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에서 서쪽으로 강남구 논현동, 역삼동, 삼성동을 관통하는 차병원사거리 그리고 경복아파트와 선정릉, 코엑스까지 이르는 봉은사로는 여느 강남지역과 달리 조용하다. 4차선 좁은 도로에 차들만 빼곡할 뿐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모습은 찾기 어렵다.

 

특히 차병원 사거리와 경복아파트 사거리에 이르는 150m 거리는 지하철 공사와 새로 건물을 짓느라 분주하게 움직이는 공사차량 그리고 공사로 도로가 막혀 차들만 혼잡할 뿐 오후 거리는 한적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이곳은 도로 이면으로 단독주택들이 밀집해 있는 주택가로 골목 골목 주택가에 자리잡은 상가들 외에는 뚜렷한 상권이 형성돼 있다고 보기 어려운 지역이다.

 

하지만 큰 길가를 중심으로 150여m 도로 양쪽으로 유독 유흥주점 간판이 눈에 많이 띈다. 이곳은 국내 최대 규모로 알려진 YTT(어제 오늘 내일)가 얼마 전까지 영업을 하던 곳으로 유명세를 탔다. 짧은 거리에 대충 둘러봐도 약 10곳의 룸살롱 간판이 보인다. 고급 룸살롱촌으로 알려진 곳이다.

 

 

 
봉은사로 대로변을 따라 차병원 사거리에서 경복아파트 사거리 방면으로 걷다 보면 양쪽 도로변에 유흥주점 간판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또 무엇을 하는 곳인지 간판만으로는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유흥주점으로 추정되는 곳도 많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이곳은 곳곳에 룸살롱이 숨어 있다. 대로변을 따라 보이지 않는 곳곳에 룸살롱이 단골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하철 공사가 한창인 차병원 사거리에서 동쪽으로 초입에 룸살롱으로 추정되는 F주점, 그리고 맞은 편에 T주점, 또 한 블록 지나 M주점이 있다. 경복아파트 사거리 못 미쳐서는 한 눈에 봐도 고급 룸살롱인 D주점과 M주점이 일식집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영업을 하고 있다.

 

길 건너편, 이곳에서 그나마 상권이 형성된 곳으로 볼 수 있는 봉은사로 북26길에는 룸살롱으로 추정되는 A, P주점이 보인다. 그리고 조금 지나 바로 19층 높이의 세울스타즈호텔이 자리잡고 있다.

 

이 호텔과 붙어 있는 국내 최대 규모 룸살롱 YTT는 현재 영업을 하고 있지 않다. 간판도 T클럽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있다. 주변 인근 상인들에 따르면 사장이 검찰에 구속되고 성매매업소로 보도가 나오면서 손님이 줄어들자 간판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바로 앞 한 상인은 “YTT는 현재 영업을 하지 않지만 호텔에 있던 가라오케가 이곳으로 들어 와 영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때 지하 3개층에 룸 180개가 있고, 여성종업원만 500여명에 달했지만 지난해 5월 경찰에 불법 성매매 사실이 적발되면서, 사장 형제가 검찰에 구속되고 영업을 접은 것으로 파악된다.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YTT는 연 이용인원이 20만명에 달하며, 하루 평균 200~300회의 대규모 성매매로 연매출 650억원을 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유흥주점으로 알려졌다.

 

한창 잘 나갈 때는 업소 아가씨들과 손님들로 북적거렸지만 지금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주변 상인들의 전언이다.

 

이곳 주변에는 모던 바 등 각종 바와 카페 그리고 마사지숍 등도 골목골목에 산재해 있다. 또 도로변 곳곳에 눈에 잘 보이지 않게 유흥주점이 곳곳에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이곳과 신논현역에서 차병원사거리 까지의 호텔촌 인근 고급 유흥주점까지 합하면 이곳 도로 일대는 룸살롱촌으로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이처럼 곳곳에 고급 유흥주점이 자리를 잡으면서 북쪽 논현2동과 남쪽 역삼동은 단독주택이 헐리고 원룸촌들이 들어서 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예전에 영동시장을 중심으로 논현1동에 소위 말하는 선수촌이 많았다면 지금은 논현2동과 역삼동 쪽으로 많이 옮겨 왔다”고 말했다.

 

업소 아가씨들이 늘면서 도로 양쪽 주택가에는 미장원(헤어숍), 네일숍, 메이크업, 마사지, 여성전용 한증막, 세탁소 등이 다른 지역보다 많다. 업소 아가씨들을 대상으로 한 상가들이 자리를 잡은 것이다.

