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부자1번지 청담에 소박한 ‘등잔밑 상권’

부자1번지 청담동에 소박한 ‘등잔밑 상권’
[기획탐방=강남상권을 가다]-<55>청담동 주택가…고기집·일본음식 경쟁

윤희락 기자(2mass@skyedaily.com)

기사입력 2013-03-27 00:03:40

강남구 청담동은 명품의 고향이자 1번지답게 너무 유명한 곳이어서 굳이 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곳이다. 럭셔리와 품격의 대명사인 청담동 고급 주택단지 옆에는 음식점이나 상가들도 온통 그런 곳으로만 꽉 차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하지만 아니다. 아담한 품위를 갖춘 식당들이 있는 가운데 오히려 그 보다 서민적인 식당들이 더 많다고 해야 할 정도다. 먹자골목 메인상권인 압구정로79길은 고기집과 일본식 음식점들이 주종을 이룬다. 따라서 메뉴가 우선 다양하지 않다. 고급 일식집이나 참치집이 없고 먹자골목에 흔한 순대국집이나 칼국수집도 없다. 이곳 메인상권 중간쯤에는 유명 연예기획사인 JYP엔터테인먼트와 큐브엔터테인먼트가 자리 잡고 있어 한류 연예인을 보기 위한 국내외 팬들이 늘 북적인다. 이곳 상권에서 좀 떨어진 곳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 건물도 두 곳이나 있다. 상권가는 명품거리(압구정로) 뒤편인 도산대로81길도 메인상권 중 하나다. 이곳은 음식점을 찾기 힘들고 패션, 헤어, 웨딩, 갤러리 등의 상권으로 형성돼 있다. 음식점은 품격 있는 이태리 식당과 중국집 등이 보일 뿐이다. 이들 양대 메인상권 배후에는 대한민국 1% 이내 부자들이 모여 산다는 고급 빌라촌들이 형성돼 있다. 따라서 부촌지역에 비해 ‘등잔밑 상권’은 의외로 소박한 모습이다. 이곳 상권과는 도산대로 건너에 있어 거리가 있지만 프리마호텔 뒤편에는 두 곳의 유명한 고기집이 있기도 하다. 스카이데일리가 청담동 턱밑에 있으면서 품격과 서민형이 어우러진 ‘청담동 고급빌라촌 주택가 상권’을 취재했다.

▲ 강남구 청담동은 단순히 대한민국 부촌 1번지라는 곳에 머물지 않고 명품의 대명사로 통하는 명소가 됐다. 품격과 럭셔리를 상징하는 곳이 바로 청담동이다. 하지만 이곳 고급 주택가에 붙어 있는 상권은 대조적이다. 일반 동네 상권 같은 소박함이 묻어나는 가 하면 고급 패션과 웨딩 및 헤어 상권도 있다. 사진은 청담동의 관문인 영동대교 남단 사거리(위) 모습과 인근의 고급 주거단지가 있는 전경. ⓒ스카이데일리

강남구 청담동은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부촌 중 한 곳이다. 품격과 럭셔리를 대표하는 이곳은 명품을 비롯해 패션, 웨딩, 미용, 갤러리 등의 문화 컨셉이 물씬 묻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청담동 중에서도 영동대교 남단 서쪽 한강변은 조망권이 좋아 사회 지도층 인사나 유명 연예인 등이 많이 산다. 영동대교 남단 엘루이호텔을 기점으로 상지리츠빌에서 청담 초·중·고등학교가 있는 곳까지 늘어선 아파트의 ‘한강뷰’는 최상이라는 평판이다.

선릉로190길이 있는 주택가 라인에는 국내 연예기획사 중 최고인 SM엔터테인먼트의 또 다른 건물이 있다. 한류스타들을 만나기 위해 중국·일본은 물론 동남아와 유럽, 미주 등지에서도 찾아오는 열성팬들이 항상 북적인다. 청담동 주택가에서 어렵지 않게 외국인들을 접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청담동 고급주택가 일대 상권은 상가발전 부지가 없는 한강변 안쪽이 아니라 도산대로와 압구정로 이면도로에 형성돼 있다. 영동대교 남단교차로에서 청담사거리를 거쳐 갤러리아 동관까지 이르는 안쪽에 크지 않은 상권이 있다.

