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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주역 위협하는 독버섯 ‘한국마사회 도박장’

폐쇄 결정 용산 외에 학교·거주지 옆 활개…“전부 폐쇄” 분분

이성은 기자(asd3cpl@skyedaily.com)

기사입력 2017-08-29 17:35:24

한국마사회는 지난 2015년 5월 주민들의 반발을 무시한 채 용산 화상경마장을 개장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끊이지 않았고, 결국 지난 27일 용산 화상경마장 폐쇄를 결정했다. 올해 말까지 용산 화상경마장 영업을 중단하겠다는 계획이다. 용산 화장경마장 폐쇄가 결정된 이후 여론이 크게 들썩이고 있다. 용산과 마찬가지로 거주지·학교시설 인근에 화상경마장이 존재하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여론은 형평성을 고려해서라도 거주지 인근에 위치한 화상경마장을 전부 폐쇄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형국이다. 이 같은 논란이 불거져 나온 대표적인 지역으로는 도봉구 창동, 동대문구 신설동, 강남구 대치동 등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주거지·학교시설 인근 도박장 논란에 휩싸인 화상경마장과 이를 운영하는 한국마사회 등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을 취재했다.

▲ 서울 시내에 위치한 한국마사회 화상경마장 폐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한국마사회 측이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용산 화상경마장을 폐쇄하기로 하면서 상황이 비슷한 타 지역 화상경마장도 형평성에 맞게 폐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동대문 화상경마장에 입장하는 한 방문객 모습 ⓒ스카이데일리
 
서울시내 곳곳에서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화상경마장 폐쇄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얼마 전 용산에 위치한 화상경마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하면서 상황이 비슷한 타 지역 화상경마장도 형평성에 맞게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이 높게 일고 있다. 대부분 학교나 주거지 인근에 위치한 곳들이다.
 
용산구 등에 따르면 용산 화상경마장은 지난 2013년 9월 서울 용산역 인근에서 지금의 용산구 한강로3가로 이전했다. 하지만 이곳은 개장 이전부터 주민들의 반발로 인해 파열음이 끊이지 않았다. 인근 성심여자중·고등학교와의 거리가 불과 215m에 불과한데다 주거지역과도 가까워 주민들은 학생들에게 유해한 효과를 미친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에는 학교 시설반경 200m 이내는 각종 유해시설이 들어설 수 없지만 용산 화상경마장은 불과 15m 차이로 이 규정에서 벗어났다. 결국 지역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만들었고 2014년 1월부터 화상경마장 앞에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국민권익위원회도 같은해 6월 한국마사회 측에 용산 화상경마장 이전 또는 철회를 권고하기도 했으나 마사회는 2015년 5월 화상경마장 개장을 강행했다.
 
화상경마장이 문을 연 이후에도 주민들의 반발은 끊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전에 비해 더욱 극심해졌다. 화상경마장이용객들이 주변에서 노숙을 하거나 술을 먹고 행패를 부리는 사례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결국 마사회는 지난 27일 주민들과 ‘용산화상경마장 폐쇄 협약’을 맺고 올해 연말까지 화상경마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이름만 문화공감센터, 실상은 도박장…유해시설 낳는 악의축 ‘화상경마장’
 
한국마사회 및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화상경마장은 전국에 31곳이 있다. 이중 24곳이 수도권에 몰려있다. 서울에는 △청담 △강동 △강북 △도봉 △동대문 △선릉 △영등포 △용산 △종로 △중랑 △광진구 워커힐 호텔 등 화상경마장 11곳이 존재한다.
  
