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삽입한 ‘메이퀸’ 조선강국 신화 담았다

복잡한 가족·원한관계·사랑과 애증…기획의도 보조요소 잘 활용

스카이 비평 기자(skyedaily@skyedaily.com)

기사입력 2012-12-10 12:10:04

▲ 주말드라마 ‘메이퀸’이 최근의 안방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메이퀸’은 겉으로만 보면 막장 드라마의 전형적 요소인 복잡한 가족관계와 원한 그리고 진부한 삼각 및 사각의 사랑관계 등을 표현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젊은이들의 꿈과 도전을 위한 주변적 요소로 적절히 잘 배합됐다. 글로벌 조선업 절대강자의 오늘이 있게까지 한 도전의 역사를 막장 요소가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국가 권력기관과 악덕 기업주 등의 미스터리한 요소를 가미하고 시트콤 같은 재미도 끼워 넣어 시청자들을 울고 웃게 한다. <사진=메이퀸 홈페이지>

한국의 조선업은 글로벌 절대강자의 위치에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선박건조와 수주를 기록 중이다. 글로벌 1~6위까지 랭크돼 있는 조선소들은 한국업체들이 모두 싹쓸이 했다. 10위 안에 우리 조선소들이 7개나 포진하고 있다.

조선업이 비록 불황에 민감한 업종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고부가가치 선종을 지속적으로 많이 개발한 덕에 국내 조선산업은 전 세계 1등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 때문에 중국이 추격을 해오고 있지만 부가가치 측면에서 우리를 따라오지 못하며 헉헉대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의 조선산업은 기술, 인력, 자본이 전무한 가운데 일궜다는 점에서 전무후무한 역사를 썼다. 1973년 말 고 정주영 회장이 울산에서 현대중공업 첫 삽을 뜰 때만 해도 회의적인 반응 일색이었다. 하지만 40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 대양을 누비는 수많은 배들은 우리의 손으로 건조됐다.

최근 주말드라마 ‘메이퀸’(극본 손영목, 연출 백호민)이 시청률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척박했던 국내 조선산업 시절에 젊은 남녀 주인공이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꿈을 이뤄가는 과정이 진솔하게 그려지고 있다.

여주인공 천해주(한지혜 분)가 그녀를 외골수로 사랑하는 남친(남자친구)인 강산(김재원 분)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전방위 추진기 ‘아지무스 트러스터’(Azimuth Thrustr)를 개발하는 과정을 보면 눈물겹다.

전후좌우 추진력을 발생할 수 있는 아지무스 트러스터는 오늘날 우리의 효자품목인 첨단 고부가가치 선박들에게 반드시 장착돼야 하는 필수 장비다.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및 LNG 저장재기화설비(LNG-FSRU) 등에 통상 3~6기의 아지무스 트러스터가 장착돼야 조류나 바람 등에 영향을 받지 않는 작업이 가능하다.

첨단 선박인 시추선(Dril Ship)과 반잠수식 시추장비(Semi-Rig) 등에도 배를 안정적으로 고정시키기 위해 6~8기까지 필요하다. 이밖에도 쇄빙선(Ice Breaker), 해상작업지원선(OSV), 풍력발전기설치선(WTIV), 예인선(Tug), 파이프 매설선(PLV) 등의 특수선박에도 아지무스 트러스트 2~3기를 달아야 한다.

그런데 메이퀸은 사실 위험한 막장 드라마의 경계선을 아슬아슬 넘나들고 있다. 천지조선 회장 장도현(이덕화 분)이 천해주의 친아버지와 양아버지, 강산의 부모와 할아버지까지 죽이는 ‘살인귀’로 묘사되는 것은 다소 지나치다. 나아가 해주를 섬에 팔아넘기려 했거나 또 다시 납치해 해외로 영구히 보내려 한 장면 등은 ‘악역의 한계’를 넘는다.

하지만 이 같은 과격한 악역의 설정은 ‘아지무스 트러스트’ 및 ‘드릴십’을 개발하는 악조건으로 묘사되는 주변적 소재가 되고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지무스 트러스터를 손안에 쥔 장도현에게 다시 ‘드릴십’으로 대항하려 하는 주인공 남녀의 꿈과 희망이 적절히 오버랩된다.

