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외제차 손님들이 찾는 도곡 시골장터

[창간1주년 특집(Ⅱ)=강남 재래시장을 찾아]-③부자들이 단골인 ‘도곡시장’

김진수 기자(jinsuac@skyedaily.com)

기사입력 2012-09-05 13:01:05

강남지역에 위치한 전통재래시장은 다른 지역의 유명 재래시장과 달리 주거지와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취재한 은마종합상가는 강남구 동쪽의 아파트 밀집지역 중심에 있었고, 영동전통시장은 주변에 단독주택, 연립주택 등 주거지와 상가가 함께 몰려 있다. 강남구 남쪽 지역에 위치한 도곡시장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재건축 등으로 새롭게 들어선 도곡 렉슬, 삼성 래미안 등 브랜드 아파트들이 도곡시장을 사방으로 둘러싸고 있다. 또 바로 옆에 고급백화점과 값 비싼 유기농 채소만을 판매하는 상점 등도 도곡시장과 마주 보고 있어 어찌보면 마치 개발 안된 한 모퉁이 같다는 착각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도곡시장의 강점이 있다. 아파트들이 모여 있다 보니 굳이 차를 타고 대형마트까지 갈 필요없이 주부들이 잠깐 짬을 내 손쉽게 장을 보러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맞은 편에 위치한 백화점과 고급 야채 가게 등도 허름한 시장의 경쟁 상대가 아니라 서로간 부족함을 채워주는 공존의 관계다. 이곳을 찾은 시장 고객 대부분은 고급의류 등은 백화점에서, 먹거리는 오랜 전통으로 신뢰할 수 있는 도곡시장에서 구매를 하는 ‘장보기 듀얼플레이’ 형태를 띠고 있었다. 재건축 등으로 예전의 명성은 위축되고 규모도 작아졌지만, 여전히 강한 시장 도곡시장을 스카이데일리가 창간 1주년을 맞아 현장 취재했다.

▲ 도곡시장을 찾는 부유층은 인근의 백화점에서 쇼핑을 한 후 2차 쇼핑을 위해 이곳을 즐겨 찾고 있다.

(Ⅱ)창간1주년 특집=강남 재래시장을 찾아

①은마종합상가

②영동전통시장

③도곡시장

한때 아파트 평당 가격이 4000~5000만원에 달해 우리나라에서 둘째라면 서러워 할 도곡 렉슬아파트를 비롯 삼성래미안, 대치 아이파크, 역삼2차 아이파크, 역삼 푸르지오 등 내로라 하는 명품 브랜드 아파트가 밀집된 서울 한티역 주변은 강남구에서도 부촌중의 부촌으로 손꼽힌다.

강남 남쪽 지역이 재개발되면서 이처럼 새롭게 들어 선 부촌 아파트 뿐 만아니라, 한티역 인근에는 롯데백화점 강남점과 고급 야채 상점 등도 속속 들어서면서 동네의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그러나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선릉로변에 중고가구를 사고 파는 조그만 가구가게 사잇길로 이곳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그만 시장이 나온다.

▲ 도곡시장은 부촌아파트와 고급백화점 및 고급상점 등으로 둘러 싸여 있다. ⓒ스카이데일리

서울 강남구 도곡동과 대치동 지역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전통재래시장인 도곡시장이다.

30~40년 전부터 상인들이 모여 형성된 도곡시장은 재건축으로 새로 지은 삼성 래미안 아파트가 들어서기 까지는 재래시장으로 활기를 띠었다.

그러나 지금은 약 500m 골목길에 70여개 가게가 모여 있는 소규모 시장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시장보기에 부족하지는 않다. 과일, 밑반찬, 떡, 생선, 야채, 화장품, 문구, 빵가게에다 시장마트까지 없는 게 없는 곳이다.

또 길거리에서 좌판을 펴고 야채류를 파는 상인들도 있어 말 그대로 시장 분위기에 흠뻑 젖을 수 있는 곳이다.

이런 주변 환경 때문에 명품의류나 가방은 옆에 있는 백화점에서 구매하고 식재료 및 어패류 등은 이곳 시장에서 구매한다는 게 시장 상인들의 전언이다. 다시 말해 쇼핑과 장보기 등 듀얼플레이가 가능한 지역이다.

