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토 웅략왕의 백제 챙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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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토 웅략왕의 백제 챙기기

백제와 야마토는 같은 혈통의 부여씨 왕조

정재수 필진페이지 + 입력 2020-09-01 17:04:40

‘일선동조론(日鮮同祖論)’이 있다. 일제강점기 식민사학자가 주장한 ‘일본과 조선(한국)은 동일한 조상을 갖고 있다. 즉 일본민족과 조선민족의 조상은 하나’라는 역사이론이다.

야마토, 백제 건국시조 사당 건립

그 근거 중의 하나가 『일본서기』 <흠명기> 기록에 나온다. 야마토 웅략(雄略-유라쿠)왕은 백제 건국시조 사당을 세우고 제사지낸다.

‘16년(서기 555년)…소아경(蘇我卿)이 말하길 “옛날 대박뢰(大泊瀨-웅략) 천황 때 그대 나라가 고구려로부터 침략을 받아 위험하기가 계란을 쌓아 놓은 것보다 더하였다. 이에 천황(웅략)이 신지백(神祗伯)에게 명하여 공경히 신지로부터 계책을 받도록 하였다. 이에 축자(祝者)가 신의 말에 의탁하여 건방지신(建邦之神-백제 건국신)을 모셔와 장차 망하려는 왕을 가서 구하면 나라는 반드시 평온해지고 사람들은 잘 다스려져 편안해질 것이다”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신(神)을 청하여 가서 구원하니 사직이 평안해졌다.’

당시 웅략왕은 백제가 고구려 장수왕의 공격을 받고 몰락하자 우선적으로 백제 건국시조(건방지신) 제사부터 챙긴다. 이는 백제와 야마토의 특수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부여기마족의 한 축인 한반도 백제가 무너지자 또 한 축인 일본열도 야마토가 부여기마족의 건국시조(구태)를 챙긴다.

웅략왕은 야마토를 군정국가에서 왕정국가로 발전시킨 일본역사에서 매우 중요시하는 군주이다. 재위기간은 서기 456~479년이다. 이 시기 백제는 개로왕→문주왕→삼근왕으로 이어지며 부여씨 왕조가 혼란을 거듭하는 때였다.

웅략왕은 461년 백제 곤지왕이 개로왕으로부터 정치적 숙청을 당해 야마토로 건너오자 일족을 받아주고 영지도 하사한다. 이에 화답하듯 곤지왕은 웅략왕의 치세를 적극 보좌한다.

이후 475년 개로왕 혈통이 고구려 장수왕에게 몰살당하자 웅략왕은 문주왕으로 하여금 대신 왕통을 잇게 한다. 『일본서기』는 문주왕에게 구마나리(久麻那利–충남 공주)를 주어 백제를 회복시켰다고 기록한다(天皇聞百濟爲高麗所破以久麻那利賜汶洲王救興其國). 이어 문주왕의 뒤를 이은 아들 삼근왕마저 갑자기 단명(16세)하며 문주왕 혈통이 끊기자 이번에는 동성왕을 보내 왕통을 잇게 한다. 동성왕은 곤지왕 혈통으로 곤지왕의 둘째아들이다.

웅략왕, 부여씨 왕조의 어른 격

웅략왕이 백제왕통에 영향력을 행사한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 웅략왕은 백제와 야마토 두 부여씨 왕조의 최고 어른 격이었기 때문이다. 웅략왕은 백제왕통이 거듭되는 혼란으로 혈통이 끊기는 일이 연거푸 발생하자 우선적으로 백제 부여씨 왕조 지키기에 적극 나선다.

만약 웅략왕의 선제적 조치(?)가 없었다면 비유왕으로부터 시작한 구태계열의 백제 부여씨왕조는 중단되고 다시금 온조계열의 해씨왕조로 환원되었을 것이다. 웅략왕이 백제 왕통을 적극 챙긴 이유이다.

일제는 「일선동조론」을 철저히 악용한다. 창씨개명, 신사참배, 일본말 사용 등의 황국식민화정책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참으로 좋은 역사를 아주 나쁜 역사로 만든 일제이다.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먼 훗날이라도 혹여 우리가 일본열도를 지배하는 역사가 펼쳐진다면 우리 역시 똑같은 역사논리를 내세울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런 날이 오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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