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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봄은 성큼 다가오고 있지만 마음의 봄은 아직 멀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바이러스와의 처절한 사투가 지구촌을 달구고 있기 때문이다. 누가 잘한다 혹은 못한다는 평가를 아직 내릴 단계는 아니지만 국가에 따라 분명한 차이점은 발견이 되고 있는 듯하다.
섣부른 예단일 수도 있지만, 이 시점에서 내릴 수 있는 몇 가지 판단 기준이 있을 수 있다. 국가 방역 대응 능력, 의료 인프라 구축 정도, 국민 의식 수준 등이 그것들이다. 이러한 것들은 막상 위기가 닥쳤을 때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절대 아니다. 그땐 이미 늦다.
실제로 확진자 수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데도 치료할 병상이나 의료 장비가 부족해 낭패를 보고 있는 국가들을 쉽게 목격한다. 위험에 대한 경각심이나 협동심 결여로 통제가 되지 않아 국가가 강제적 경찰력을 동원하는 국가들도 상당수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가 셧다운 조치를 하고 있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의 사유에서 기인하고 있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기와 미래에 대한 준비는 국가가 존재하는 기본적인 이유다.
위기는 지금도 진행 중이지만 태풍이 지나고 나면 이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국가에 따라 리더십에도 큰 변화가 생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연스럽게 의료 인프라 구축 경쟁과 더불어 팬데믹에 대한 국제적 공조가 불거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어느 국가가 특정 국적의 사람들에게 국경을 봉쇄하면, 상대 국가의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빚어지는 외교적 마찰과 경제적 피해를 줄일 수 있는 UN이나 WHO 차원의 명확한 강제 규범이 만들어져야 한다. 팬데믹으로 가는 길목을 차단하기 위한 초기 단계에서의 글로벌 대응이 필요하다.
이번 사태로 재차 입증되고 있는 것은 팬데믹이 전쟁 못지않은 공포의 대상이라는 점이다. 전쟁 억제를 위한 국가 간의 공조가 철저한 만큼 전염병에 대한 글로벌 대응 체계가 보다 엄격하게 마련돼야 한다. 천문학적 경제 피해가 나타나면서 벌써 국가마다 나부터 살자는 식의 ‘각자도생’ 분위기가 만연해지고 있다. 위기를 최소화하되 장래에 나타날 기회 선점 경쟁으로 옮겨 붙을 것이고, 국가 간의 성적표는 연말부터 서서히 나오기 시작할 것이다.
위기가 닥치면 국민은 더 많이 국가에 의존하게 된다. 열심히 벌어서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이유도 어려울 때 국가가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비롯된다. 오늘날 우리가 이 정도로 먹고살게 된 것도 이미 고령으로 접어들고 있는 이전 세대들의 피와 땀, 눈물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대다수가 자신들의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미래 세대들에게 더 좋은 나라를 물려주겠다는 애국심(愛國心)을 견지해 왔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응하여 온 국민이 총력 체제로 처절한 인내심과 강한 극복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와 결코 무관치 않다.
세계 많은 나라를 다녀보고 살아도 봤지만, 우리만큼 의료진이나 의료 체계를 더 잘 갖추고 있는 나라도 드물다. 이러한 것들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현 정부가 마치 자기들이 잘한 것처럼 자화자찬하는 모습을 보면 좀 씁쓰레하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에겐 부족한 것들이 많다. 특히 미래에 대한 비전이나 청사진, 즉 국가 백년대계와 같은 디테일이 보이지 않는다. 마치 부자 나라가 된 것 같은 착각 속에 사는 것 같다.
대한민국 최고 직업 ‘국회의원’ 배지 달려는 무리들의 정치 굿판, 이게 정상적인가?
이 전쟁판 같은 상황 속에서 정치는 쉴 새 없이 꿈틀거린다. 4월 총선을 얼마 남겨놓지 않고 정치권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선거는 예정대로 치를 모양새다. 우울한 가운데서 정치라도 국민에게 희망과 기쁨을 줘야 할 터인데 돌아가는 판세를 보면 이와 정반대다. 연일 꼴불견과 난장판을 연출한다. 누구를, 그리고 무엇을 위한 정치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정치하겠다고 모여드는 인사들의 면면을 보더라도 미래와는 동떨어진 과거의 현재에 머물러 있는 무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청년과 여성에 매우 민감하다. 그도 그럴 것이 워낙 철밥통들이 여의도를 점령해 세비(歲費)나 축내면서 장수를 하고 있으니 이해가 가지 않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어디 가서 급조했는지 끌어들인 정치 신인들마저도 온갖 허점투성이고 지저분하기까지 매한가지다. 왜 우리 정치가 삼류 혹은 사류에 머물러 있는지, 왜 국가 경쟁력이 후퇴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들이 방향키를 잡고 있으니 국가가 잘 돌아갈 수 있겠는가.
정치판에 모인 사람들이 벌리고 있는 그들만의 굿판을 보면 여나 야를 떠나서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 시정잡배들도 이렇게 하지 않는다. 뒤엎기와 바꿔치기에 더해 힘겨루기와 편짜기로 아수라장이다. 늙으나 젊으나, 남자나 여자나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싶어 안달이다. 이들을 보고 투표장에 나가야 하는 국민만 불쌍할 뿐이다. 더 가관인 것은 여당과 1야당이 내놓은 총선 10대 공약들이다.
마치 국민이 무시를 당하는 기분이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모여서 급조한 것 같아 평가할만한 일고의 가치도 없어 보인다. 선거라는 것은 사람도 중요하지만 지지하는 정당의 노선과 관련된 공약은 더 중요하다. 하지만 내놓은 공약이란 것이 미사여구의 말 잔치 일색으로 가슴에 와닿는 것이 없다. 미래에 대한 확실한 비전과 철학이 보이지 않는다. 점입가경의 글로벌 경쟁 시대에 대비하는 우리 경제의 미래나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미래 선도기술 육성 등과 같은 것이 보이지 않는다. 글로벌 제조 5대 강국에서 6~7위로 내려앉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커녕 본격적인 인구 절벽 시대에 대비하는 고민도 실종되어 있다.
요즘 많은 사람이 한국이라는 나라에 점점 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미래를 낙관하기보다 비관으로 기울기 십상이다. 그 이유는 대한민국이 과거에 함몰되어 미래를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그나마 힘 있다고 설치는 무리를 보면 전직 운동권, 법조인, 언론인들로 수두룩하다. 물론 그들이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지 않았다고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들이 직접적인 생산 활동이나 냉엄한 글로벌 경쟁 전선에서 맞서본 경험이 없고, 남을 비판하거나 평가하는 간접적인 일상에 익숙한 자들이다. 그렇다 보니 이들에게 국가의 성장, 미래 생존, 위기 대응, 글로벌 경쟁 전략 혹은 포지셔닝등에 대해 기대하는 것은 애당초 물 건너 간 이야기일 수 있다. 주변 인물들이라도 제대로 들어와야 할 터인데 초록은 동색이라고 다 한통속들이다.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메뉴판이 바뀌지 않는다. 상상할 수 없는 위기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불확실성이 점증하고 있는 미래를 예감하면서 이런 정치판에 국가를 위탁해야 하는지 내는 세금이 아깝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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