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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들의 경제 상황은 날이 갈수록 각박해지고 있다. 특히 일자리문제와 주택문제 등에서 비롯된 경제적 어려움은 청년들의 결혼 기피로 이어지고 있다. 대다수의 청년들은 결혼을 허황된 꿈이라고 토로한다. 사진은 스카이데일리 ‘언택트 좌담회-청년 자유발언대’ 현장 모습.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조성우 차장|이창현·허경진 기자] 결혼은 ‘인륜지대사’로 불릴 만큼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로 꼽힌다. 결혼은 이후 출산을 통해 미래를 이끌어갈 인적자원을 생산하는 첫 시작점이라는 점에서 사회적으로도 중요하게 여겨진다. 사회의 존속과도 직결된 문제가 바로 결혼인 셈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중요한 결혼이 기피대상으로 전락해버렸다. 청년들은 일자리문제와 주택문제 등으로 결혼은 먼 나라 이야기라고 토로하고 있다. 누군가를 책임지기 어려운 현실에 결혼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게 청년들의 반응이다.
스카이데일리 언택트 좌담회 ‘청년 자유발언대’에 참석한 강하린(21·여), 구대호(25·남), 김건호(30·남), 김관우(29·남), 김명섭(20·남), 김정운(26·남), 김준형(35·남), 문성환(27·남), 민정기(28·남), 박민수(20·남), 박선민(26·여), 박예슬(26·여), 백열준(19·남), 성현준(26·남), 오종택(26·남), 이명재(26·남), 이수지(26·여), 정세환(26·남), 조주영(21·남), 한민솔(20·여), 한진우(25·남) 등 20여명의 청년들 역시 현재 결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고 토로했다.
각박한 현실 속 결혼은 꿈… 일자리·주택·사회적분위기 등 결혼 가로막는 장애물 다수
언택트 좌담회의 유일한 30대 패널인 김준형 씨는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 신랑이다. 행복한 신혼을 꿈꿔야 할 시기이지만 그는 결혼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청년들의 일자리문제와 주택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결혼기피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년의 입장에서 봤을 때 우리나라는 결혼을 할 수 없는 환경이에요. 지금 구직을 준비하는 청년들은 더욱 이렇게 느낄거예요. 당장 내 직장과 내 집도 없이 결혼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하죠. 일자리 구하기는 어려워지고 내 집 마련의 꿈은 그야말로 꿈으로 전락해버렸으니 결혼은 엄두도 못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현실이죠.”
“현실적으로 결혼하는 데 필요한 현금을 따졌을 때 지방 같은 경우 2억, 수도권 지역에서는 4억 정도가 든다고 봐요. 하지만 그만한 큰돈을 결혼적령기에 모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죠. 단순히 모아둔 돈이 없다 해도 미래소득이라도 보장이 돼야 하는데 일자리조차 구하기 힘든 지금의 현실에선 그마저도 어려운 게 사실이죠.”
이명재 씨도 일자리나 주택문제가 결혼의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실적인 조건을 어느 정도 충족하고 결혼을 하려는 사람이 늘어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결혼적령기는 늦춰질 수밖에 없다는 것에 크게 공감하기도 했다.
“결혼에 필요한 자금을 모아놓는 등 완벽하게 준비를 하고 결혼하려는 풍토상 결혼적령기는 상당히 늦춰질 수밖에 없다고 봐요. 현재 우리나라에 만혼과 비혼주의자가 만연해지는 것도 어느 정도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봐요. 그러나 이렇게 될 경우 결국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결혼적령기까지 놓치고 말죠.”
여성 패널들의 경우 결혼 후 경력단절, 육아 등이 걱정돼 결혼을 기피하게 된다고 밝혔다. 강하린 씨는 어렵게 취업을 하고 돈을 모으는 도중 결혼을 해 아이를 가질 경우 어쩔 수 없이 경력이 단절되고 사회에 다시 발을 딛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자 입장에서 결혼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는 ‘경력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에요. 결혼을 하면 아이를 갖게 될 것이고 육아를 하다 보면 다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죠. 정말 힘들게 취업을 해도 결혼하면 결국 일자리를 유지하지 못하게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경제적인 문제 이외에도 사회적인 분위기 역시 결혼을 기피하는 요소 중 하나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문성환 씨는 인생에 한 번 뿐인 결혼식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누구보다 화려하고 비싸게 하고 싶어 하는 경쟁욕구가 발생해 결혼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없다 보니 가까운 사람과 관계를 유지했고 또 결혼식을 올릴 때 비교대상이 넓지 않았죠. 하지만 지금 같은 경우 SNS가 활발해지다 보니 사람들이 서로 비교하는 문화가 형성된 거 같아요. 예를 들어 돈, 주택뿐만 아니라 웨딩사진 같은 경우 남들보다 사진 한 장 잘 찍으려고 수백만원씩 쓰는 경우가 많죠. 이러한 부분들이 결혼을 꺼리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한몫 거들었다고 봐요.”
민정기 씨 역시 비교하는 사회적인 문화가 결혼을 기피하게 만드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결혼식뿐만 아니라 이를 준비하는 과정, 신혼집, 살림살이 등 모든 것이 다른 사람과 비교를 하게 되고 결국 번듯하지 못하면 결혼을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남들과 비교하는 문화가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어요. 타인에 삶에 너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과거에는 집이 없어도 사랑하면 결혼하는 추세였지만 요즘은 많은 것을 갖추고 결혼을 하려 하고 이를 타인과 비교하며 무리하게 추진하기도 하죠. 결국 이러한 허영심 때문에 남녀 모두 결혼을 기피하는 것 같아요.”
“결혼은 그 자체로 축복”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일자리·주택 등 현실적인 대책 마련 시급
언택트 좌담회 참석자들은 결혼을 가로 막는 사회·경제적 문제 등이 산적한 만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구대호 씨는 일자리·주택 등 현실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고했다.
“햄스터를 우리 안에 가두고 키우는 실험이 있어요. 햄스터에게 의도적으로 스트레스를 주는 환경과 살기 좋은 환경을 조성했는데 자기가 살기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하면 새끼를 안 잡아먹는 반면 자기가 살기 각박하니 자기새끼를 잡아먹는 결과가 나왔죠.”
“이 사례가 현재 우리와 딱 맞게 대입되는 것은 아니지만 시사하는 바는 있는 것 같아요. 살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갈등 없이 가정을 꾸릴 수 있다는 것이죠. 어떤 환경이 살기 좋은 환경이냐는 것에는 견해가 다를 수 있지만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게 해주고 가정을 꾸리는 것이 혼자사는 것보다 행복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봐요.”
민정기 씨 역시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년들이 삶에 대해 희망을 느끼고 진일보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자연스럽게 결혼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지금 청년들은 희망이 없어요. 전 세대보다 못사는 첫 번째 세대가 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어요. 현 상황은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가 되는 듯한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어요. 기본적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고 주택문제도 해결된다면 청년들도 가정을 꾸릴 수 있게 될 것 같아요.”
“여성에 대한 배려도 더욱 커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혼과 출산으로 여성의 커리어가 멈추고 단절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이는 정부와 기업이 같이 해결해야 한다고 봐요. 정부는 부모가 아이를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교육공간을 많이 만들어야 하고 기업 역시 출산휴가 등을 보장하며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해요.”
[이창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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