이처럼 주변 부촌에서 이곳을 찾는 이유는 상인들이 적게는 5년 이상, 많게는 10년 이상 이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어 믿음이 가고, 시골인심 못지않은 넉넉한 정과 향수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장보기 ‘듀얼플레이’가 가능한 지역

삼성 래미안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부 최 모씨는 스카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주위에 마트도 많이 있지만 시간을 내 일부러 도곡시장에 온다”며 “이곳은 도심 속 시골과 같은 분위기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부 최 모씨는 “백화점에서 몇몇 물건을 구입하고 이 곳 도곡시장에 왔다”며 “백화점에서도 식재료를 구입할 수 있지만 재래시장이 더 싱싱할 것 같아 남편과 같이 동행했다”고 말했다.

도곡시장은 인근 주민 뿐 아니라 외지에서도 즐겨 찾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에서 인터뷰한 시장 손님 대부분이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고 그곳에 주차를 한 후 2차 쇼핑코스로 도곡시장을 선택하고 있었다.

▲ 도곡시장에 위치한 시장 가게들(사진 위), 도곡시장에서 야채가게를 운영하는 상인.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은 “아이들 옷을 백화점에서 구입하고 시간을 내서 전통시장을 들렀다”며 “이곳에 오면 마음이 편안해 지고 시골에서 살던 정을 느낄 수 있어 집이 멀지만 차를 몰고 자주 온다”고 말했다. 그는 차는 백화점에 주차해 놨다고 귀띔했다.

경기도에서 이곳을 찾은 주부 이모씨는 “남편은 백화점에서 아이와 함께 잡화를 구경하고 있고 나는 시장에서 찬거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상인들 10년 이상 돼야 명함 내밀어

도곡시장은 재개발되기 이전에는 긴 골목길로 시장이 형성됐고 제법 규모가 있는 전통 재래시장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10여년 전 바로 앞에 래미안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일부 시장길이 없어졌고 지금의 골목만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 10년 전 재개발에 따라 래미안 아파트가 들어선 이후 시장이 많이 축소됐지만 아직까지 전통시장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야채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이곳에서 야채를 판매한지 37년이 됐다. 옛 도곡시장 길에 래미안 아파트가 들어선 이후 많이 축소됐지만 그래도 단골들이 많이 찾아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도곡시장 번영회 최대호 씨는 “도곡시장은 70여개의 상점이 500여m에 불과한 소규모 골목길에 밀집돼 작은 재래시장으로 변했다”며 “하지만 상인들 대부분은 10년 이상 된 터줏대감들로 이 때문에 단골이 많다”고 설명했다.

가장 오래된 곳은 대농그린 마트로 40년의 전통을 갖고 있다. 이곳은 도곡시장 명물로 알려졌는데 마트의 주인은 조성명 전 강남구의회 의원이다.

▲ 도곡시장의 명물 대농그린마트. 이곳은 40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도곡시장의 명물 ‘닭강정’

상인 번영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먹거리는 닭장정으로 이 맛을 느끼려 유명연예인 뿐만 아니라 멀리 외지에서도 찾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 관계자는 “한번은 탤런트 이미영(전영록씨 전 아내)씨가 이곳을 찾아 닭강정을 먹기도 했다”며 “고급차를 끌고 외지에서 온 손님들도 닭강정 만큼은 꼭 먹고 간다”고 소개했다.

닭강정 인기에 힘입어 몇몇 가게들이 붙어 영업을 하고 있었고, 닭강정 하나만 취급하는 가게도 있었다.

▲ 도곡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닭강정

이밖에 재래시장의 단골메뉴인 떡볶이와 어묵, 파전 가게 등도 도곡시장에서 인기가 많다.

상인 번영회 관계자는 “전통시장이 서민을 위한 곳이기도 하지만, 이곳 부촌 주민 뿐 아니라 외지의 부유층도 자주 찾고 있기 때문에 이미지 변신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며 “외지에서 오는 고객이 많은 만큼 즐기기에 불편함 없는 시장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