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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 양 같아서 그릇 행하여 각기 제 길로 갔거늘, 여호와께서는 우리 무리의 죄악을 그에게 담당시키셨도다.”<이사야 53 : 6>
사회란 여러 조직으로 형성된 집단공동체다. 그래서 집단은 소기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행동을 한다. 집단행동은 ‘한 집단이 같은 목표와 의식을 가지고 하는 행동’을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집단은 다양하다. 가깝게는 노조도, 국가도, 정치적인 정당도 모두 하나의 집단이다.
집단행동 이론가에 따르면 나라가 국난이나 전쟁을 치르고 있을 때, 집단행동이 잘 된다. 전쟁 중이건 아니 건 집단행동을 잘하는 조직체가 이긴다. 그 조직체가 국가이건 좌파 혹은 우파이건, 진보 혹은 보수이건 무관하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번 4·15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초거대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이를 입증해보였다.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의석까지 합쳐 민주당은 국회의석의 5분의 3인 177석을 확보했다. 개헌을 빼고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슈퍼 여당이 탄생된 것은 어찌 보면 기회인 동시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이를 두고 항간에 “하늘의 뜻이 문재인 정권과 함께 하는 것 같다”는 탄식소리가 터져 나온다.
시기적으로 한일 전쟁을 치루면서 일본제품 구매와 일본 여행을 자제해왔다. 이번 대일 항쟁은 집단행동을 보였다. 이어 국가 재난인 코로나19와도 싸우면서 개별 욕망과 행동을 자제했다. 다른 나라처럼 사재기도 하지 않았다. 그런 우리의 집단행동이 전 세계를 감동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런 배경에서 이번 총선은 여당이 국난 프리미엄, 전쟁 프리미엄을 누리는 혜택을 받게 된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반면 보수진영은 반일전에 대비 한중전이라는 대응 논리를 내세웠지만 설득력이 부족했다. 또한 베네수엘라 내러티브 역시 설득력이 약해 국민들에게 먹혀들지 않았다. 엄격히 말하자면 시대적 환경적으로 베네수엘라와 우리나라와는 여러 측면에서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 보수 측은 안타깝게도 그런 내러티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대북 퍼주기 공략도 실패했다.
4·15총선에서 역사에 남을 압승을 거둔 집권여당이 한껏 자세를 낮추는 것 같더니 모당인 민주당을 비롯해 더불어시민당과 여권 비례정당인 열린민주당에서 오만한 발언이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더구나 지난 한 해 이 나라를 두 동강냈던 조국 사태 관련자와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중인 당선자가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도록 갚아주겠다”는 복수의 글을 올리고, “서초동에 모였던 촛불 시민이 당신의 거취를 묻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를 거론하면서 많은 국민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모두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 비리,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총선이 끝난 후 본격화되자 윤 총장을 배신자로 낙인찍고 검찰과 각을 세워온 피의자 신분인 사람들이다. 무소불위의 거대 여당이 됐다고 보복성 발언으로 벌써부터 거들먹거리는 것도 볼썽사납지만 일부 인사들의 협박에 가까운 발언은 가볍게 지나칠 일이 아니다. 더구나 공수처를 들먹이는 건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상식에도 맞지 않고, 법치를 거스르는 궤변은 지금이라도 철회하는 게 마땅하다.
열린민주당 대표로 선출된 최강욱 당선자는 청와대에 몸 담았던 법조인 출신답게 성실하게 재판에 임하는 게 도리다. 허기사 이런 당선자에게 대통령이 축하전화를 했으니 그 오만함이 오죽할까?
여당은 지금 승리에 취해 오만함을 보일 때가 아니다. 지금 코로나 국난 극복과 경제회복이 급선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개헌이나 공수처 운운하며 검찰총장 협박 같은 발언이 나오는데 중요한 것은 코로나로 인한 국난극복이 우선이다.
정치적 보복이 아니라 지금은 경제위기극복과 일자리 대책마련에 집중할 때다. 문재인 대통령조차 최악의 경제위기 상황으로 규정했을 정도로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다. 고용, 수출 등 곳곳에 빨간 불이 켜진지 오래다. 무너져 내리는 경제 회생에 정치적 생명을 걸어도 부족할 판에 개혁선 개혁입법 처리같은 생뚱맞은 주장을 할 때가 아니다.