꿈을 쫒는 젊은이들에게 최악의 혈연관계로 복수심에 불타게 한 것은 사실 억지설정인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악덕 기업주에게 처절히 당하는 동시적 상황을 만들어 혈연의 억지 같은 설정을 슬쩍 중화시켰다. 이를 통해 젊은이들의 꿈을 형상화하는 과정이 시청자들을 가슴에서 우러나오게 하는 눈시울로 적시게 했다.

그 꿈의 형상이 ‘드릴십’으로 모아지고 있다. 부모를 죽인 원수를 향한 복수심에 휩싸인 주인공들의 격정적 분노가 ‘드릴십’으로 잘 대체됐다. 이들의 꿈이 다시 악연의 혈연관계로 시너지를 내면서 분출해 가고 있는 것 또한 잘 된 설정이다.

이금희(양미경 분)가 전 남편을 죽인 남편에 대한 분노와 잃어버렸던 친딸 천해주에게 마저 핍박을 하는 것에 대한 복수심을 갖게 되는 것은 막장으로 치닫는 듯 하지만 그것은 드릴십 개발을 뒷받침하는 소재로 작용한다.

천해주의 첫 사랑 박창희(재희 분) 또한 아버지 박기출(김규철 분)이 천 회장에게 처절하게 이용당하고 핍박당한데 대한 막장 복수심으로 치닫는 위험성이 보인다. 하지만 창희의 해주에 대한 진심(사랑) 어린 보호의도가 ‘드릴십’을 못 만들게 하는 장애요인으로 설정된 것이 아울러 절묘하다.

복잡하기 그지없는 가족관계와 그 속에 얽히고설킨 원한에 삼각(천해주·강산·박창희) 및 사각(삼각관계에 장인화-손은서 분)까지 겹치면서 조선에 대한 꿈을 쫒는 젊은이들의 스토리는 사실 사장될 수 있다. 하지만 드라마는 해묵은 막장과 진부한 삼각 및 사각 애정 관계 등을 어색하지 않게 주변적 스토리로 풀어 나가고 있다.

드릴십 개발에 모아진 남녀 주인공의 꿈은 사실 대한민국의 꿈이었다. 한국은 현재 FPSO, LNG-FSRU, 드릴십, 대형컨테이너선,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서 앞서가면서 전 세계 조선산업을 리드하고 있다. 무한 가능성에 대한 꿈과 도전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의 조선산업은 없었다.

원유와 석유 등을 시추하고 탐사하는 드릴십은 척당 약 5~6억(5410억~6492억) 달러에 달하는 고가의 선박이다. 이 배는 수심이 깊고 파도가 험한 곳에서도 시추가 가능한 첨단 배다. 에베레스트 산 보다 높은 지하 12km까지 파들어갈 수 있는 장비다.

이 같은 최첨단 드릴십 시장에서 한국은 거의 압도적인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2000년 이후 자국에 의뢰한 것을 빼고 다른 나라에 의뢰한 것을 받은 나라는 우리나라 뿐일 정도다. 드라마가 그 꿈의 실현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의미가 있다.

메이퀸은 또 간간히 시트콤 같은 재미와 웃음을 자아내도록 하는 장면을 삽입해 시청자들을 실컷 울렸다가 잠시 웃게 만든다. 여기에 과거 서슬 퍼런 군부정권 독재의 칼이 돼 온 중앙정보부와 안기부의 흑막에 검찰까지 동원되는 미스터리한 공작과 수사 등이 흥미진진하게 엮였다. 재미와 감동 그리고 꿈과 희망을 잘 배분해 탄탄한 스토리를 전개하고 있는 메이퀸을 드라마 수작의 반열로 올려 놓고 싶은 것은 이런 이유다.

25%대의 시청률로 안방 드라마 최근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메이퀸의 매력은 앞으로도 젊은이들의 꿈과 희망을 어떻게 살려내는가에 달려 있다. 막장의 요소들은 끝까지 꿈과 희망을 보조하기 위한 배합적 요소로 잘 유지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가족의 향기가 묻어나는 ‘가족 드라마’의 분위기를 장면장면과 사이사이에 의미 있게 표현해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