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 소득 전체 11.5% 차지

우리나라 소득 ‘상위 1%’의 소득이 빠르게 집중되고 있다.

4일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의 ‘한국의 소득 집중도 추이와 국제 비교’ 연구 자료에 따르면 1995년 우리나라 상위 1%의 소득은 전체 소득의 7.22%를 차지했으나 2010년에는 11.50%로 높아졌다.

상위 1%의 소득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김 교수는 대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의사·변호사·변리사·회계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대부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여경훈 연구원(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은 “2009년도 종합소득을 기준으로 봤을 때 자영업자의 연평균 소득은 2000만원쯤 된다. 이 가운데 의료·보건 쪽의 평균소득이 1억1000만원으로 나타났다”며 “의사나 약사가 상위 1%의 상당수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의 ‘부’가 상위 1%로 빠르게 집중되기 시작한 시점은 외환위기 이후라는 사실엔 이견이 거의 없다. 하지만 그 원인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김 교수는 “고도성장기 때 소득분배가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것은 빠른 고용확대를 통해서 성장의 성과가 저변으로 잘 확산됐기 때문”이라며 “외환위기 이후 고용의 질이 떨어지고,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업이 확대되면서 소득 집중도가 심화됐다”고 설명했다.

 

자료에 의하면 상위 1%의 연평균 소득은 1억9500만원(2010년 기준)이다. 이를 소득별 구성비로 보면 근로소득(57.4%), 사업·부동산소득(29.7%), 배당소득(9.4%), 이자소득(2.8%), 기타소득(0.6%) 등의 순이다.

전체 소득자들 평균과 견주어 보면 근로소득 비중은 낮은 반면 오히려 사업·부동산 소득은 매우 높았다. 또 배당소득은 전체 평균이 2.0%인 것에 반해 상위 1%는 그 4배가 넘는 9.4%였다.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의 상위 1%가 차지하는 전체 소득비율은 미국(17.7%), 영국(14.3%), 캐나다(13.3%)에 이어 4위(11.5%)를 기록했다. 뒤를 이은 일본(9.2%), 오스트레일리아(8.8%) 등 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가의 조세 및 공적연금 등 사회 지출을 통한 ‘소득분배 개선율’이 덴마크·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의 8분의 1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꼴찌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김 교수의 이번 연구는 부의 편중과 소득 불균형에 관한 기존 연구의 한계와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관련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기존 연구들은 통계청의 설문에 근거한 ‘가계 동향’ 또는 ‘가계 금융’ 조사에 바탕해 이뤄졌다.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이런 연구들이 실제 소득 불균등 정도를 과소평가할 수 있다는 점을 수차례 지적해 왔다.

김 교수가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와 한국은행의 국민계정 자료 등을 비교∙분석한 이번 연구 결과는 우리나라와 주요 국가의 부의 편중 현상 추이를 시계열적으로 비교해 보여준 게 특징이다.

김 교수는 “2000년 이전까지는 소득 불평등이 국제적으로 보면 낮은 수준을 보였으나 최근 10년간 급격히 악화되는 양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소득 불평등도가 영∙미식으로 전환하고 있는 양상을 데이터로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