상권의 메인도로인 압구정로79길은 도산대로와 나란히 있고 도산대로81길은 압구정로를 따른 곡선 모양이다. 전자의 상권이 서민적 멋을 함께 풍기는 음식점, 주점, 유흥가 등 전형적인 먹자골목을 갖춘 형태라면 후자는 고급과 품격을 갖춘 음식점 이외에 패션, 훼딩, 헤어, 화랑 등을 함께 갖춘 형태를 띠었다.

메인 상권에 고기집, 일본식 음식점 많아

▲ 첨당동 고급 주택단지 바로 이웃에는 명품거리가 조성돼 있다. 이곳에는 한류열풍을 이끌어어온 유명 연예기획사들도 둥지를 틀고 있다. 사진은 청담동 주택가 상권(위) 및 명품거리 매장(가운데)과 인근의 프리마 호텔 전경. ⓒ스카이데일리

상권의 고객들은 청담동 고급빌라의 부유층들이 있지만 인근 오피스 근무자들 또한 주류를 이룬다. 주변에는 크고 작은 오피스 빌딩들이 곳곳에 있고 한국마사회 강남지점, 강남세무서, 프리마호텔, 엘루이호텔, 리베라호텔 등의 규모가 있는 건물들이 있다.

특히 명품거리인 압구정로에는 대한민국 최고의 명품들을 취급하는 높지 않은 빌딩들이 즐비하다. 따라서 상권은 럭셔리와 품격 속에 서민형 맛집들이 함께 어우러진 식이다.

그런 탓에 상권의 규모는 크지 않다. 메인상권인 압구정로79길이 약 300미터 가량에 그친다. 이 길을 중심으로 도산대로 85길·89길·101길 등의 교차로 길들이 부속상권으로 형성돼 있다.

상권은 고기집과 일본식 음식이 많다는 점이 우선 눈에 띤다. 반면 부자촌 손님들을 끌 수 있을 것 같은 수사와 참치집 등 고급 일식집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 서민들이 즐기는 순대국, 칼국수, 사철탕 등의 집들도 간판이 없다.

이에 대해 인근 C부동산 관계자는 “상권이 작게 형성돼 있지만 고기집과 일본식이 주로 형성되다 보니 먹자골목 치고는 빠져 있는 업종이 있다”며 “이들 메뉴들을 잘 선택해 개업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이곳 고기집의 한 점포주는 “고기집들이 몰려 있다 보니 경쟁이 있기는 하지만 오히려 고기를 찾는 손님들을 몰려들게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다른 메뉴의 식당들이 잘 들어오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청담동 주택가 상권은 고기집과 일본 음식점이 많이 몰려 있다. 특히 고기집은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반면 먹자골목에 통상 있는 메뉴들이 없는 특징도 있다. 사진은 골목 상권(위, 가운데)과 도산대로변 상권 전경. ⓒ스카이데일리

또 다른 메인 상권인 도산대로81길은 음식점이 많지 않은 가운데 미국 교포가 운영한다는 대형 이탈리안 음식점이 눈길을 끈다. 한 눈에 봐도 품격과 럭셔리가 묻어 나오는 그런 인테리어를 꾸며 부촌을 상대로 하는 식당으로 보여진다.

이태리 또는 프랑스 식 식당은 같은 청담동인 학동사거리 안세병원 안쪽 이면도로에 럭셔리한 풍으로 곳곳에 많다. 따라서 이곳은 식당상권이 형성될 여지가 줄어들었다.

메인도로 상권 권리금 1억5000만원~2억원대

점포시세는 메인도로인 압구정로79길을 중심으로 50평 기준 보증금 1억2000만원에 월세 600만원, 권리금 1억5000만원~2억원 정도다.

35평 규모의 한 이자카야 집은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380만원, 권리금 1억5000만원 정도의 시세를 보였다. 인근에 60평 식당은 보증금 7000만원에 월세 460만원, 권리금 1억8000만원으로 새 주인을 찾고 있었다.

또 40평 식당은 보증금 4000만원에 월세 670만원, 권리금 1억원의 시세로 부동산에 나왔다. 권리금이 비교적 싸지만 월세가 비싼 것이 부담스럽다. 메인도로와 연결되는 이면도로는 이 보다 시세가 다소 떨어진다는 것이 인근 부동산의 설명이다.

