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결혼정보업체에서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예비부부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거형태는 아파트 전세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부모가 적게는 수 천 만원에서, 많게는 수 억원의 전세금을 증여하는 것이 사회적 관행처럼 통용되고 있다.

여기서 부모가 마련해준 자녀의 신혼집 전세금은 증여세 과세대상인지 아닌지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엄밀히 따지면 자녀의 혼수용품으로서 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금품은 증여세 대상이 아니다. 다만, 비과세되는 혼수용품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가사용품에 한정되기 때문에 호화·사치용품이나 주택·차량·전세자금 등은 증여세가 과세된다.

그런데 그동안 실질적으로 부모가 준 자녀의 신혼집 전세금이 증여세가 과세된 사례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전세보증금을 등기하는 사례가 적어 노출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세무당국은 전세금 증여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나섰다. 주택임대차계약 체결 날짜인 ‘확정일자’를 꼼꼼히 챙기고 전세자금에 대한 자금출처 또한 면밀히 조사 중이다. 이를 통해 누락된 증여세를 추징하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기도 했다.

일례로 국세청은 지난 2013년 9월 전세금 10억원 이상자 56명에 대해 자금출처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강남 등 서울 주요지역 전세금 10억원 이상자 중 연령·직업·신고소득 등에 비해 전세금의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이들로부터 증여세 123억원을 추징했다. 2014년 6월에도 전세금 10억원 이상자 50명에 대해 자금출처를 조사해 84억원의 증여세를 추징했다.

당시 국세청은 향후 고액 전세세입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부산·대구 등 전국 전세금 급등지 역으로 확대하는 한편, 전세금 10억원 이상이던 조사기준을 하향 조정해 지속적인 세무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이 국세청이 확정일자 자료를 수집하고 모니터링을 점점 강화하는 상황에서는 전세금 자금출처조사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전세보증금의 80%까지 소명 가능하도록 자금 출처원을 사전에 만들어야 한다. 자금 출처로 인정되는 것은 자녀의 신고된 소득, 전세자금 대출 등이 있다. 이것만으로 부족할 경우에는 일부는 증여를 활용할 수 있다. 부부공동계약 시 양쪽 부모님으로부터 증여를 받게 되면 증여세를 줄 일 수 있다.

이외에도 부모가 자녀에게 전세자금을 빌려주는 방법이 있다. 세법에서는 부모자식간의 채권채무는 증여로 추정하기 때문에 빌렸다는 증빙을 남기지 않으면 증여세가 추징될 수 있다. 따라서 차용증을 작성하고 이자지급내역을 금융증빙(통장 입금 등)을 통해서 갖춰 놓아야 한다.

여기서 핵심은 이자율 책정이다. 세법에서는 특수관계자간에 1억원 이상의 금전을 빌리는 경우 적정이자율을 8.5%로 보고 있다. 물론 실제로 8.5% 이자율을 반드시 주고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만일 2억원을 4%의 이자로 주고받았다 면 8.5%와 4%의 차이인 4.5% 만큼은 부모가 자녀에게 증여한 것으로 본다. 즉 2억원×4.5%(8.5%와 실제이자율의 차이)=900만 원이 증여재산가액이 된다.

자녀의 신혼집을 부모님 이름으로 계약하고 자녀가 거주하는 방법도 있다. 이는 전월세 확정일자 자료를 통한 분석이나 전세자금 출처 조사 대상자에 선정될 가능성은 낮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세입자가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되기 위해서는 확정일자뿐만 아니라 전입신고를 해야 한다.

부모님 명의의 집에서는 자녀가 거주하고 부모님이 전세를 얻어서 나가는 경우 또는 부모님이 보유한 두 채 중 한 채에서 자녀가 무상으로 거주하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에는 부동산 무상사용에 대한 이익이 증여에 해당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주택의 시가에 2%를 곱한 금액이 1년 동안의 무상사용이익인데 5년치를 선과세하므로 할인평가되어 3.8을 곱한 금액이 과세대상이 된다. 예를 들어, 주택의 시가가 13억원이라면 9800만원(13억원×2%×3.8)이 과세된다. 다만, 이익 증여의 경우 1억원 이상만 해당되므로 위의 경우에는 증여세 과세가 되지 않는다.

정부에서는 부모가 자녀에게 주택구매, 전세금 등을 지원할 경우 한시적으로 증여세를 물리지 않는 방안을 검토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부자 감세 논란을 의식해 실제로 추진하지 못했다. 또 젊은 세대 내 양극화가 심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아 앞으로도 시행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