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한 신반포2차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장과 이씨의 해임을 요구하는 주민들 간의 갈등으로 신반포2차 재건축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주민들은 통합재건축이 진행되는 길 건너 반포경남아파트와 비교하면서 이 사태가 빨리 해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B 부동산 대표에게 현재 신반포2차 아파트의 총 가치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그는 “현재 신반포2차 아파트에는 공급면적 100㎡ 이하의 세대부터 공급면적 100㎡ 이상의 세대까지 7종의 세대가 있다”며 “각 세대 별로 현재 시가로 가격을 매기면 1조9000억원이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시공사가 선정되지 않은 상태지만 용적률 등이 변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재건축이 다시 추진된다고 하더라도 세대수에서는 큰 차이가 없을 것 같다”며 “신반포2차가 재건축될 경우 예상되는 가치인 3조6000억원에서 현재 가치인 1조9000억원을 빼면 1조7000억원가량의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사업성이 충분한 만큼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것이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의 공통점이다. B 부동산 관계자는 “신반포2차아파트는 재건축이 난제에 빠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년에 불었던 부동산 훈풍으로 지속적으로 가격이 상승했다”며 “추진위원장이 정식으로 선임되고 본격적으로 재건축이 추진되면 가격이 오를 것이기 때문에 지금이 투자의 적기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부동산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1월 전용면적 79.42㎡(약 24평)대 아파트가 8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 같은 면적, 같은 층수의 아파트가 9억8900만원에 거래돼 1년도 안 된 사이에 1억원 이상 올랐다.

주민들, “사문서 위조, 100만원 갹출 요구 등 문제 심각” 주장

상당수의 아파트 거주민들과 인근 부동산 대표들은 지금까지 재건축이 지지부진한 원인으로 추진위원장 직무대행인 이씨를 지목했다.

이씨는 지난 2014년 총회를 열기 위해 동의서를 받으며 SNS로 받은 동의를 서류로 옮기는 과정에서 동의를 하지 않는 주민의 동의서를 작성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신반포2차아파트에 30년 가까이 살아왔다는 한 주민은 “이씨가 사문서 위조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며 “일부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주민들이 고등검찰청에 항고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 외에도 “이씨가 한 가구당 100만원씩 지원받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반포2차아파트재건축추진위원회 서승부 사무장은 “이미 검찰의 무혐의 처분으로 모든 의심이 풀린 상태”며 “몇몇 주민들이 억지로 항고와 재항고를 이어나가는 것뿐이다”고 일축했다. 이어 “가구당 100만원의 지원금은 시공사가 없어지고 운영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이씨의 직무대행을 반대하는 사람이라고 밝힌 한 주민은 “추진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은 사람이라면 합리적인 비판은 받아들여야 하는데 이씨는 소통하기는커녕 부모·형제·자식을 들먹이면서 욕을 하기 일쑤”라고 하소연 했다. 이에 대해 서 실장은 답변을 거부했다.

또 다른 주민은 “나는 재건축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씨가 주도하는 추진위원회와 조합은 반대한다”며 “빨리 새로운 사람으로 추진위원장이 선임돼 재건축이 추진됐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밝혔다.

C 부동산 관계자 역시 “이 일대 대부분의 공인중개사들은 이씨가 위원장으로 있는 한 재건축이 진행되지 못한다는 점에 공감한다”며 “위원장 문제만 해결되면 재건축 추진에 불이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 실장은 “사람들이 제대로 된 반대운동도 하지 않으면서 추진위원장 직무대행을 반대한다”며 “제대로 된 반대 세력이라 보기도 힘들다”고 했다. 그는 “단지 모바일 단체 메신저로 떠들기만 할 뿐이다”고 일소했다.

이씨를 반대하는 한 주민은 “이씨에 대해 반대하는 거주민들만 참여하는 단체 채팅방에는 420명이 들어와 있다”며 “예전에는 블로그나 SNS로 주로 활동을 했었지만 이씨 측에서 지속적으로 블라인드를 요청해 반대 의견을 사실상 묵살해 왔다”고 주장했다.

D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이씨가 작년 3월과 10월에 시도한 주민총회는 이씨에 대한 거부 의견을 가진 주민이 많아 모두 무산됐다.

이 관계자는 “지금 이씨는 추진위원장 직무대행 신분이기 때문에 총회를 열기 위해서는 주민 동의가 아닌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작년에만 법원으로부터 두 차례 허가를 받아서 총회 개최를 시도했지만 둘 다 실패했다”고 했다.

서 실장에 따르면 작년 3월 8일에 열린 총회는 정족수 미달로 무효 처리됐고, 같은 해 10월 25일에 열린 총회는 장소의 문제가 생겨 연기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취소 됐다.

반면 주민들은 3월 8일 총회는 이씨가 개회 직후 의결정족수가 모자란 것을 뻔히 알면서도 무리하게 회의를 진행하려는 의도를 보였다고 비판했으며, 10월 25일 총회에 대해서는 정족수 부족을 걱정한 이씨가 연기 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취소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 실장은 “고등법원에서 시한을 정하지 않고 허가를 받아서 현재 다시 총회를 준비 중이다”며 “몇몇 주민들이 추진위원장 직무대행에 대해 개임(改任)신청을 해놓은 상태라 이 일이 마무리되면 총회를 다시 열 예정이다”고 답했다. 이어 “추진위원장 직무대행은 오로지 법원에 의해 임명되고 해임되기 때문에 정해진 임기 같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씨를 반대하는 주민들은 “이씨는 법원이 임명한 것이지 때문에 법원의 판결로만 개임이 가능하다”며 “현재까지 350명이 넘는 주민들이 이씨에 대한 개임(改任)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전했다.

한 주민은 “올해 5월이면 우리 아파트도 공공관리제 적용대상이 된다”며 “공공관리제를 하는 것도 해결책 중에 하나”라고 말했다. 공공관리제는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관리를 민간이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