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업 부동산 재벌, 2900억 빌딩임대업 나섰다

제지업 부동산 재벌, 2900억 빌딩임대업 나섰다
전국 5000억 재력 추정…공장터에 코엑스 1.4배 27층 지식산업센터 건립

최성규 기자(powwow12@skyedaily.com)

기사입력 2016-02-24 00:07:44

2006년을 전후로 국내 골판지업계에는 활발한 인수합병(M&A) 바람이 불었다. 현재 한국 골판지 시장은 소위 ‘빅5’라 불리는 대형사가 매출의 대부분으로 차지하는 독과점 시장으로 재편됐다. 삼보판지는 아세아제지, 신대양제지, 동일제지에 이은 넘버 4업체다. 소재산업인 골판지산업은 설비투자에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자본집약적 장치산업이기도 하다. 따라서 제지업은 설비투자에 따른 진입장벽이 높아 신규업체의 진출이 어렵다.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이들 빅5의 위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빅5 가운데 전국에 많은 공장을 확보해 부동산 가치가 높은 삼보판지는 업계에서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M&A 여력이 있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삼보판지가 보유한 부동산의 가치가 최소 4000억원에서 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삼보판지는 최근 지나친 업계 경쟁으로 인해 판매단가가 하락하고 원가가 상승하자 부동산 개발을 통해 실적 만회에 나섰다. 삼보판지 창업주 일가는 시행법인을 만들고 삼보판지 부천 공장 부지에 준공될 지식산업센터를 분양중이다. 스카이데일리가 2018년 준공 예정인 부천 ‘삼보테크노타워’를 취재했다.

▲ 삼보판지는 전국에 있는 부동산을 통해 시가총액보다 자산이 더 많은 기업으로 주식투자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부동산 업계는 삼보판지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을 4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추정한다. 사진은 삼보판지 부천 1공장이 시화공단으로 이전한 부지에 지상 27층 규모로 건설중인 ‘삼보테크노타워’ 공사현장(위)과 삼보테크노타워 옆 부천 2공장 전경. 부천 2공장도 파주로 이전하면서 남아 있는 공장은 임대업으로 이용되고 있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삼보판지는 아파트형 공장 분양을 통해 임대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창업주 류종욱(77) 삼보판지 회장 일가는 시행법인 에스비개발프로젝트를 세워 삼보판지 부천 1공장 부지에다 지식산업센터인 부천 ‘삼보테크노타워’를 건설을 추진했다.

에스비개발프로젝트는 최근 지하철 7호선 춘의역 인근에 짓고 있는 삼보테크노타워를 분양 시장에 내놓았다. 삼보테크노타워는 지하 4층~지상 27층 규모로, 대지면적 1만9354㎡(약 5855평), 연면적 18만1157㎡(약 5만4800평)에 달한다.

높이는 63빌딩의 절반 정도인 117m이며, 연면적은 코엑스의 1.4배로 완공 후 부천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설계는 희림종합건축이, 시공은 대우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지난해 11월 착공된 이 건물은 2018년 4월 완공될 예정이다.

이곳에 있던 부천 1공장은 지난 2002년 7月 비용절감 및 원활한 생산관리를 위해 대체생산설비를 증설한 시화공장으로 이전했다. 대신 부천 제1공장을 부동산 임대로 전환하여 매년 약 11억원의 임대수입료를 얻었다.

1공장이 이전한 시화공장은 지난 1999년 준공됐다. 7만9745.80㎡(약 2만4123평)가 넘는 부지에 지어진 공장으로 유명세를 탔다. 이곳의 부동산 가치는 삼보판지 보유 부동산 중 가장 높게 평가받는다.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현재 시화공단 공장부지 평균 시세인 3.3㎡당 450만원으로 환산하면 이곳 시세는 약 1080억원이다.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15년 09월 30일 기준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부천 1공장 옆에 있는 2공장의 생산설비는 파주시 적성면 가월리 일대 조성된 ‘파주적성 중소기업 산업단지’로 2014년 7월 이전했다. 당시 적성단지 부지 분양가는 비교적 저렴한 3.3㎡(1평)당 평균 60만원 선에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보판지는 골판지 생산능력 증대와 지방영업 확충을 위해 적성단지 내 3만4757㎡의 공장용지를 포함, 건물 및 기계장치 등에 약 298억원의 투자를 단행했다. 이곳에 2014년 7월 부천 2공장의 생산설비를 이전·증설했고, 대신 부천 2공장은 1공장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임대로 전환했다.

