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계약서 위조 놓고 ‘롯데-소상공인’ 간 진실공방

갑질·계약서 위조 놓고 ‘롯데-소상공인’ 간 진실공방
“분쟁조정 신청하자 허위계약서 내놔” vs “상생차원서 보상제안, 인감도장 맞다”

김신 기자(skim@skyedaily.com)

기사입력 2015-10-27 00:05:28

▲ 최근 롯데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롯데슈퍼가 납품업체를 상대로 각종 갑(甲)질 행위를 했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허위 계약서까지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롯데 측은 이 같은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서 사태는 양측의 진실공방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사진은 롯데쇼핑 본사 ⓒ스카이데일리

최근 유통공룡 롯데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롯데슈퍼가 납품업체를 상대로 각종 갑(甲)질 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같은 사건을 제보한 업체에 따르면 “롯데슈퍼가 납품업체로부터 사전에 계약된 수수료 보다 높은 수수료를 임의로 책정했고, 이를 문제 삼자 계약서까지 허위로 작성해 사태를 무마시키려 하고 있다”는 주장이 골자다.

이에 대해 롯데슈퍼 측은 의혹 자체를 전면 부정하고 있어 사건의 추이는 ‘진실공방’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롯데 측은 “납품업체를 상대로 ‘갑(甲)질’ 행위를 벌인 일이 없으며 허위 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주장도 납품업체 측의 억지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진실공방이 팽팽히 전개되고 있는 상황을 놓고 여론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롯데그룹 각 계열사에서 ‘갑(甲)질’ 논란이 이어진 상황을 감안해 본다면 이번 사태 또한 의혹의 진실 유무 이전에 사건이 불거진 상황 자체가 문제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청과물 대리점주 “모르는 사이에 롯데슈퍼에 지급할 수수료가 15%에서 25%로 상승” 주장

▲ 롯데쇼핑 측이 분쟁조정 과정에서 제출한 계약서. 김 모씨 측은 해당 계약서 자체가 롯데 측이 임의로 만들어 낸 허위 계약서라고 주장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서울 영등포구에서 청과물 대리점을 운영하는 김 모씨는 지난 10여년 간 롯데슈퍼의 갑(甲)질로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며 얼마 전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김 모씨의 주장에 따르면 그는 지난 2007년부터 S청과라는 사업체를 통해 판매금액에 15%를 주는 조건으로 롯데슈퍼에 과일 수수료매장을 운영했다.

‘수수료매장’이란 사전에 임대료를 정하지 않고 임대료 대신 총 판매 금액에서 수수료를 떼고 일정 비율 만큼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매장을 말한다. 롯데슈퍼의 경우 롯데슈퍼가 직접 판매하고 수수료를 뗀 나머지 금액을 매장(매대) 운영주에게 돌려주는 식으로 운영된다.

매장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김 모씨는 지속적으로 적자를 봤다. 그 때마다 롯데슈퍼 담당자에게 수수료 인하를 요구했다. 지난 2013년에도 담당자와 같은 건으로 또 한 번 상담을 했고, 논의 끝에 매장을 정리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냈다.

그런데 매장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매장에서 판매된 금액에서 수수료를 제한 금액이 김 모씨에게 송금된 금액과 큰 차이를 보였다는 것이다. 김 모씨가 담당자에게 금액 차이가 발생한 이유를 묻자 롯데 측 담당자는 “당초 계약이 25%의 수수료를 지급하기로 돼 있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김 모씨는 “당초 계약한 수수료율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올랐다는 사실에 분노했다”며 “결국 롯데슈퍼의 행태를 곳곳에 알렸다”고 말했다.

김 모씨에 따르면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해당 담당자가 먼저 그에게 만남을 요청했다. 담당자는 김 모씨에게 “문제 삼는 부분을 무마시켜 주면 좋은 조건에 상품을 납품할 수 있도록 조치해주겠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김 모씨는 “한 켠으로 약속이 이행되지 않을까 우려하긴 했지만, 결국 담당자의 말을 믿고 다시 납품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보상내역 거부와 분쟁조정 신청 후 “롯데 측이 구경도 못해 본 허위계약서 내놨다” 제기

▲ 서울 영등포구에서 청과물 대리점을 운영하는 김 모씨는 지난 10여년 간 롯데슈퍼의 갑(甲)질로 적지 않은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롯데슈퍼를 운영하는 롯데쇼핑 측은 갑질 자체가 없었다며 김 모씨의 주장을 모두 반박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롯데슈퍼 매장으로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계 없음 ⓒ스카이데일리

김 모씨가 납품을 재실시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또 논란이 불거져 나왔다. 기존에 비해 판매량이 부진한 점을 이상하게 여긴 김 모씨가 조사한 결과, 매장에서 물건을 발주해도 본사 측에서 발주를 막은 것으로 보이는 정황들이 보였다는 것이다. 김 모씨는 또 다시 롯데슈퍼 측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번에는 신선식품 부분장 직책을 맡고 있는 임원이 직접 상담에 나섰다. 김 모씨로부터 자초지정을 들은 해당 임원은 “롯데 측에서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바로잡아 주겠다”고 약속했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임원은 그에게 “2013년도 4월부터 2013년 6월까지 롯데슈퍼에서 부당하게 가져간 돈 1600만원과 그동안에 이자 500만원을 더해 2100만원을 주겠다”고 제안했다는 게 김 모씨의 주장이다. 이에 김 모씨는 “금전적 보상 뿐 아니라 롯데슈퍼와 거래하면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 입게 된 손실까지 보상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모씨는 “롯데슈퍼와 거래하는 과정에서 담당자의 강압으로 원치 않는 매장에 입점하는가 하면, 또 낮은 가격에 물건을 판매하도록 강요 받았다”고 주장했다.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이 같은 사실은 김 모씨 주장 외에 과거 롯데슈퍼 부지점장을 지낸 인물을 통해서도 일정 부분 사실일 수 있는 것으로 역추정할 수 있었다.

