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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자율학습…반강제 야자에 미래세대 멍든다

고등학생 45% 하루 6시간도 못 자…학업·정서·건강에 악영향

배태용 기자(tybae@skyedaily.com)

기사입력 2018-08-23 00:04:58

▲ 교육부가 2016년부터 야간자율학습 자율화를 시행했지만 고등학생들은 암묵적인 강요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에 따르면 학생들 중 절반에 가까운 수치인 45%가 하루 평균 6시간도 채 수면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야간자율학습 중인 학생들 ⓒ스카이데일리
 
최근 국내 고등학생 상당수가 무리한 학습일정에 치여 심각한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규수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진행되는 0교시 수업부터 야간자율학습에 이르기까지 하루 절반 이상을 학교에서 보내다보니 학생들의 수면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학생들의 수면 여건을 침해하는 0교시를 폐지하고 말뿐인 야간자율학습을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청소년기 수면 부족이 건강은 물론 학업 성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2016년 야간자율학습 자율화 실시…그러나 학생들 암묵적 강요받아
 
지난 2016년 교육부는 야간자율학습을 학교 측 사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실시하도록 권고했다. 학생들이 무리한 학습 일정에 쫒기다보니 학생인권은 물론 학업성과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소년 인권단체 아수나로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2015년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인문계 고등학교 3학년 6261명의 일과를 조사한 ‘대한민국 초·중·고교 학생 학습시간과 부담에 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반 고등학교 학생은 12시간 1분을 학교에서 보낸다. 하루의 절반을 학교에서 보내는 셈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야간자율학습 자율화를 권고한 이후 2년이 지난 현재에도 대다수 고등학교는 야간자율학습 참여를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전국 시·도교육청별 야간자율학습 운영현황’에 따르면 전국 고등학교 2358개 중 80.5%에 달하는 1900개의 학교가 야간자율학습을 시행하고 있었다.
 
▲ 자료: 교육부 [표= 박희라] ⓒ스카이데일리
 
시간대로 보면 밤 10시까지 운영하는 학교가 절반이 넘는 995곳(52.3%)으로 가장 많았고, 밤 11시 이후까지 야간자율학습을 운영하는 학교는 245곳(12%)에 달했다. 뿐만 아니라 자정인 밤 12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운영하는 학교도 15곳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교생이 야간자율학습에 참여하는 학교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지역이 320개교 중 293곳으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부산 142개교 중 101곳, 경기 472개교 중 392곳, 인천 125개교 중 101곳, 대구 93개교 중 77곳, 대전 62개교 중 52곳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등학생들 사이에선 학교가 야간자율학습을 강요하지 않는다면서도 암묵적으로 강제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송파구 소재 J고등학교 학생 김은지(18·여·가명)양은 “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에 대해서 강요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학교 분위기상 학생들이 야간자율학습을 할 수 밖에 없다”며 “선생님들은 야간자율학습을 하지 않은 학생이 성적이 떨어지면 ‘야간자율학습을 하지 않아서 그렇다’는 식으로 모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송파구 소재 B고등학교 학생 정인혁(18·남·가명) 군은 “0교시가 있는 날에는 아침 6시에 일어나 밤 10시까지 학교에서 보낸다”며 “야간자율학습을 한다고 공부가 잘되는 것도 아닌데 학교는 일방적으로 야간자율학습을 강요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심지어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이유로 삭발을 강요당한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학습강요 및 수면부족, 학업성과·정서·건강에 악영향…개선 필요성 대두
 
밤 늦도록 이어지는 야간자율학습이 강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탓에 학생들의 수면시간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반강제적인 야간자율학습이 학생들의 삶의 질 개선 및 행복도 증진, 학업성과, 건강 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학생들은 지나친 학습일정에 공부에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고 호소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으로 완전한 자율화가 이행되지 않고 있는 야간자율학습을 완전 자율화를 보장해야 하며, 나아가 학생들의 아침 시간을 뺏는 0교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귀가하는 학생의 모습 [사진= 뉴시스]
 
교육부가 지난해 10월 전국 764개 표본학교 학생 8만 48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17년 학생 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등학생 10명 중 4.5명(45%)은 하루 6시간 이내 수면을 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생 절반 가까이가 청소년기 권장수면시간인 8~12시간보다 한참 부족한 수면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성장기 청소년의 수면부족은 학업성과는 물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나 우려를 사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야간자율학습의 완전한 자율화와 0교시 운영 폐지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세용 NLP 심리연구소 소장은 “6시간 이내 수면을 취하는 비율이 고등학교 중학교에 비해 약 4배가 차이가 나는 것은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야간자율학습을 이행해야 하는 것과 학습 부담이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요인이 될 것이다”고 분석했다.
 
이 소장은 “0교시나 야간자율학습 등 무리한 학습일정을 강제할 경우 오히려 학생들의 공부 흥미를 떨어트릴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악영향을 준다”며 “최근 학생들의 우울증에 빠지는 사례들도 많은데, 적당한 수면시간을 취하지 못하고 지나친 학업스트레스에 시달리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수면부족이 청소년 우울증과 자살률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진구 청소년 상담복지센터 박군학 팀장은 “청소년이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했을 때 우울증에 빠질 가능성이 더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며 “우울증은 자살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만큼 청소년들이 일정수준 이상의 수면을 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태용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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