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서성 운성시 신강현에 있는 마수산으로 밝혀진 안시성에서 양만춘 장군이 쏜 화살을 왼쪽 눈에 맞은 당 태종 이세민은 전군에 총 퇴각명령을 내린다.

그런데 춘추필법의 중국기록을 그대로 인용한 ‘삼국사기’에 따르면 날씨가 추워지다 보니 식량문제를 염려해 회군한다는 명령을 내린다. 안시성주가 성루에 올라 황제에게 작별을 고하니 이에 비단 100필을 내려 그의 임금에 대한 충성심을 격려했다고 이상하게 기록돼 있다.

 

이어 “이세적과 강하왕 이도종에게 보·기병 4만을 주어 후위를 맡기고는 20일 요동성을 지나 21일 요수를 건너 요택에 이르렀으나 말과 수레가 건너지 못할 정도의 늪지대였다”며 “장손무기에게 영을 내려 1만 명의 군사들에게 풀을 베어 메우게 하고 물이 깊은 곳은 수레로 징검다리를 삼아 건너도록 했다.

황제도 몸소 나무를 말안장에 묶어 이 일을 도왔다”는 기록이 있다. 당 태종 이세민이 얼마나 다급했으면 자신의 말까지 작업에 투입했을까.

 

이어 “겨울 10월 1일 포오거에 이르러 말을 세우고는 길을 메운 병사들을 독려해 발착수를 건너게 하는데 폭풍을 동반한 폭설이 몰아치자 옷이 젖어 죽는 병사가 많아 길가에 불을 피워 병사들을 기다렸다”고 기록돼있다. 이는 요택을 통과하기 위해 부랴부랴 임시도로를 만드는 모습이다. 여기까지는 ‘태백일사’의 기록과 동일하다.

 

 

이후 당 태종은 요동정벌에서 10개의 성을 함락시켰고, 3개주에서 7만 명의 주민을 중국으로 이주시켰다. 또 신성, 건안, 주필산에서의 3차례 전투에서 고구려 군사 4만 명의 목을 베었는데 이에 비해 당나라의 피해는 2천명의 군사가 전사하고 전마(戰馬)가 십에 칠팔이 죽은 대승이었다고 춘추필법으로 기록돼 있다. 또한 고연수는 항복한 이후로 늘 탄식하더니 근심으로 죽고 고혜진은 끝내 장안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만일 당 태종이 위와 같이 엄청난 대승을 거두었다면 왜 돌아가면서 요동정벌에 성공하지 못했음을 깊이 뉘우치며 “위징이 만일 있었더라면 나로 하여금 이번 원정을 하지 못하게 했을 것이다”고 탄식했느냐는 것이다.

또 파발마를 보내 위징에게 제사지내고 전에 자신이 허물었던 비석을 다시 세우게 하고 위징의 처자를 행재소로 오도록 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는 위 당 태종의 대승기록이 허위였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 ‘태백일사’에는 발착수 이후의 당 태종 퇴각장면이 위 중국기록과 전혀 다르게 기록되어 있다. “이 때 막리지 연개소문은 승승장구하여 아주 바짝 추격했다. 추정국이 적봉에서부터 하간현에 이르고 양만춘은 곧바로 신성으로 나아가니 당나라 군사는 갑옷과 병기를 마구 버리면서 도망가 드디어 역수(易水)를 건넜다.

뒤를 바짝 쫓으니 당 태종은 궁지에 몰려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마침내 사람을 보내 항복을 구걸했다. 이에 연개소문은 수만의 군사를 이끌고 성대하게 의용을 갖추어 진열한 뒤 선도하게 하여 장안성에 입성하여 약속하니 산서, 하북, 산동성과 강좌(양자강 이북)가 모두 고구려에 속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태백일사’의 기록을 무척 통쾌하게 생각하면서도 “정말로 연개소문이 항복한 당 태종을 장안까지 선도해 들어갔을까”라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당 태종이 연개소문에게 당연히 항복했을 걸로 확신한다.

