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 광장, 4년 만에 광우병 촛불집회 시작

4년 만에 다시 시작된 광우병 촛불집회가 시작부터 당초 목표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뿐 아니라 각종 정부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반정부 시위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쇠고기  파동 정국이다. 총선 이후 곧바로 이어진 대선정국이라는 정치적 흐름과 광우병 파동이 연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청계 광장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중단 및 재협상 촉구 국민 촛불집회가 열렸다. 시민들이 든 촛불과 피켓이 넘실대면서 과거의 광우병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잇따라 나왔다.

집회에서 시민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뿐만 아니라 KTX 민영화 반대, 한∙미 FTA 반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 원자력 발전소 유지 반대, 등록금 반값 인하, 맥쿼리 부당 이득 저지 등 각종 정부 정책에 반대하거나 성토하는 주장들을 분출시켰다.

물론 시민들은 정부의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에 대한 ‘말 바꾸기’를 가장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날 경찰은 51개 중대를 동원해 청계 광장 안까지 들어와 경비를 서는 등 삼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또 집회에 앞서 사회자로 예정됐던 ‘등록금넷’ 김동규 팀장이 연행되면서 긴장감이 고조됐다.

집회가 첫 날부터 각종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로 채워지면서 향후 촛불집회가 ‘12·19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본격적인 반정부 시위의 장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는 “2008년 쇠고기 파동 당시에도 쇠고기 이외의 문제들이 합쳐져 사회적 갈등과 불필요한 논쟁을 키웠다”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신속한 판단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우병위험감시행동(광우병국민행동)’ 등 시민사회 단체들이 가진 집회의 관심 포인트는 4년 전처럼 일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칠 지 여부였다. 올해는 ‘촛불 집회 4주년’이라는 시기적인 특성까지 겹쳤다.

하지만 이번 집회는 2008년만큼 거세지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안전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의 차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미국산 쇠고기는 이미 시민들이 많이 먹고있는 대중식품이 됐을 뿐만 아니라 과거 처럼 민감해 하지도 않는 상황이기도 하다. 

2008년 당시 국민들이 우려한 것은 속칭 ‘인간 광우병’이라고 불리는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vCJD)’이었다.

전문가들은 “vCJD는 광우병에 걸린 소의 부산물을 먹으면 걸린다. 뇌의 단백질 이상으로 신경세포가 죽어 스펀지처럼 뇌에 구멍이 뚫려 사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당시에는 ‘광우병=사망 또는 위험’ 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시기였다. 그만큼 생명과 직결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컸다.

반면 올해는 두려움은 있지만 2008년과 같은 폭발력은 부족하다는 평가다. 올해의 광우병 유형은 발병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비정형 광우병’으로 나타났다. 사료와 관계없이 자연적으로 발생하고 인체에 전염된다는 학리적 증거도 아직까지는 없다.

다음으로 국민들의 반응이 2008년과 비교할 때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대규모 촛불집회를 이어가기에는 원동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지난 2일 열린 집회는 4년 전처럼 시민들의 ‘자유 발언’으로 진행됐다. 이강택 언론노조위원장은 “이 나라는 허위의 나라이다. 거짓의 천국이다”라며 정부의 미국 광우병에 대한 대처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위원장은 30개월 이하의 소만 수입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정부 측 주장에 대해 “미국이 지금 소의 연령을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느냐”며 “소의 이는 그 소의 먹이나 건강 상태라에 따라 치아의 마모 상태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SRM(특정위험부위)을 제거했고 육안 검사를 하기 때문에 괜찮다는 논리에 대해 “5년 전 미국에 가서 직접 봤다. 미국의 도축장은 유럽이나 다른 나라에 비해 도축하는 속도가 무려 3배나 빠르다”며 “위험 부위를 골라낼 수가 없다”고 성토했다.

이 위원장은 4년 전 광우병 파동 당시 KBS TV PD로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을 제작한 경험이 있다.

박석운 FTA 범국본 공동대표는 “촛불집회를 계속할 것”이라며 “광우병 문제와 언론 탄압 문제 두 가지를 합쳐 상승작용을 시켜 여의도 광장과 청계 광장을 넘나들면서 힘을 모아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주통합당 정동영 의원은 “우리는 쇠고기 수입 중단 외에도 사법 주권과 공공 주권을 해치고 한국금융 시스템을 파괴시키는 한∙미 FTA를 중단시키고 재협상을 위해 촛불을 들었다”며 “거짓 권력을 끝장내고 민주 진보세력이 집권할 때까지 촛불을 들자”고 요청했다.

김용택 통합진보당 강북구위원회 사무국장은 “현 정권의 잘못된 정책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보니 많은 시민들이 울분을 표출하고자 하는데 어디에다 표출해야 할지 모른다”며 “국민이 울분을 풀 유일한 곳은 촛불의 장이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촛불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강모(55, 여)씨는 “이명박 정권은 촛불을 시작해서 촛불로 끝날 정권이다”며 “촛불은 계속돼야 하고 더욱 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회를 보던 외국인들은 이날호기심어린 시선을 보냈다. 관광을 위해 청계 광장을 찾았다는 폴(23∙프랑스)씨는 “촛불을 들고 발언을 경청하는 한국의 시위 문화가 색 다르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편 주최 측은 3일에 이어 4일에도 여의도 광장에서 파업 중인 MBC노조와 KBS노조가 주최하는 문화제와 함께 하기로 했다. 또 어린이날인 5일 집회여부는 회의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