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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과 그린을 두 축으로 하는 ‘한국판 뉴딜’이 시동을 걸 채비다. 분위기의 반전인가? 코로나 사태로 사면초가에 몰린 한국 경제가 궁여지책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국가적 아젠다가 아닌가 싶다.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무려 74조를 투입하여 일자리 55만개를 창출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기업이나 국민의 반응은 오히려 시큰둥하다. 당장 위기 돌파에 급급한 경제 주체들에겐 피부에 크게 와닿지 않는다. 냉정하게 보면 정부가 내건 방향성이 틀리지 않지만, 그것을 실현해내기 위한 국가 전체의 분위기가 그렇게 긍정적이지 않다는 점이 근본적인 딜레마다.
무너지는 경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고, 정권의 유지에도 위기감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에 뉴딜이라는 카드를 꺼내들 수 밖에 없는 지경인 점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디테일을 보면 급조한 측면이 강하고 구체적인 액션 플랜도 크게 미흡하다. 이런 지적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글로벌 트렌드나 경쟁국의 동향, 우리 경제가 가진 강·약점, 뉴딜이 선순환할 수 있는 충분조건들에 대한 인식이나 사고의 전환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4차 산업혁명을 통한 미래 먹거리 선점 글로벌 경쟁이 한층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이 다시 으르렁거리기 시작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경쟁이 포스트 코로나가 아닌 그 훨씬 이전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경쟁국보다 작게는 3년, 크게는 5년 이상 뒤처져 있다. 중요한 시기에 우리는 정권 교체와 그 이후 무의미한 진영 싸움과 미래를 접은 채 과거 파헤치기로 시간을 허송했다.
축적해 놓은 귀중한 자산마저 까먹으면서 경쟁국들이 맹렬하게 앞서가는 것을 수수방관하고 뒷짐만 졌다. 케케묵은 이념 편 가르기, 해괴한 사회 주류와 비주류 판 갈이, 비(非)경제적 시장 옥죄기 등으로 귀중한 시간을 낭비했다. 역설적인 가정이지만 만약 코로나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이런 분위기 반전이라도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까지 들 정도다.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변신하겠다는 구호도 말만큼 쉬운 것이 아니다. 시장은 그리 녹록지가 않고, 앞서가는 경쟁자들을 추격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버거운 실정이다.
골든 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승자와 패자 결정은 앞으로 10년 후인 2030년 무렵에 판가름 날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코로나로 인해 이 시기가 다소 앞당겨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포스트 코로나에 펼쳐질 제2 뉴노멀이 생겨나면서 양자컴퓨터, 모빌리티, AI, 로봇, 드론 등 테크놀로지 개념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유망 산업에 대한 분류도 새롭게 정리되고 있는 판이다. 언택트(비대면) 시장의 예고로 바이오·헬스를 비롯하여 교육·사무 등이 신(新)산업의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 빅데이터, 모빌리티, 콘텐츠, 스마트팜, 스마트시티, 신재생에너지 등이 다시 주목을 받는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국가 간의 부(富)의 순위는 물론이고 글로벌 기업 혹은 국내 기업의 순위를 크게 바꿔놓을 가능성 역시 상수(常數)다. 국내에서도 네이버나 셀트리온 등 인터넷이나 바이오 기업이 부상하고 있는 반면 현대자동차 등 기존 제조기업이 후퇴하고 있는 것을 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력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는 강성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언제까지 크게 들릴지는 앞으로 주목해야 하는 대목이다.
벌써 온갖 잡음과 경고음 들려, 기업은 당장의 생존에 급급한 나머지 반응 냉담
경쟁국의 동향을 살펴보면 우리보다 멀찌감치 달아나 있다는 것이 현저하게 나타난다. 이들에게 나타나고 있는 공통적인 현상은 제조업의 디지털화(化)다. IT 기업(플랫폼)이 선도를 하면서 제조기업과 융합을 하는 형태다. 미국과 중국이 가장 앞서간다. 미국은 ‘IIC(Industrial Internet Consortium)’로 큰 행보를 보인다. IBM, GE, 인텔, 시스코시스템즈, AT&T 등이 대학과 연계하여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중국은 ‘중국 제조 2025’로 제조업 대국에서 강국으로의 변신을 시도한다. 2015년 시작되었으며 30년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중국에서 흔히 회자하고 있는 ‘인터넷 플러스’ 혹은 ‘AI 플러스’라는 용어가 여기서 기인한다. 이러한 중국의 의욕이 미국의 압박을 자초하고 있기도 하다. 독일은 ‘Industry 4.0’으로 스마트 공장의 실현과 이를 통한 제조업 강국이라는 위상 유지에 총력을 경주한다.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2017년 시작한‘소사이어티(Society) 5.0'으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사이버 공간과 현실 세계를 융합시킨 초(超)스마트 미래 사회를 지향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당면한 저출산ㆍ고령화ㆍ지방소멸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국가적 아젠다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와 다르게 간판 기업들의 사기(士氣)가 넘쳐난다. 코로나가 진행 중이지만 이들의 물밑은 여전히 분주하다. GAFA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른바 Google, Apple, Facebook, Amazon에다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등 IT 기업들의 행보가 빠르다. 중국은 알리바바, 텐센트, 디디추싱(適適出行) 등이 선두주자들이다. 이들의 수장들에게는 IQ(Intelligence Quotient), EQ(Emotional Quotient), LQ(Love Quotient) 등이 새로운 경영 코드로 강조되고 있기도 하다.
독일은 아디다스, 보쉬, 지멘스, 폭스바겐 등이 전면에서 리드하고 있다. 일본도 덴소, 야마자키 마작에다 페스트리테일로 뜨고 있는 유니클로 등이 눈에 띈다. 독일과 일본은 미국이나 중국과 다르게 대형 IT 기업이 주도하는 디지털 플랫폼보다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 플랫폼 기업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들의 축적된 자산에서 기인하고 있는 전략으로 우리에게도 많은 교훈을 준다. 한국은 기존 제조업에 5G 등 차세대통신 접목을 시도하고 있기는 하지만 큰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이처럼 한국판 뉴딜은 엄청난 도전과 난관이 앞에 놓여 있다. 필연적으로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고, 주력 시장이 해외에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출발이 늦었다는 점에서 도약대에 올라서려면 절박함과 처절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경쟁과 혁신, 그리고 과감한 규제 개혁은 급선무다. 재정 지출 확대는 문제 해결이 아니고, 실마리만 제공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것도 돈이 제대로 풀린다는 가정하에서다. 벌써 한국판 뉴딜의 편향성과 취약성, 기존 정책의 재탕 등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우리 대기업은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못 하는 사이에 글로벌 IT 공룡들은 국내 신(新)기술 기업들을 호시탐탐 삼키려고 한다. 경쟁국들은 IT+제조+스타트업 기업들을 팀워크로 연결해 경쟁력을 강화시키며, 국가가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원전, 원격의료, 게임 등 국가의 지나친 개입이 성장의 족쇄가 되고 있기도 하다. 정치권은 돈 퍼주기 경쟁이나 하면서 경제를 사지(死地)로 내몰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들에겐 국가 백년대계라는 큰 그림보다 하찮은 밥그릇 싸움만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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