 

왜냐하면 고구려로 들어올 때 흙다리를 만들어 요택을 통과한 당 태종이 병사들의 전투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귀로인 흙다리를 모두 없앴기 때문이다. 퇴각할 때 막다른 골목에 몰린 생쥐와 같았던 당 태종이 어찌 요택에서 항복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200리 요택을 지나기 위해 수 양제는 운하(영제거)를 만들었다. ‘수서 양제기’ 608년 기사에 “하북(河北) 여러 군의 남녀 백여만을 동원해 영제거(永濟渠)를 뚫어 심수(沁水)의 물을 끌어 남쪽으로 황하(黃河)에 다다르게 했다.

북쪽이 탁군(涿郡)과 통했다”는 기록에서 보듯이 엄청난 인력이 투입되어 만든 수로이다. 비록 중국 특유의 과장은 있겠지만 이 기록과 200리 늪이라는 점으로 미루어보아 요택은 예사 규모가 아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비록 지연전을 펴면서 퇴각하는 4만 명의 후위 보·기병들이 있다고는 하나 막리지의 총공격명령에 의해 고구려의 모든 군대가 총출동해 당 태종의 후미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상황에서 200리나 되는 진흙밭을 풀을 베어다가 메꾸고 수레로 징검다리를 만들어 후다닥 건너갔다는 기록은 그야말로 어불성설로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이야기이다.

 

 

메마른 음력 9월말에 풀이 있어야 얼마나 있을 것이며 또 풀로 다리 역할이 가능할 것인가. 가능하다면 얼마만큼 베어다가 메워야 다리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한마디로 어불성설의 기록이다.

 

물이 깊은 곳은 수레로 징검 다리를 삼아 건너게 했다는데, 200리 늪지대를 지나가려면 도대체 얼마만큼의 수레가 필요하며 또 고구려 기병들에게 바짝 추격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망가는 당나라 군사들이 행군속도를 줄여 걸그적 거릴 수레를 많이 끌고 갔다는 건 삼척동자도 이해하기 어려운 기록이다.

 

이와 같이 여러 정황으로 미뤄보았을 때, 당 태종 이세민은 고구리의 대막리지 연개소문에게 항복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몰렸을 것이 확실하다.

 

당 태종은 고구려로 들어오면서 흙다리를 만들어 200리 늪지대를 건넌 후 병사들에게 결사항전을 독려하기 위해 배수의 진과 같은 상황을 연출하려고 이를 없애버리는 무리수를 두었는데 결국은 자승자박의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던 것이다.

 

과연 이세민은 어떠한 항복의식을 치뤘는 지 몇몇 사건을 통해 유추해보기로 하겠다. 첫째로는 263년 촉한의 후주 유선이 위나라 장수 등애에게 행한 의식으로, 머리를 풀어헤친 후 수레에 관을 싣고 입에 구슬을 물고 몸을 묶고 정복자를 맞는 의식이 있다.

둘째로는 316년 서진의 말왕 사마업이 전조의 유요에게 행한 의식으로 소매를 걷어 올리고 옷을 풀어헤쳐 가슴을 드러내고 입에 구슬을 물고 양을 끌고 성을 나오는 의식이 있다. 셋째로는 1126년 송나라의 휘종과 흠종 부자가 금 태종 앞에서 치룬 견양례라는 의식으로 웃옷을 벗기고 등에 생양피를 뒤집어쓰는 의식이 있다.

 

 

안시성에서 양만춘 장군이 쏜 화살에 왼쪽 눈을 잃고 도망치다가 결국은 요택에 갇혀 고구리의 대막리지 연개소문에게 항복했던 당 태종을 중국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황제로 칭송하며 대당성세라는 미사구어로 포장해 일대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역사공부 부터 새로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특사를 마치 자기네 지방장관 대하듯이 하대하는 행위는 금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