 소유주인 성보실업은 중구 소공동에 본사를 두고 있다. 이곳은 1960년 성보실업이 매입해 지금에 이르렀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대지면적 321.7㎡(약 97평), 연면적 1198.8㎡(약 362평), 지상 5층 건물이다. 1961년 지어져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빌딩 시세와 관련해 박남식 랙스리얼티에셋 대표는 “SB타워 일대는 3.3㎡(약 1평) 당 시세는 대지면적 1억3000만원, 건물 연면적 약 400만원 수준이다. 이를 근거로 계산하면 SB타워는 약 1971억원, 호림아트센터 및 박물관은 약 1535억원이다. 합산 3506억원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소공동 성보빌딩은 3.3㎡(약 1평)당 7000만원 대로 시세는 68억원 추정된다”고 말했다. 세 건물의 시세는 총 3574억원으로 추정됐다.

부동산, 화학, 증권업 하며 문화재 수집…“좋은 물건 값 깎지 않아”

▲ SB타워 맞은 편에는 호림박물관, 아트센터가 위치해 있다. 이곳은 미적이고 독특한 외관으로 행인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박물관으로 사용되는 제2빌딩(사진 왼쪽)은 도자기의 모습을 형상화했고, 오피스동으로 사용중인 제1빌딩은 빗살무늬토기를 본따 만들었다. 두 유선형 빌딩을 잇는 중간에는 직선형의 시설동이 있다. 부동산에 따르면 빌딩의 시세는 1535억원으로 추정됐다. ⓒ스카이데일리

호림 윤장섭 성보그룹 회장은 한국 문화재 지킴이로 유명한 기업인이다. 일제시대에 간송 전형필이 있었다면 광복 이후 문화재 지킴이로는 호림 윤장섭이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개성 출신의 윤 회장은 도자기, 서화, 전적류 등 1만5000점의 유물을 모았다. 이 가운데 국보가 8건, 보물 46건에 달한다. 소유자는 현재 성보문화재단이다.

윤 회장은 진짜 물건 앞에서 값을 깎지 않았다고 한다. 싸게 사려고 하니까 가짜가 들어오고 그러면 문화재를 놓친다는 것이 윤 회장의 지론이다. 그가 수집한 대표적인 문화재는 ‘청화백자매죽문호’(국보 222호), ‘백지묵서묘법연화경’(국보 211호), ‘분청사기 박지연어문 편병’(국보 179호) 등이 있다.

문화재를 사랑하는 윤 회장은 성보그룹의 창업주다. 1957년 부동산임대업 등을 영위하는 성보실업을 세웠고 1961년 작물보호제 제조하는 성보화학을, 1962년 유화증권을 설립했다. 이후 성보문화재단과 성보학원을 세웠다.

윤 회장은 현재 성보화학 명예회장, 유화증권 명예회장, 성보재단 이사장, 성보학원 이사장 등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6월 30일 기준 윤 회장은 ▲성보화학 29만7731주, 14.87% ▲유화증권 204만1499주, 13.76%를 보유했다. 3일 기준 주가는 성보화학 5만7300원, 유화증권 1만5100원으로 윤 회장의 주식가치는 성보화학 171억원, 308억원 등 479억원 상당이다.

성보실업, 성보화학, 유화증권 등 회사들은 윤 회장의 동생, 아들 등 일가들이 주식을 소유했다.

지난해 말 기준 각 회사의 매출액은 성보화학 545억원, 성보실업 86억원, 유화증권 60억원 등 합산 691억원이다. 매출이 가장 많은 성보화학의 최근 실적은 ▲2012년 매출액 453억원·영업이익 28억원·당기순이익 30억원 ▲2013년 매출액 497억원·영업이익 38억원·당기순이익 35억원 ▲2014년 매출액 545억원·영업이익 53억원·당기순이익 46억원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