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한 무명 연예인들의 경우 스타 못지않게 공통된 점이 보인다. 자살 연예인들을 보면 대부분 우울증을 겪는다는 사실이고, 그 원인에는 ‘인기’라는 무서운 독초가 자리 잡고 있다.

연예인이 인기를 얻지 못하거나 얻어도 잃으면 기업으로 치면 ‘부도’에 다름없다. 경제적 어려움이 닥치는 것은 둘째 치고 연예인으로써 살 희망과 비전을 송두리째 잃어버린다.

스타가 정신적 혼란을 겪는 것은 인기 추락 뒤에 오는 좌절감, 패배감, 소외감, 자책감 등 외에도 세인들의 무시와 냉대 나아가 비난 등을 도저히 감내하기 힘들어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무명은 이 같은 냉대와 질시라는 관심조차 받지 못한 극단적 서러움까지 겪는다.

대중들로부터 받는 그 인기라는 정체는 이처럼 냉혹하고 무자비하다. 그런데 채 피워보지 못한 아름다운 꽃을 스스로 지우게 만드는 그 인기의 마수들을 사람들이 또한 만든다는데 역설적 비애가 있다.

그 마수를 만드는 사람들은 두 층이다. 한 층은 대중들이라는 것이고, 또 한층은 연예인들의 배후에 있는 방송가·기획사·스폰서 등이 그들이다. 대중들은 연예인들의 재능에 따라 재단을 하는 것이기에 마녀사냥이 아니라면 문제될 것은 없다.

하지만 연예인을 만들어 내는 층들은 이번 기회에 자성해야 한다. 꽃다운 젊은이들을 사지로 내모는 일을 더 이상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연예가의 텃밭 생태계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것은 글로벌 한류로 뜨고 있는 K-POP 경쟁력의 지속성과 발전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스카이데일리가 연예기획사 등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른바 ‘기획출연’이라고 하는 소위 연예인 스타 만들기 작업을 하려면 최소 3억을 뿌려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많게는 10억 이상 들어가는 경우도 예사롭지 않다고 한다.

기획출연은 재능 외에도 방송3사 주요 연예프로그램에 골고루 등장시키기 위한 로비 내지 작업(비즈니스)이다. 기획출연을 위한 뒷거래는 당사자들이 나서지 않기 때문에 거의 브로커가 개입한다고 한다.

이들 브로커는 양다리를 걸치며 종횡무진 ‘징검다리 권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뒷돈을 받으려는 측과 주려는 측 모두에 ‘갑’ 노릇을 하는 묘한 권력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대부분 속칭 ‘양아치과’로 분류되어 연예 지망생과 연예인(심지어 스타까지도)에게 온갖 파렴치한 행위로 음지의 악행을 한다는데 있다.

재능이 있어도 돈이 없으면 스타로 크지 못하고, 스타가 되어도 자기관리에 실패하면 브로커의 농간에 휘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음지의 잘못된 연예문화가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제는 반드시 개선되지 않으면 한류의 인기가 언젠가 추락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스타 연예인들은 자살 즉시 세간의 화제가 돼 죽어서라도 다시 슬픈 인기를 누리지만 무명 연예인들은 자살 사실조차 보도되지 않고 알려져도 금방 잊는 경우가 흔하다. 소중한 생명을 끊어가면서까지 이름을 알리는 무명 배우들의 슬픔과 비애가 짐짓 몸서리치게 아픔으로 다가온다.

탤런트 박혜상씨, 영화배우 김석균씨, 모델 김지후씨, 재연배우 여재구씨, 트렌스젠더 연예인 장채원씨, 레이싱모델 겸 가수 이혜린씨, 가수 이서현씨 등은 최근 몇 년사이 유명을 달리했다. 무명의 서러운 인생을 살다가 그렇게 아픔을 앉고 갔다.

더 이상 방송가에 자살이라는 극단적 뉴스가 더 이상 나오지 않게 하려면 개혁바람이 불어야 한다.

재능이 있어도 돈이 없으면 스타가 되기 어려운 구조는 특히 개선돼야 한다. 스타가 되기 위한 과정에서 여성 연예 지망생들이 겪어야 할 ‘유별난 고난’ 또한 없어져야 한다. 오직 재능만으로 인기가 판가름되는 연예가 풍토가 조성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꽃다운 청춘들의 슬픈 자살소식을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