▲ 도봉 화상경마장 주변에는 사설게임장이 여럿 존재한다. 주민들은 화상경마장으로 인해 도박을 즐기는 몰리면서 발생한 현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위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도봉 화상경마장 입구, 도봉 화상경마장 인근 사설 게임장, 도봉 화상경마장 앞 경마정보지 판매상인들 모습 ⓒ스카이데일리
 
화상경마장들은 워커힐 호텔을 제외하곤 대부분 인구 밀집 지역에 위치해 있다. 특히 기존 화상경마장들 역시 용산과 마찬가지로 인근에 학교나 주거지 밀집 지역이 존재해 문제의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서울 시내 곳곳에 위치한 화상경마장의 이름을 ‘렛츠런C.C.C( Culture·Convenience·Center)’로 바꾸고 건물 내에서 문화강좌 등을 실시해 지역밀착형 문화공간으로 바꿔나간다는 입장이지만 여론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한 상황이다.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도봉 화상경마장 인근 반경 1km안에는 9곳의 초·중·고등학교가 존재한다. 반경 2km 안까지 포함하면 무려 31곳이나 된다. 현행법상 200m 기준을 훨씬 넘는 거리이지만 화상 경마장 앞에는 아파트 단지 등이 들어서 있어 등·하교를 하거나 주말에 이곳을 오가는 학생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특히 지역 상권에 사설 게임장 등 청소년 유해시설이 생겨나면서 지역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화상경마장에 도박을 즐기는 이들이 몰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들을 대상으로 한 다른 유해시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경마 경기가 주말에 열린다는 점을 감안, 지난 주말 스카이데일리는 직접 도봉 화상경마장을 찾았다. 도봉 화상경마장 앞에는 경마 정보지를 팔려는 장사꾼들이 간이 테이블을 가져다 놓고 오후 내내 영업을 하고 있었다. 경마장 앞을 지나치자 한 중년 여성은 “화상경마장에 들어가려면 유료 입장권이 필요하다”며 “원래 5000원인데 2000원까지 깎아주겠다”며 호객행위까지 일삼았다.
 
화상 경마장 주변으로는 ‘게임장’이라는 이름의 업소들이 들어서 있었다. 현금으로 바꾼 코인을 이용해 도박을 즐기는 사설 도박장이다. 지난해 10월 개업했다는 이곳 업주 김민교(가명)씨는 “이곳에 오는 손님들은 대부분 화상경마장에서 경마를 즐긴 후 오는 이들이다”며 “당초 화상경마장 손님들을 유치할 목적으로 가게를 차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화상경마장, 사설 도박장 등의 등장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들은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었다. 화상경마장에 도박을 즐기러 온 사람들의 모습은 아이들의 교육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 동대문 화상경마장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는 화상경마장을 없어져야 할 혐오시설로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해져 있었다. 화상경마장 앞에는 술에 취해 길바닥에 쓰러진 취객들이 빈번하게 목격되는가 하면 고성이 오가는 다툼 등의 소란도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사진은 고교생들이 다니는 학원 건너편에 위치한 동대문 화상경마장(위)과 동대문 화상경마장 앞에서 술에 취해 쓰러진 방문객 모습 ⓒ스카이데일리
 
두 아이의 엄마인 조은미(45·여) 씨는 “화상경마장 때문에 지역 내에 유해업소들이 더욱 늘어난 것 같다”면서 “가뜩이나 화상경마장 앞에 경마 정보지 등을 파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는데 화상경마장을 중심으로 퇴폐업소 전단지나 게임장 등이 갈수록 더욱 활개를 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씨는 “화상경마장 바로 인근에 학교가 위치한 건 아니지만 바로 근처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에서 학교로 등·하교하는 학생들도 많고, 아이들이 주말이면 집 근처를 다니는 일들이 많은데 좋을 리 없지 않느냐”면서 “용산에서 화상경마장이 폐쇄하기로 했다는데 이곳도 폐쇄해야 마땅하다”고 토로했다.
 
대낮부터 화상경마장 앞 쓰러진 취객들…“아이들 교육에 좋을 리 있겠나”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에 위치한 동대문 화상경마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동대문 화상경마장에서 직선거리 약 420m, 약 330m 거리에는 각각 용두초등학교와 대광중·고등학교 등이 존재했다.
 