▲ 명품거리 뒷길에는 고급상권이 형성돼 있지만 먹거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간간히 있는 중국집, 이태리 식당, 일본식 등은 품격을 추구한다. 사진은 패션상권이 몰려 있는 상권(위)과 고급 이태리 식당의 외관 모습. ⓒ스카이데일리

명품거리 뒤편의 상권도로는 먹자골목 상권 보다 비싼 편이다. 럭셔리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다보니 웬만한 서민형 먹거리가 들어가기에는 부담이 느껴진다.

청담초등학교 인근에 나온 100평 규모의 비어 있는 상가 자리는 보증금 5억원에 월세가 1850만에 달했다. 월세는 관리비를 합산할 경우 월 2000만 정도에 이른다는 것이 부동산의 설명이다. 다만 이곳은 권리금이 없었다. 바로 직전에 고기집을 했었다고 한다.

유명 연예기획사들에 유명 맛집들 곳곳 보여

엘루이호텔 근처에 있는 ‘새벽집’은 서민형이 풍기는 오래된 고기집으로 유명하다. 여기에 소고기 전쟁을 방불케 하듯 도산대로 변에는 생고기 및 소갈비 전문점 ‘강강술래’가 지난 2011년 문을 열었다. 강강술래 청담점은 한우리와 버드나무집 등 유명 고기집들 처럼 입점 자체가 이목이 쏠리는 일이었다.

바로 안쪽의 압구정로79길에는 ‘코리아 하우스’, ‘대나무집’, ‘논골집’, ‘청담본’ 등의 고기집과 양대창집들이 다수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이 길 중간쯤 사거리 모퉁이에는 박진영의 ‘JYP엔터테인먼트' 건물이 있고 그 인근에는 역시 유명한 ‘큐브엔터테인먼트’ 오피스 건물과 트레이닝센터가 각각 자리 잡고 있다. 이들 유명 기획사들이 둥지를 트면서 이곳 소속 연예인들을 보기 위한 팬들의 방문이 끊이질 않는다.

79길에는 일본 음식점들이 잘 되는 편이어서 곳곳에 들어서 있다. 조명과 실내 인테리어가 근사한 ‘리상’(lee sang)은 이곳 청담동에 본점과 2호점을 바로 이웃에 개점해 손님을 맞고 있다. 각종 일본술과 사케를 한 잔 걸치고 싶도록 아담한 외부 분위기가 주목을 끈다.

인근에는 ‘도쿄 사이카보’, ‘사사긴’, ‘와세다야’, ‘오다’ 등 일본식당과 이자카야 집들이 곳곳에 있다. 유명기획사들이 몰려 있으면서 찾아오는 일본손님들을 겨냥한 것 같은 인상을 주지만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다.

새벽집 바로 인근에는 ‘도쿄 사이카보’가 큰 간판을 내걸로 발레파킹을 도와주면서 손님들을 맞고 있는 것이 눈에 띤다. 규모가 제법 커 보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전통일본 가정식을 선보이면서 이름을 널리 알렸다. 품격을 갖춘 일본식 요리에 일본 문화까지 접할 수 있는데 대해 호평을 받는다.

압구정로79길과 도산대로81길이 만나는 지점에는 청담동과 어울리지 않을 듯한 포차식 분위기를 풍기는 ‘안’(安)이 자리 잡고 있는데, 손님들의 발길이 많은 ‘핫플레이스’ 중 한 곳이라고 인근 부동산은 귀띔해 주었다.

청담초등학교 인근의 ‘몽중헌’이라는 고급 중국집은 CJ 브랜드로 알려지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많다. 언뜻 봐도 품격과 고급스러움이 묻어나는 중국집으로 보인다. ‘꿈속의 집’이라는 의미만큼이나 인테리어에 신경 쓴 모습이다.

유흥가는 3~4곳 정도의 룸살롱들이 상가 사이사이에 있다. 언뜻 봐서는 간판이 안보이기 때문에 유흥주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기 어렵기까지 하다. 3곳은 도산대로변에 있다. 새벽집 인근에 P유흥주점, 강강술래 옆에 T유흥주점, KFC 이웃한 곳에 G유흥주점 등이 그곳이다. 청담초등학교 인근의 H바도 이곳에서는 이름이 알려져 있다.

상권은 프리마호텔 뒤편에도 약간 형성돼 있다. 그중 유명한 곳은 ‘풍류관’과 ‘명인’이다. 이들 고기집은 품격있는 식당들로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다. 강남의 각종 모임과 회식이 이곳에서 많이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