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 한강로2가동에 자리한 용산전자상가.

용산전자상가는 청계천 세운상가가 도심 부적격 업종 판정을 받게 되자 옛 용산청과물시장 자리에 분산 재배치된 과거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83년 10월, 용산청과물시장의 가락동 이전에 따른 후보지의 이용계획 결과 전기·전자 제품 판매단지 및 관광 버스터미널 설치에 적합하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이후 1984년 12월, 서울시의 사업시행 기본계획 방침이 확정되어, 1985년 10월에 도시계획사업(유통업무설비) 시행허가로 본격적인 조성이 시작되었다.

공사는 1988년 6월, 용산전자상가 20개동 가운데 18개동의 공사가 완료되었으며, 4개 시장개설(나진산업·서울전자유통·원효전자상가·선인산업) 및 농업협동조합 개점을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

현재 용산전자상가는 용산전자랜드를 비롯해 선인상가, 나진상가, 원효전자상가, 관광터미날상가, 서울전자상가 등 대형상가를 포함하는 6천여개의 매장이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전자 유통단지이다.

최근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용산이 새로운 사업으로 집중된 이목과 달리, 용산전자상가가 죽어 가고 있다.

요즈음 용산전자상가는 ‘IT강국’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한산하다. 곳곳에 셔터가 내려진 빈 매장들로 상가분위기는 침울하기만 하다.

무슨 이유일까?

용산전자상가의 몰락은 IT제품의 인터넷구매 증가와 하이마트나 이마트 같은 프랜차이즈 전자제품 도소매업체가 생겨나면서부터다.

여기에 스마트폰, 태블릿 PC와 같은 모바일 PC가 인기를 얻으면서 용산전자상가를 찾는 이들이 크게 줄어들었다.

예를들어 저가형 조립 PC 판매상들이 모여 있는 선인프라자는 금요일 오후였지만 한산했다.

2평 남짓한 매장이 빼곡하게 자리 잡은 상가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미처 정리하지 못한 부품상자들이 쌓여 있는 폐점 매장들이었다.

한 판매상들은 “수요가 줄어들었는데도 많은 매장과 판매상들은 그대로다. 그러다보니 인건비는 커녕 임대료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빚만 떠안고 가게를 정리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며 “빈 매장들이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의 발길은 더욱 뜸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사가 안 되니 판매상들은 줄어들고, 빈 상가는 늘어났다. 더불어 주변상가의 임대료도 5년새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부동산 시세가 반 토막 난 것은 용산 국제업무지구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도 한 몫을 했지만, 자금마련의 어려움 등으로 용산 국제업무지구 랜드마크 타워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면서 용산 일대의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코레일과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주는 자본금을 늘리기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등 사업정상화 추진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판매상은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이 이뤄지면 KTX 호남선 2단계 구간이 개통되고, 신분당선과 경춘선이 최종 연결된다. 그렇게 되면 용산이 서울과 지방을 잇는 중추 역세권이 되면서 소비자들이 유입되고, 판매상들의 수입 또한 올라갈 것”이라며 반색했다.

반면, 용산 국제업무지구 랜드마크 타워 착공에 대해 부정적인 판매상도 있었다.

용산 국제업무지구 사업이 진행됐을 경우, 공급과잉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는 의견이다.

또 다른 판매상은 “용산전자상가에는 여섯 개의 전자전문상가와 6000개가 넘는 매장이 자리 잡고 있다. 판매자는 많은데 이들을 먹여 살릴 소비자가 없으니 판매상들은 문을 닫고, 황폐해진 상가를 찾는 소비자들은 더 줄어들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빈 매장이 넘쳐나는 이곳에 새로운 상가가 들어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전자상가가 생길 당시 높은 가격으로 매장을 매입했던 이들은 절반 이상의 손해를 입고 팔리지도 수익을 내지도 못하는 매장을 끌어안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 많은 매장이 들어서면 기존의 판매상들은 물론, 비싼 임대료를 치르고 새롭게 입점하는 판매상들 또한 기존 판매상들의 악순환을 반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용산전자상가의 터줏대감인 판매상들의 엇갈린 반응은 용산 국제업무지구의 장단점을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특히 용산 국제업무지구 사업정상화 발표 이후에도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는 등 불안정한 출발을 보이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기존 판매상들은 더욱 불안한 심정이 지금의 현실이다.

용산이 국내 최대 전자상가단지라는 위상을 유지하면서 국제업무지구로 거듭나기 위한 해결책은 무엇일까?

판매상들은 “환경개선과 함께 서비스에 대한 의식변화가 요구된다”고 입을 모은다.

 

조립식 PC를 구매하기 위해 용산을 찾은 소비자는 “저렴하고 내게 필요한 부품이 삽입된 컴퓨터를 구매하기 위해 용산에 왔다. 그러나 인터넷으로 알아본 가격에 비해 비싼 부품들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주인들의 태도는 구매를 망설이게 한다. 인터넷의 경우, 단품을 판매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 배송비가 부품보다 더 비쌀 때도 있어 용산을 찾는다”고 밝혔다.

IT에 대한 소비자들의 지식수준이 높아지면서 자신이 필요한 사양과 부품 등의 최저가격을 인터넷으로 알아보고 오는 이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임대료나 인건비를 생각하면 인터넷이 매장보다 저렴한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기존 매장들의 부족한 서비스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할 것임은 자명하다.

실제로 용산의 ‘아이코다’와 ‘컴퓨존’은 저렴한 가격보다는 높은 서비스와 A/S보장 등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높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특히 아이피아 3층에 있는 ‘아이코다’는 친절한 상담과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소비자는 “고객 서비스와 신뢰에 초점을 맞춘 매장들이 늘어나고, 프리스비나 애플 리셀러숍, 삼성 딜라이트숍과 같은 매장이 입점해 용산전자상가를 단순한 구매 공간이 아닌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간다면 국내 최대 전자상가로서 과거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최근 BC카드와 용산전자단지조합이 손을 잡고 국내 최대 IT 유통단지인 용산전자상가 활성화에 나섰다.

BC카드는 25일, 용산전자단지조합과 업무제휴 조인식을 갖고, 용산전자상가 활성화 및 상호 발전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양측은 물품대금결제카드를 발급하기로 합의했다.

BC카드는 이 카드를 오는 6월부터 발급하게 된다. 이 카드의 사용은 사업자들에게 신용카드 결제일까지 신용공여를 통한 현금유동성과 개별 사업자간 외상거래 위험성을 최소화한다.

BC카드 이종호 사장과 용산전자단지조합 김영산 이사장은 25일 서초동 BC카드 본사에서 업무제휴 조인식을 갖고, 물품대금결제카드발급 및 다양한 고객 마케팅을 전개해 용산전자상가 활성화 및 발전적 토대를 마련하는데 적극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BC카드는 조합 소속 개별사업자들에게 사업주를 위한 신용서비스와 소호카드도 부가적으로 발급할 계획이다.

BC카드 관계자는 “신용카드 거래를 통한 투명한 상거래 질서를 확립하고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공동 마케팅을 통해 용산전자상가의 이미지를 개선해, 용산전가상가가 국내 최대 전자 유통집합상가로서의 명성을 되찾는 것이 이번 협약의 목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