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스마트폰의 핵심부품으로 SLP(Substrate Like PCB)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차세대 메인기판(HDI)라 불리는 SLP는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아이폰8에 탑재가 확정된데 이어 삼성전자도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갤럭시S9에 싣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SLP는 기존 HDI(고밀도 다층 기판)에 반도체 패키징 기수을 적용해 층수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기존 HDI보다 크기는 작지만 보다 많은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마트폰 디자인을 슬림화하는 데 필수적인 부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SPL는 수백억원에 달하는 설비투자와 반도체 패키징 등의 고급기술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기존 업체들은 SLP 투자를 망설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 삼성전자가 HDI를 SLP로 전환하며 시장 진입의 물꼬를 트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SLP 도입을 위해 주요 협력사들에게 시제품 개발과 관련 설비투자를 주문했다.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만큼 기존 삼성전자에 기판을 공급하던 업체는 10여 곳이지만 아직 4개 업체만 SLP 생산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 알려진 업체는 삼성전자의 부품 계열사 삼성전기와 대덕GDS, 이수페타시스, 코리아써키트다.

 

삼성전자의 주력 PCB(인쇄회로기판)공급사 대덕GDS는 올 초부터 SLP 시장진입을 위해 2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결정했다. 대덕GDS는 스마트폰 시장 확장기 삼성전자 수혜를 누렸지만 스마트폰 성장이 둔화되기 시작하며 최근 매출이 역신장하고 있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번 SLP 설비 투자로 성장 정체를 극복하고자 한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종합 PCB업체 이수페타시스도 최근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SLP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수페타시스 역시 스마트폰 PCB 시장 공급과잉으로 인해 지난해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최근 165억원 규모의 SLP 설비투자를 결정하며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영풍그룹의 코리아써키트도 앞서 삼성전자의 주문에 응답해 설비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품업계 등에 따르면 SLP는 기술 난이도가 높은 만큼 납품단가도 비싸다. 갤럭시S9가 흥행된다면 그만큼 수혜를 톡톡히 받을 수 있다는 잠재적 매력요소를 갖고 있는 셈이다. 또 향후 SLP가 적용될 스마트폰이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에 부품업체들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의 또 다른 주력 공급사인 디에이피(DAP)는 이번 SLP 개발 과제에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규모가 2400억원에 불과한 디에이피 입장에서 대규모 투자는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SLP가 상용화된다면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향후 양산성 추이 여부를 지켜본 뒤 투자를 결정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유은주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