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대패 삼겹살’ 서민들 두세번 울린다

출산용 어미돼지, 등급 불합격 이겹살 수준

김종우 기자(jwkim@skyedaily.com)

기사입력 2012-05-10 00:01:11

직장인이면 누구나 퇴근 후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을 곁들인 경험을 지니고 있다. 한국인의 대표적 외식 메뉴 삼겹살은 이젠 종류도 너무 다양하다. 된장박이 삼겹살, 볏짚 삼겹살, 와인 숙성 삼겹살, 대나무 삼겹살, 칼 삼겹살 등 어립 잡아 수십여 가지가 넘는다. 그 중에서도 ‘대패삼겹살’이 최근 몇 년 사이 뜨고 있다. 국내산 암퇘지를 초저가로 제공한다는 이른바 ‘대패 삼겹살’이 장기적인 불황과 ‘금겹살’ 파동으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최저 1500원에서 최고 2500원에 팔려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판매가격이다. 삼겹살 1인분이 커피 한 잔보다 싸다보니 샐러리맨과 학생들로 이들 가게를 찾는 고객이 문전성시다. 하지만 대패 삼겹살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삼겹살과 질이 다르다는 것을 최근 JTBC 방송에서 보도했다. 내용에 의하면 대패 삼겹살의 실체는 ‘모돈’(母豚)에서 나온 삼겹살이며, 모돈은 새끼를 낳는 돼지를 뜻하는 말로 육가공업자들 사이에서는 ‘딱통’이라 불리는 돼지고기다. 심지어 서울 마장동의 축산물 시장 전문가는 ‘공짜로 줘도 안 먹는 고기’로 분류된다고 한다. 스카이데일리가 한때 큰 인기를 모았지만 지금은 다소 시들해진 ‘대패 삼겹살’이 갖고 있는 이면과 정체를 전문가들의 견해를 모아 살펴보았다.

▲ 새끼를 낳을 수 없어 도축되는 모돈의 크기는 180cm에서 2m, 무게는 200~300kg에 달한다. 규격돈(80~98kg)에 비해 2~3배가 크다. 이런 돼지에서 나오는 것이 초저가 대패 삼겹살이다.

‘국내산 암퇘지’ 1인분 1500~2000원?

1인분 가격이 1500~2000원인 대패 삼겹살 식당이 장기 불황으로 지갑이 홀쭉해진 서민들 사이에서 인기다. 게다가 원산지도 수입산이 아닌 ‘국내산 암퇘지’로 표시돼 있어 더욱 그렇다.

인근 삼겹살 집에서 보통 1인분에 8000~1만원을 받는데 아무리 박리다매를 한다 해도 이 가격을 받아서 이익을 낼 수 있을까. 알고 보면 사실 1인분에 1500~2000원인 초저가 삼겹살의 정체는 바로 ‘등급 외’ 판정을 받은 모돈(母豚)이다.

▲ 자료:대한한돈협회 ⓒ스카이데일리

▲ 1인분에 1500~2000원인 초저가 대패 삼겹살의 실체는 바로 ‘등급 외’ 판정을 받은 모돈(母豚)임으로 알려져 충격이다.

모돈은 육질과 상관없이 새끼를 낳는 목적으로 사육되는 어미돼지를 뜻한다. 1년 평균 26~30마리의 새끼를 출산한다. 이 정도의 새끼를 4~5번 출산 이후 보통 식용으로 도축된다.

새끼를 낳을 수 없어 도축되는 모돈의 크기는 180cm에서 2m, 무게는 200~300kg으로 규격돈(80~98kg)에 비해 2~3배가 크고 나이는 평균 6배쯤 많다. 이런 돼지에서 초저가 대패 삼겹살이 나오는 것이다.

대패삼겹살, 100% 모돈(母豚)

초저가로 인기를 끌고 있는 대패 삼겹살은 연간 1100만~1200만두가 도축되는 돼지고기 중 44만여두가 등급 외 판정을 받는다고 축산물품질평가원은 밝힌 바 있다. 등급 외 판정을 받은 돼지고기의 90%가 바로 모돈이다.

모돈의 육질 등급이 나쁜 이유는 출산을 반복하면서 체 내 영양소가 빠져 나가 육질이 질겨지고 고기 색깔도 짙어지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1500~2000원짜리 초저가 대패 삼겹살은 전부 모돈이라는 사실이다.