이곳 학교 학생들 중에는 등·하교 길에 화상경마장을 지나칠 수밖에 없는 이들도 여럿 있었다. 화상경마장으로부터 약 160m, 도보 약 5분 거리에는 서울시립 동대문 도서관이, 화상경마장 맞은편에는 고등학생들이 주로 다니는 학원 등이 각각 자리하고 있었다.
 
동대문 화상경마장 인근 역시 경마 경기가 있는 주말 오후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화상경마장 입구 근처에는 대낮부터 술에 취해 쓰러져 있는 사람이 목격됐다. 취객이 쓰러져 있는데도 화상경마장 직원들은 본체만체 했다. 한 직원은 “아까부터 깨웠는데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나중에 정 못 일어나면 경찰에 신고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곳을 지나던 고등학생 이승언(17) 군은 “이 근처에 살아서 집에 갈 때마다 화상경마장을 지나쳐야 하는데 주말마다 이런 광경을 흔하게 본다”며 “술 마시고 쓰러져 있거나 말다툼을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볼썽사납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 김보미(31·여) 씨도 “이제 4살 된 자녀를 둔 입장에서 절대 좋아 보이지 않는다”면서 “용산 화상경마장은 사라지는데 이곳은 왜 여태 계속 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교육1번지에 드리운 한국마사회 검은 그림자…“국가미래 팽개치고 돈벌이만 급급”
 
교육특구로 알려진 강남 지역도 예외는 아니었다. 강남 일대 화상경마장은 청담동과 대치동 등에 위치해 있다. 특히 대치동에 위치한 화상경마장 반경 약 680m 안에는 진선여중·고교와 도성초등학교 등의 존재한다. 이곳 학부모들 역시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화상경마장 주변의 피폐한 환경이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교육특구’라 불리는 강남구 대치동에도 화상경마장이 존재한다. 이곳 주변에는 초·중·고교가 위치해 있어 학부모들의 원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말이면 화상경마장 앞에는 술에 취한 이들이 자주 목격돼 아이들의 교육에 좋지 않다는 게 주민들의 반응이다. 사진은 선릉 화상경마장 안에서 경마 스크린을 바라보는 방문객 모습 ⓒ스카이데일리
 
16살 자녀를 둔 조선영(49·여)씨는 “도대체 이곳에 화상경마장이 존재한다는 게 말이 안된다”면서 “학생들이 학교를 다니며 지나 칠 수밖에 없어 걱정이 많다”고 강조했다. 조 씨는 “아무리 잘 포장해봐야 경마는 결국 도박이 아닌가”라며 “아이들 교육 때문에라도 학교·학원을 오가는 곳에 화상경마장은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18살 자녀를 둔 송시언(50·여)씨는 “아이들이 화상경마장 내부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단지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지 않은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 “화상경마장 인근에는 주말마다 행색이 좋지 않고 술에 취한 듯 한 모습을 보이는 이들이 거리를 어슬렁거리기 때문에 늘 불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이 도박 환경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되면 경마가 재밌는 놀이라고 생각하는 등 도박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가질 수 있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화상경마장의 유·무해를 떠나서 학교시설 인근 및 주거지역내에 들어서는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김영호 을지대학교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는 “생활 속에서 도박을 할 수 있다고 느끼는 것 자체가 문제다”며 “학생들이 등·하교를 하는 등 지나다니며 화상경마장과 같은 도박장을 보면 호기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소년들은 왜곡된 인식을 갖고 화상경마장은 돈도 벌고 재밌는 곳인데 청소년이라 가지 말라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화상경마장을 찾는 대다수의 방문객은 도박 중독자들이다”면서 “오지에 건설돼 접근성에 제한을 둔 강원랜드처럼 화상경마장도 학교 밖 200m 등과 같은 거리 제한뿐 만 아니라 도심에서 아예 벗어나야 하는 등의 강력한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성은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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