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아버지의 손맛을 이어받아 대구탕 대박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이가 있다. ‘자원 대구탕’ 백용현 대박 사장(41)이다.

어른 손바닥 정도의 큼지막한 대구살 위에 매일 새벽 대박 사장이 직접 공수하는 싱싱한 미나리와 콩나물을 얹어 시원함이 가득! 여기에 야채와 육수는 원하는 대로 무료 제공된다.

국물이 쫄 즈음에 볶아주는 볶음밥도 대박집 별미다. 대구탕 1인분에 8천 원. 아무리 주머니 가벼운 대식가라도 이곳에서는 뱃속을 든든히 채울 수 있다.

이제 여름은 갔다.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는 철이 다가 오고 있다. 대구탕의 맛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이다. 그러면 대박집은 문전성시! 하루 매출 400만 원을 거뜬하게 넘긴다. 대구탕으로 살아있는 전설이 된 대박집의 35년 노하우를 잇고 있는 대박 사장을 만나보았다.

가수 배호가 실연한 남자의 사연을 노래했던 ‘돌아가는 삼각지’의 현장인 삼각지. 용산구 삼각지역에 가면 대구탕 골목이 있다. 유명하다는 얘기를 듣고 무작정 삼각지역으로 향했다.

찾은 곳은 1번 출구 건너편에 위치한 ‘자원 대구탕’이다. 35년 동안 오롯하게 대구탕만을 고집한 곳으로 이른바 용산구 대박집이다. 아들 백용현 대박 사장이 아버지(백환기,68)의 뒤를 이어 2대째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35년 전 어머님(홍계자,67)이 지금은 사업차 미국에 계신 작은 아버님께 얼큰한 대구탕을 끓여준 게 사업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되었다”

“1960년대 당시에 명동에 있었던 호텔 이름이다. 그곳에서 아버님이 음식 관련 주방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이제껏 대구탕 가게를 경영하고 있다”라고 그는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그는 지난 1998년, 군 복무 제대 후 아버님으로부터 대구탕의 온갖 노하우를 전수받게 된다. 그리고 현재에 이르렀다.

“대구탕은 겨울철이 성수기다. 겨울엔 하루에 500인분을 소화하기가 벅차다. 지금은 여름철이라 300인분 정도 팔린다”

수입냉동 러시아산 대구탕의 1인분 가격이 8000원이니 결코 무시 못할 매출이다. 그래서일까. 주말에 이곳을 찾는 대구탕 매니아들은 줄을 서야만 간신히 2층이나 3층의 입장이 가능하다. 당연히 1층엔 자리가 없다. 1년에 명절 하루만 쉬기 때문에 평일보다 일요일이 더 바쁘다.

“서울 전역에서 가족 단위로 찾아온다. 지난 35년간 한 번도 장사가 안 돼 곤란을 겪은 적이 없다. 이젠 규모도 많이 커져서 개업 초기에 1층에서 하던 집이, 20년 전에 2층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최근엔 3층으로 넓혔다”

대로변 골목에 위치한 3층 건물의 주인이다 보니 건물 가격 또한 예사가 아닐 것이다.

“며칠 전에 김황식 국무총리께서 다녀가셨다. 국물이 너무나 시원하다고 말씀하셨다”고 뿌듯해하는 그에게 대구탕 요리의 노하우를 물어보니 대외비라면서 간단히 귀띔한다.

“통통한 콩나물을 냄비 바닥 가득하게 깐다. 대구 머리와 몸통, 지라, 고니 등을 차례로 올린 후 다진 마늘과 고추 양념장을 두른다. 향이 은은히 배도록 미나리를 촘촘히 덮고 육수를 부어 손님상에서 끓여준다. 걸쭉하고 맛이 진해야 해장도 된다. 물론 속이 든든해진다”

“해장의 첫째 조건은 맵지 않고 얼큰해야 한다. 쓰린 속을 쓸어내리며 연신 ‘시원하다’를 외칠 수 있어야 탕으로서 자격이 생긴다. 생선살과 내장 그리고 야채를 다 먹고 나면 국물에 밥을 볶아 준다. 밑반찬은 무한정 리필된다”

양념의 비결에 대해선 일체 함구한다. 그러면서 대구의 효험에 대해 설명을 한다.

“입이 커서 대구라고 이름 붙여진 대구는 기(氣)를 보(保)해 주는 효과가 있다. 지방이 적다. 담백하면서 맛도 좋다. 숙취를 풀어주고, 간을 보호해 준다. 피도 맑게 해준다. 그래서 얼큰하게 끓이면 체질적으로는 폐와 기관지가 약한 태음인에게 효과적이다”

가게에 들어서니 각종 매스컴에 많이 소개되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벽면에 이리저리 부착된 홍보물들이 시선을 잡아끈다.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벌써부터 대구탕을 안주 삼아 소주를 즐기는 이들이 꽤 많다.

대구탕처럼 지리, 내장탕도 1인분은 8천 원이다. 탕을 시키면 딸려 나오는 반찬이라고는 딱 두 가지. 빨간 김치와 동치미이다. 조촐한 반찬이지만 맛은 있다. 대구탕이 끓기 시작한다.

커다란 대구살이 둥둥 떠오르기 시작한다. 내장 ‘곤이’가 하얗게 떠오른다. 보글보글 끓는다.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게만 느껴진다. 조금이라도 빨리 익으라고 국물을 국자로 떠서 대구 위에 뿌려주는 아줌마들의 친절이 느껴진다. 보글보글 잘 익어가고 있다.

국물이 시원하고 맛있다. 국물뿐만 아니라 대구살도 쫀득쫀득하다. 주방 앞에는 ‘원조 대구탕-자원 본가’라는 액자가 걸려 있다. 본점임을 알리는 징표이다. 다시금 입맛이 돈다.

“첫째 양이 푸짐하고, 맛이 좋다. 둘째는 저렴하다. 그리고 셋째는 종업원의 친절이다” 그는 ‘자원 대구탕’이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이유를 간단하게 규정짓는다.

주위에 국방부가 있고 예전에는 육군본부까지 있었기에 군인들이 전국으로 이동하면서 입소문이 퍼지게 되었다는 이곳. 그동안 입소문은 전국을 몇 바퀴나 돌지 않았을까? 용산 일대에 거세게 불고 있는 개발 바람도 아직 다다르지 않은 곳이지만 백 사장의 꿈은 계속 영글고 있다. 그의 야무진, 소중한 외침과 함께 말이다.

“돈 버는 비결이 뭔지를 알려면 우선 ‘진정한 성공’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나도 그간 번 돈이 작지 않다. 하지만 결코 성공을 돈으로 계산하지 않는다.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느냐에 따라 내 삶의 성공 여부가 평가된다’고 생각한다. 장사를 하고는 있지만 나는 꾸준히 번 돈을 불우이웃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계속 기부할 것이다. 지속적인 그런 행동만이 내가 어떻게 성공적인 삶을 살았느냐를 보여주는 궁극적인 시금석이 아니겠는가”

그렇다. 그의 사회공헌활동은 ‘돈 많은 이들의 부자 행세’가 아니었다. 진심 어린 도움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사회공헌활동의 중요성을 모범적인 실례로 보여주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니 재차 대단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