▲ 모돈은 육질과 상관없이 새끼를 낳는 목적으로 사육되는 어미돼지로 보통 4~5번(한해 20여마리) 출산 이후 식용으로 도축된다.<사진=JTBC 방영 프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육되는 비육돈은 6948두, 모돈은 835두로 모돈의 비율은 약 11%를 차지하고 있다. 전국 돼지 공판장에서 하루 평균 400여 마리만 거래될 정도로 귀한 씨돼지다.

하지만 규격돈(80~98kg) 보다 훨씬 크고 살보다 지방이 많은 모돈은 또 정형과정에서 갈비뼈를 살과 함께 떼어내는 탓에 엄밀히 말하면 모돈 삼겹살은 ‘삼겹’이 아닌 ‘이겹’인 셈이다.

게다가 모돈은 키운 개월 수가 많고 새끼도 많이 낳았기 때문에 육질이 질기다. 모돈으로 만든 대패 삼겹살이 얇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냥 줘도 안 먹는 고기, 육가공업자 ‘딱통’으로 불러

대패 삼겹살로 널리 팔리고 있는 모돈(어미돼지)의 육질이 등급을 따질 가치가 없는 대부분 등외로 조사됐다.

돼지의 등급은 크게 ‘규격등급’과 ‘육질등급’으로 나뉜다.

규격등급은 크기에 따라 A, B, C로 구별한다. 육질등급은 고기의 상태와 육색 그리고 지방 침착에 따라 1+, 1, 2로 분류된다. 하지만 새끼를 낳는 목적으로 사육되는 모돈은 등급 판별조차 하지 않는다.

▲ 모돈은 오래 사육되고 새끼를 많이 낳은 만큼 육질이 질기기 때문에 따로 판단할 가치가 없는 등외 등급이다.

모돈은 오래 사육되고 새끼를 많이 낳은 만큼 육질이 질기기 때문에 따로 판단할 가치가 없는 등외이다.

육가공업자 사이에서는 ‘딱통’으로 불리는데 ‘그냥 줘도 안 먹는 고기’로 통한다. 서울 마장동의 한 판매업체는 모돈이 손쉬운 ‘돈벌이 아이템’임을 숨기지 않았다. 모돈은 일반 돼지보다 값도 싸다.

모돈 판매업자는 “1kg을 9000원에 사서 1인분(100g)에 6000원 받으면 조금만 팔아도 큰 이득을 챙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는 “모돈은 구워서 먹을 수 있는 고기가 아닌데 이를 암퇘지 대패 삼겹살로 파는 건 소비자기만 행위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올해 10월, 돼지고기 이력세 시범실시

축산물품질평가원 관계자는 “모돈을 포함해 등급 외 판정 물량이 저가 삼겹살집이나 뷔페식당으로 유통되고 일부는 햄과 소시지 같은 가공식품 재료로 활용된다”고 밝혔다.

결국 상품가치가 거의 없는 질긴 돼지고기를 씹기 쉽게 얇게 썰어 대패 삼겹살로 포장해 팔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얄팍한 상술은 올해 10월부터 돼지고기 이력세가 시범실시 되면 더 이상 발붙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대패삼겹살인 모돈은 규격돈(80~98kg)보다 훨씬 크고 살보다 지방이 많다. 또 갈비뼈를 살과 함께 떼어내는 탓에 엄밀히 ‘삼겹’이 아닌 ‘이겹’이다.

돼지고기 이력제가 실시되면 사육 단계에서부터 돼지가 이동할 때마다 신고하고, 도축 시 별도의 12자리 이력번호를 표시해 가공∙포장 후 식육점으로 유통시킬 계획이다. 이력번호 정보에는 사육지, 가공장소, 돼지고기 등급 등이 포함된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은 또 시중의 삼겹살 가게에 돼지고기를 공급하는 가공업체들도 평가원에 이력 정보를 신고하도록 추진 중이다. 이렇게 되면 등급 외 판정을 받은 돼지고기가 저가 삼겹살 식당에 흘러가도 소비자가 손쉽게 돼지고기 정보를 알 수 있게 된다.

펑가원 관계자는 “영세업체를 포함해 가공업체 100%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일지 여부는 내년 12월 본 사업 실시 전까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