결국 김 모씨는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분쟁조정 과정에서도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분쟁조정 과정에서 롯데슈퍼 측이 ‘수수료 25%’가 적힌 계약서를 제출한 것이다. ‘수수료 25%’가 적힌 계약서가 있으니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게 롯데슈퍼 측의 입장이었다. 김 모씨의 주장대로라면 기존 롯데슈퍼측이 잘못한 부분을 보상해주겠다며 2100만원 가량의 금액까지 제시했을 때와는 태도가 180도 달라진 셈이다.

계약서의 존재 소식을 접한 김 모씨는 크게 놀라 서둘러 확인을 했다. 계약서를 확인한 김 모씨는 롯데슈퍼 측이 허위로 계약서를 조작했다는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해당 계약서는 우선 롯데슈퍼 측의 명판과 도장이 희미하게 찍혀 있을 뿐 만 아니라, 기본적인 양식인 간인 도장 조차 찍혀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김 모씨는 “계약서에 찍혀 있는 도장은 위조된 것이며, 무엇보다 계약서를 작성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롯데슈퍼 “갑(甲)질 의혹은 사실 아냐…2100만원 지급하려 한 이유는 상색협력 차원” 반박

▲ 김 모씨와 롯데쇼핑 측의 진실공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김 모씨는 “롯데슈퍼 측의 주장대로 당초 25%의 수수료가 적힌 계약서가 존재하고, 그 계약서대로 이행했을 뿐 잘못된 점이 전혀 없다면 왜 신선식품 부분장을 맡은 임원은 21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지불하겠다고 제시한 것이냐”고 주장하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하 롯데 측은 “김 모씨에게 2100만원을 주겠다고 제시한 것은 비록 25%로 계약하긴 했지만 과하다고 판단, 소상공인과의 상생협력 차원에서 도와주겠다는 의미였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답했다. 사진은 김 모씨가 롯데 측으로 받았다고 주장한 ‘금액지급 확인서’ 캡쳐 화면 ⓒ스카이데일리

현재 롯데슈퍼 측은 김 모씨와는 정반대의 주장을 내세우고 있어 사태는 진실공방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우선 롯데슈퍼 측은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김 모씨의 주장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고 못을 박았다. 그러면서 “롯데슈퍼 측이 ‘갑(甲)질’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는데 도대체 무엇을 ‘갑질’이라고 주장하는지 모르겠다”며 “당초 계약된대로 25%의 수수료를 적용한 것일 뿐 롯데슈퍼 측은 잘못한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계약서 허위 작성, 즉 사문서 위조 의혹에 대해서는 “우선 롯데슈퍼의 명판과 도장이 희미하게 찍힌 것은 여러 장의 계약서를 찍다 보니 부득이 하게 그렇게 된 것”이라며 “해당 계약서에 찍혀 있는 도장은 김 모씨의 도장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 “계약서에 찍힌 도장은 김 모씨 소유 업체의 인감 도장이니 직접 확인해 보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기자가 “롯데슈퍼 측의 주장대로 당초 25%의 수수료가 적힌 계약서가 존재하고, 그 계약서대로 이행했을 뿐 잘못된 점이 전혀 없다면 왜 신선식품 부분장을 맡은 임원은 21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지불하겠다고 제시한 것이냐”고 묻자 롯데 측은 “김 모씨에게 2100만원을 주겠다고 제시한 것은 비록 25%로 계약하긴 했지만 과하다고 판단, 소상공인과의 상생협력 차원에서 도와주겠다는 의미였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답했다.

이어 “‘금액지급 확인서’ 또한 해당 임원이 사태를 원만히 해결한다는 취지로 자체적으로 마련한 것이다. 즉, 확인서가 회사의 입장은 아니라는 얘기다”고 덧붙였다.

롯데슈퍼 소속 임원이 김 모씨에게 건넨 ‘금액지급 확인서’에는 ‘롯데슈퍼와 거래하는 동안 거래 중에 발생한 납품대급 수수료 차액’이라는 문구와 함께 환급액 및 지연이자 등을 합산한 구체적인 금액이 명시돼 있었다. 업계 일각에서는 ‘수수료 차액’이라는 문구가 당초 계약된 수수료율이 25%가 아닌 15%임을 롯데슈퍼 스스로가 인정하는 표현일 수 있다는 시각을 보였다. 하지만 롯데 측은 애초부터 25% 계약을 맺었다는 입장이다.

롯데측이 내놓은 계약서 관련, 위조라는 주장과 관련 자료들

▲ 롯데측이 중재조정 과정에서 내놓은 계약서에 찍힌 명판(사진 위)과 김 모씨가 실제 사용 중(세무신고 등) 이라고 내놓은 명판(사진 아래). 두 명판의 간격과 특수 기호 등의 위치가 달라 진실공방이 확대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 롯데 측이 내놓은 계약서 표지에 찍힌 양측의 명판 및 도장, 을(김 씨) 항목에 찍힌 명판과 도장은 선명한 데 반해 갑(롯데) 항목에 찍힌 명판과 도장은 희미해 글씨를 알아 보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 측은 이에 대해 “롯데슈퍼의 명판과 도장이 희미하게 찍힌 것은 여러 장의 계약서를 찍다 보니 부득이 하게 그렇게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