특히 오는 7월 공수처가 곧 출범하면서 공수처장 하마평도 흘러나오는데, 후보자들이 모두 진보일색, 문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분위기에서 우려되는 건 윤석열 검찰총장이 수사대상 1호가 될 것이라는 정치권 일각의 발언이 나왔다는 것이다. 검찰을 쪼개 공수처를 만들겠다는 저의를 의심하며 기구 신설에 반대하던 사람들은 ‘자 봐라, 우리가 우려한 것이 현실로 드러나지 않는가’ 라고 말하지 않겠는가.
살아있는 권력의 눈 밖에 난 누군가를 찍어 내리는 데 공수처가 개입할 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발언이 한 두 사람의 돌출행동이라고 보기엔 왠지 모르게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고위공직자 연루 비리수사를 할 때 중립을 지켜야 하는데 누군가를 찍어내려는 표적수사로 착수되었다면 수사성과를 크게 올렸다 해도 그 결과를 믿을 사람은 없다. 수사대상이 누가 될 것이라고 미리 점찍어 말한다면 수사 시작부터 이미 정해진 표적수사를 의심케 하는 게 아닌가.
과거 정권에서도 표적수사를 한 것이 드러나면서 검찰이 치명상을 입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공수처장 임명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검찰에서 일반 사건을 수사하는 도중 고위공직자 관련혐의가 포착될 경우 공수처장의 이첩요구에 따라 수사를 중단하고 사건기록을 공수처에 넘겨주고 손을 떼야 한다는 점이다.
문제는 증거가 불충분함에도 불구, 표적수사로 기소 쪽으로 기울거나 혐의자를 무혐의처리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검찰에서 진행 중인 수사를 가로채 뭉개버리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특히 공수처가 수사한 사건을 넘겨받아 무혐의 처리한 검사나 무죄 선고한 판사를 공수처가 맡게 될 경우, 그런 시비가 더 뜨거워질 게 뻔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수도권 지방검찰청 형사부 부장검사들과 저녁식사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찰 안팎에서는 조만간 인사이동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 내부에서는 7월 정기 인사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법무부의 이 같은 검찰 인사를 불편하게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법무부가 너무 자주 입맛에 맞는 인사를 한다는 지적이다. 서초동의 한 부장검사는 "이렇게 인사를 자주 내면 누가 진지하게 사건을 처리하려 하겠느냐"며 "다들 다음 인사에만 관심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는 "법무부가 이런 식으로 기존 인사방식과 다른 인사를 계속 한다면 예측가능성이 떨어져 조직은 더욱 불안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법조계가 술렁이고 있는 상황에서 대법원에서 9억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확정판결을 받았던 한명숙 전 총리의 정치적 생명을 되살리기 위해 집권 여당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정치가 사법부에 개입해 범법자를 양심수로 둔갑시키는 것은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자 월권이다.
한 전 총리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이미 2017년 5월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고 끝났다. 그런데 지난 14일 친정부 성향의 인터넷 매체가 한만호 옥중 비망록을 입수했다며 보도하자 여권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민첩하게 나서서 두둔하며 “한 전 총리는 강압수사와 사법농단의 피해자”라고 단정지었다. 심지어 “공수처가 설치되면 수사 범위에 들어가는 게 맞다”는 말까지 한다. 여기에 검찰을 총괄 관리하는 법무부 장관까지 가세했다.
여권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보면 ‘한명숙 구하기’란 말이 나올 정도다. 법조계에서는 “확정된 재판이 잘못됐다고(명백한 증거도 없는데 정치적으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사법 불신의 요인이 된다고 우려했다. 대법원이 사실상 전원 일치 유죄 판단을 내린 사안을 장관까지 나서서 문제를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도 ‘한 전 총리 구명’에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이던 지난 2015년 “우리는 한 총리가 역사와 양심의 법정에서 무죄임을 확신한다”고 말한 바 있다.
권력을 쥐면 휘두르고 싶은 유혹에 빠지는 건 당연하다. 여권은 문 대통령의 남은 2년 임기 동안 검찰, 언론, 노동, 재벌, 교육, 국방, 외교 등 분야별로 못다 한 개혁과제를 마무리 하고 싶은 욕심도 클 것이다.
그러나 무리하게 강행하다보면 탈이 나게 되어있다. 여당은 과반수 이상 의석의 힘을 너무 믿지 말아야한다. 정치적으로 검찰과 법원을 압박하기 위해 무리하게 한명숙 재심카드를 휘두를 경우 여론의 강한 역풍을 맞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아직도 대선이란 거대한 벽이 남아있다. 자칫 판도라 상자가 될 소지가 있는 공수처는 폐지되어야 맞다.
“내게 능력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 <빌립보서 4 :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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