분양대행사 문의 결과 1공장 부지에 들어온 삼보테크노타워는 현재 50% 가량 분양이 완료됐다. 제조동으로 된 저층은 대부분 호실이 분양 완료됐으며, 오피스로 이뤄진 고층은 상대적으로 미분양 호실이 많았다. 제조동의 일반적인 분양가는 3.3㎡당 600만원대이며, 오피스동은 고층으로 갈수록 분양가가 높은데,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16층의 경우 평당 분양가는 470만원대다.

배준형 리얼티코리아 빌딩사업부 수석팀장은 “삼보테크노타워 인근 대로변 건물의 시세는 평당 1800만원이다”며 “이 부지는 이면도로에 있기 때문에 이보다는 가격이 낮은 평당 1200만원으로 볼 수 있다”고 평했다.

이어 “토지 가격은 최대 703억원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신축 건물이기 때문에 연면적 1평당 건축비 400만원을 책정할 경우 건물값은 2192억원이다”며 “약 2900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청과물 납품하다 종이시장 성장 예측, 창업 42년만에 국내 업계 4위 기업으로 키워

삼보판지 창업주 류종욱 회장은 1965년 청과물을 군납하는 동남물산을 설립해 운영하던 중 선진국일수록 종이 소비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동생 류종우 부회장과 함께 종이제조업에 뛰어들었다.

종이 제조업에 문외한이었던 이들 형제는 1973년 3월 삼보판지를 설립했다. 그러나 불과 7개월 만에 제1차 석유파동을 겪으며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위기를 겪기도 했다. 이후 한국 경제의 눈부신 발전과 함께 성장한 삼보판지는 1994년 10월 코스닥시장 상장 기업이 됐다.

삼보판지는 1990년대 중반 설비증설을 위해 들어오기로 했던 외산 장비가 IMF 외환위기로 인한 환율 상승으로 가격이 올라 고비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위기를 극복하며 삼보판지는 경쟁 회사를 인수하고, 공장을 증설하며 몸집을 불려나갔다.

삼보판지는 자회사로 골판지 생산업체인 동진판지·한청판지·삼화판지·뉴우니패킹(지분율 각 100%)와 골판지 원지 생산업체인 고려제지(지분율 60%)가 있다. 삼보판지와 직접적인 지분관계는 없지만 류종우 부회장 일가가 다량의 주식을 보유한 관계 회사로는 대림제지가 있다. 대림제지는 고려제지의 나머지 지분 40%를 갖고 있다.

삼보판지는 이들 자회사와 수직 계열화를 통해 골판지 원지부터 골판지 및 상자까지를 토탈 생산하고 있다.

삼보판지는 2000년대 중반 이전까지 류종욱 회장, 류종우 부회장, 류종규 고문이 공동 최대주주로 형제 경영을 하다가 2005년 이후 증여를 통해 2세 체제로 전환을 시도했다. 그 결과 류종욱 회장의 차남 류진호 고려제지 대표이사가 삼보판지의 최대주주로 올라섰으며, 류종우 부회장의 장남 류동원 삼보판지 대표이사는 2대 주주가 됐다.

류 회장의 동생 류종규 고문의 지분 10.00%는 2011년 류진호 고려제지 대표이사가 전량 인수했다. 류 회장의 장남 류경호씨는 삼보판지의 지분 13.68%를 갖고 있으나 경영 참여는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자회사를 보유한 삼보판지는 2014년 기준 3조4000억원 시장의 골판지 업계 빅5로 성장했다. 아세아제지, 신대양제지, 동일제지에 이은 넘버 4업체로 평가 받는다.

매년 3000억원대(연결 실적 기준)의 매출을 올리는 삼보판지는 지난해 판매단가의 하락과 원가 상승 등의 이유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특히 담합혐의로 부과받은 과징금이 실적에 반영돼 직전 사업연도 대비 당기순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2015년도 잠정 매출액은 3025억원으로 2014년 매출액 3032억원 대비 0.2% 하락했으며, 업이익은 123억원으로 직전년도 202억원 대비 -38.8%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직전년도 대비 무려 479억원 하락해 적자 전환했다.

삼보판지는 시가총액보다 자산이 더 많은 기업으로 주식투자자들 사이에서 유명한 기업이다. 23일 기준 삼보판지의 시가총액은 969억원이고, 같은 날 기준 또 다른 상장사인 대림제지의 시가총액은 434억원이다. 이는 이들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4000억원에서 5000원에 달하는 부동산 자산의 4분의 1 정도밖에 안 되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