 

룸살롱과 업소 아가씨들을 중심으로 현재는 상권이 형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지금 이곳은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지하철 9호선 공사가 진행되면서 곳곳에서 건물 공사 현장을 만날 수 있다. 지하철역이 생기면서 상권이 활성화될 것을 기대하고 빌딩 등이 들어서고 있다.

 

서울시 지하철 9호선 2단계 구간인 차병원사거리-잠실운동장까지 총 4.5km 구간의 굴착공사가 지난해 중반께 완료됨에 따라 사실상 9호선 전구간이 연결돼 있다. 말 그대로 강남의 핵심요지인 논현-역삼-삼성동 그리고 송파구 잠실동까지 연결되고 분당선 및 지하철 2호선과도 연결되는 네트워크가 구축됨으로써 새로운 상권지역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한 관계자는 “현재 차병원 사거리는 지하철역 공사가 진행 중이며 오는 2014년 2월 완공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차병원 사거리 인근에는 새로 지은듯한 고층 빌딩이 몇 개 눈에 띈다. 세울스타즈호텔에서 서쪽으로 30여m 지나면 14층 높이로 1년 반 전에 지어진 ‘쌍둥이 빌딩’이 보인다. KTS빌딩과 센트럴타워다.

 

건물 관계자와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에 따르면 이 빌딩은 주인은 다르나 같은 건설회사에서 두 건물을 유사하게 지어 쌍둥이빌딩으로 부른다. 주로 피부과, 성형외과, 외과, 치과 등의 병원이 입주해 있고 1~3개 층을 제외하곤 모두 입주가 완료된 상태다. 바로 옆에는 역시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그림바우빌딩도 있다.

 

또 옆에는 빌딩신축으로 추정되는 공사를 위해, 그 옆에는 KJ타워 빌딩 공사를 위해 가림막들이 쳐있다. 맞은 편 예전 GS 주유소 부지도 가림막이 쳐 있는 등 이곳 곳곳은 공사가 한창이다. 낡고 오래된 건물들이 그대로 방치돼 있음을 감안하면 이들 건물들 역시 신개축 공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곳이 주목을 받고 새로 건물이 들어서는 이유는 인근에 고가아파트가 다수 자리 잡고 있는데다 지하철 2호선과 7호선 구간 사이에 위치해 지하철 이용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9호선이 들어서 교통 여건이 개선되면 안쪽으로 밀집돼 있는 빌라, 고급 단독주택 등의 자산 가치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단독주택 밀집지역이기 때문에 도로변 룸살롱 상권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상권이 형성돼 있지는 않다. 식당들 역시 많지 않지만 도로변과 골목 골목 안에는 유명맛집들이 보인다.

 

봉은사로 북26길의 ‘토담골’과 ‘육자회담’ 그리고 대로변 ‘양촌리’와 역삼동 쪽 ‘하늘아래 뜰’ 등이 꼽힌다.

 

봉은사로 북26길 초입에 있는 토담골 논현동점은 역사만도 18년에 이른다. 돌솥곱창냉이 김치찌개가 유명하며 무엇보다 한식정식 메뉴가 인기가 높다. 내부는 전통 한옥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소품 하나하나를 전통식으로 꾸며 직장인 점심식사 뿐 아니라 저녁식사 모임 자리로 늘 손님이 넘친다. 특히 저녁에는 민속주점 같은 분위기 때문에 술 손님도 꽤 많다.

 

토담골 옆 육자회담은 육회전문점으로 유명하다. 육회비빔밥, 비빔냉면 그리고 맛깔스런 반찬들로 직장인들의 점심식사 장소로 인기가 높다. 세울스타즈호텔 옆에는 큼지막한 정육식당 양촌리가 눈에 띈다. 정육점에서 바로 손을 본 한우와 돼지갈비를 맛 볼 수 있어 가족과 직장동료 등의 손님들이 많다. 

역삼동 방면 골목에는 단독주택을 개조한 한정식 하늘아래 뜰이 맛집으로 통한다. 2만2000원에서 10만원까지 가격대가 형성돼 있으며 한국식 정찬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한 관계자는 “대로변에 새 건물이 들어섰지만 식당 물건이 나온 것은 없고 현재 이면도로에 있는 실평 30평 규모의 식당이 권리금 6000만원, 보증금 5000만원, 월세 270만원에 나와 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