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랑군의 패수는 하남성 제원시를 흐르는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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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사 강역 밝히는 역사지명…식민사학 패수 위치 비정 잘못돼

성헌식 필진페이지 + 입력 2020-04-19 17:54:15

패수(浿水)는 우리 고대사의 강역을 밝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사지명이다. 패수는 위만이 망명하면서 건넌 강이기 때문이다. 또 한나라와 조선의 동·서 경계였으며 한사군 전쟁의 주 무대로 낙랑군의 위치를 밝힐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당서 열전 동이>에는 고구리의 남쪽경계로 <삼국사기>에는 백제의 북쪽경계라고 기록돼 있다.

패수의 위치비정에는 위 두 조건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 그런데도 식민사학계는 고조선 때 패수를 평안도 청천강으로 백제 때 패수는 황해도 예성강으로 비정했다. 재야사학계는 위만이 건넌 고조선의 패수에 대해서만 언급할 뿐 백제 때 패수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한마디로 둘 다 잘못된 지명비정이기 때문이다.

식민사학계의 압록·청천·대동강 패수설은 분명 잘못된 비정이다. 서류하는 강이라 <수경주>에 기록된 동류하는 패수의 물길과는 반대 방향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재 주류사학계의 정설로 돼있다. 이는 조선왕조의 중화사대주의와 일제식민사학의 반도사관이 지금까지 계승돼 내려왔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민국 정부는 광복 후 지금까지 일제가 조선인의 민족혼을 말살하기 위해 날조한 식민사학을 막대한 예산을 들여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교육시키고 있다. 아직까지 대한민국 역사학계는 일제 치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독거미줄을 걷어내지 못하는 한 우리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현재 식민사학계의 한반도북부 패수설의 오류를 강하게 질타하고 있는 재야사학계의 대부분은 윤내현 교수나 북한의 이지린이 주장했던 하북성 난하 패수설에 동조하고 있다. 일부는 대능하나 요하 부근 또는 북경 주변을 흐르는 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식민사학계의 한반도 패수설은 사서기록에 맞지 않는 등 학술적으로 워낙 엉터리다. 그나마 재야사학자들은 기록에 충실하기 위해 <사기 조선열전>에 언급된 발해를 현재 중국의 내해로 보고 발해만으로 흘러들어오는 강들 중에서 <수경주>에 언급된 동류하는 패수의 물 흐름과 가장 유사한 강을 골라 자신의 학설로 주장했다.

만일 재야사학자들의 주장대로 패수가 북경 근처에 있다면 백제는 하북성 남부에, 난하에 있다면 발해만의 바다 속에, 대능하·요하 부근에 있다면 요녕성에 위치해야 한다. 이런 지리비정으로는 고구려와 백제의 역사가 제대로 해석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다들 패수는 시대별로 이동되었기에 고구려·백제 때 패수는 고조선 때 패수와 달랐다고 한다.

필자가 보기에는 식민사학이나 재야사학의 이론이 잘못된 학설이기는 둘 다 매한가지로 오십보백보라고 할 수 있다. 식민사학계가 장님이라면 재야사학은 애꾸눈인 격이다. 그럼에도 재야사학자들은 자신의 학설이 잘못된 지도 모르면서 식민사학계의 오류를 질타하면서 그들로부터 역사권력을 빼앗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지금까지 재야사학계나 식민사학계 그 어느 누구도 <위서지형지>와 <금사지리지>를 읽어보지도 않는 등 공부도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임의대로 지명비정을 해왔던 것이다. 중원을 코도 풀지 않고 그대로 중국에게 넘겨준 꼴이니 이 어찌 땅을 치고 통곡할 일이 아니겠는가.

▲ 중원 땅을 중국에게 넘겨준 재야사학과 식민사학의 패수설. [사진=필자 제공]

낙랑군에 속한 패수의 위치는

지금까지 오리무중이라 숱한 학술대회에서 단골주제로 등장했던 패수의 정확한 위치를 찾는 방법은 아래와 같이 의외로 간단하다.

<한서지리지>에서 유주의 낙랑군에 속했던 패수는 <위서지형지>에서는 휘주의 무덕군에 속한다. 무덕군은 <한서지리지>에서 하내군에 속했던 무덕현이 승격된 것이다. 따라서 낙랑군은 하내군과 접했거나 아주 가까운 이웃사촌이어야 한다.

이 하내군 내에서 <수경주> 권14 패수에서 설명한 물길을 가진 강을 찾으면 된다. “패수는 낙랑(樂浪)군 루방(鏤方)현에서 나와 동남쪽으로 임패(臨浿)현을 지나 동쪽으로 해(海)로 들어간다. 허신이 전하기를 패수는 루방에서 나와 동쪽으로 해로 들어간다. 일설에는 패수현에서 나온다. ‘십상주지’에서 말하기를 패수현은 낙랑의 동북쪽에 있고 루방현은 낙랑군의 동쪽에 있다. 그 현에서 나와 남쪽으로 루방을 지나간다.”

▲ 수경주 권14 패수의 물길과 정확히 일치하는 강. [사진=필자 제공]

또한 패수는 <수경주> 권7 제수(濟水)편에 설명돼있는 추(溴)수 또는 격(湨)수와 같은 강이다. 위만이 망명하면서 건넌 강이 <수경주>에는 패수로, <삼국지>에는 추수로 기록돼 있다. 본(本)에 따라 어떤 책은 추수로 어떤 책은 격수로 기록돼 있어 비슷한 글자인 추수와 격수는 같은 물길이다.

패수와 추수·격수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산해경>의 산경 남산2경에 나오는 ‘격(湨)수’에 곽박(郭璞)이 ‘一作浿(또는 패)’라는 주를 달아 격수·추수(湨水/溴水)=패수(浿水)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금도 패수는 추하(溴河)라는 이름으로 하남성 제원시를 유유히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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