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리 도성들은 압록수변에서 찾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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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리의 압록수, 지금의 압록강 아냐…산서성 남부에서 찾아야

성헌식 필진페이지 + 입력 2020-08-17 18:27:34

지금까지 수많은 학자들이 ‘고구려 도읍지’에 관한 학술발표를 하면서 주석에 자주 올리는 문구가 하나 있는데 『신당서』「열전 145 동이」 등 기록이다. 다만 이런 기록도 있다고 소개만 됐지 인용돼 해설된 적은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압록수변에 국내성과 평양성과 안시성이 위치한다”는 내용이 발표자들의 지리비정과 너무도 달랐기 때문이다. 다들 중국이 고구려의 도읍지를 못 찾도록 고의로 왜곡했거나 또는 잘 모르는 상태에서 아무렇게나 써서 남긴 하찮은 기록 정도로만 여겼을 것이다. 과연 그런지 그 내용에 대해 상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대요수(大遼水)와 소요수(小遼水)가 있는데 대요수는 말갈의 서쪽 남산에서 시작되고 남쪽으로 안시성으로 흐른다. 소요수는 요산 서쪽에서 시작되는데 역시 남쪽으로 흐른다, 양수(梁水)는 요새 밖에서 시작되어 서쪽으로 흐르다 합쳐진다.

마자수는 말갈의 백산에서 시작되고 색이 오리의 머리 색깔과 흡사해 압록수라 부른다. 국내성 서쪽으로 흘러 염난수와 합해지고 서남쪽으로 안시에 이르러 海로 흘러 들어간다. 평양성은 압록의 동남쪽에 있어 커다란 배로 사람을 건네고 믿음직한 참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기록이다.

위 기록에 언급된 양수(梁水)는 대요수(大遼水)와 안시(安市)와 함께 『한서지리지』에 유주의 요동군에 속한다고 기록돼 있다. <중국고대지명대사전>에는 “양수는 산서성 장자현 동쪽에 있다.(梁水在山西长子县东)”는 설명이 있다.

▲ 압록강변에 없는 요하강변 안시성과 대동강 평양성. [사진=필자 제공]

또한 『수경주』 권10 탁장수·청장수(濁·清漳水) 편에 “진나라가 상당군을 설치해 다스렸다. 그 물은 동북으로 흘러 장수로 들어가고 장수는 동쪽에서 양수와 만난다. 양수는 남양산에서 나와 북쪽으로 흘러 장자현 고성 남쪽을 경유한다.(秦置上黨郡，治此。其水東北流入漳水。漳水東會于梁水，梁水出南梁山，北流逕長子縣故城南。)”는 설명이 있어 양수는 산서성 동남부에 있는 장자현 부근을 흐르는 물길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요동군도 그 부근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遼東郡(요동군)，秦置。屬幽州(유주)。戶五萬五千九百七十二，口二十七萬二千五百三十九。縣十八：襄平，有牧師官。莽曰昌平。新昌，無慮，西部都尉治。望平，大遼水(대요수)出塞外，南至安市入海，行千二百五十里。莽曰長說。房，候城，中部都尉治。遼隊，莽曰順睦。遼陽，大梁水(대양수)西南至遼陽入遼。莽曰遼陰。居就，室偽山，室偽水所出，北至襄平入梁(양)也。高顯，安市(안시)，武次，東部都尉治。莽曰桓次。平郭，有鐵官、鹽官。西安平, 莽曰北安平。文，莽曰文亭。番汗，沛水出塞外，西南入海。沓氏。

그렇다면 위 『신당서』에 언급된 압록수는 과연 지금의 어디 강일까. 압록수의 물 흐름이 초반에는 북남으로 흐르다 염난수와 합쳐진 후 서류하는 강이다. 현재 한중간의 국경인 압록강과는 그 흐름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즉 지금의 압록강은 고구리의 압록수가 아니었던 것이다.

『신당서』 기록에 양수와 압록수가 같이 언급돼 있으므로 압록수 역시 산서성 남부에서 찾아야 한다. 산서성을 가로지르는 분하(汾河)의 물길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참고로 대륙의 강들은 지형상 대부분 황해를 향해 동류한다. 한반도의 강들은 대부분 서류한다. 분하는 현 중국대륙에서 서류하는 가장 대표적인 강이다.

따라서 국내성과 평양성도 현 산서성 분하변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여러 자료를 검토해본 결과 국내성은 태원 남쪽에 접한 평요(平遙)고성, 평양성은 요임금의 평양(平陽)이었던 임분, 안시성(환도성)은 여량(呂梁)산맥의 남단인 신강(新降)현 서북 40리, 도성은 아니었지만 전략적 요충지였던 서안평은 황하와 분하가 만나는 하진(河津)으로 비정된다.

이러한 지명비정에 고구리와 관구검·수·당나라의 전쟁기록을 대입하면 톱니바퀴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맞아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렇듯 고구리 도읍의 위치기록은 중국이 일부러 숨겨놓은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우리가 찾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정작 큰 문제는 이렇게 찾아진 고구리 도성의 위치를 인정하려는 학자들이 아직까지 없다는데 있다. 이병도의 학설을 추종하는 강단식민사학계는 말할 것도 없다. 강단을 비판하는 재야사학계도 마찬가지다. 이미 발표해놓은 논문과 지금까지 주장해온 학설이 오류였다는 걸 시인하기 쉽진 않겠지만 학자적 양심이 있다면 인정할 건 깨끗이 인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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