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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몸이 배배 꼬일만큼 간지러운 자신의 등판 상태를 타인이 모르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뭔가 좋은 일이 생각나서 실실 웃고 있는데 그러는 당신을 정신 나간 사람 쳐다보듯 하는 사람은 꽤나 오랫동안 기억할지도 모른다. 만약 그가 당신의 부하 직원이라면? 그에 대한 기억은 의외의 상황에서 돌출할 수도 있다. 그 직원의 표정이 하필 근무평가 배점 순간에 떠오른다면? 그 직원의 평점은 쥐도 새도 모르게 깎일 수도 있다. ‘쥐도 새도 모르게’란, 심지어 당신 자신도 모르는 무의식적 사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쥐도 새도 모르게’ 실종된 직원의 고가점수는 어디에서 발생한 문제인가. 그것을 하나하나 분석해보면 이런 상황이 나열될지도 모르겠다.
당신은 문득 엊그제 당구 숙적과의 게임에서 이긴 순간을 떠올리며 혼자서 빙그레 웃고 있었다. 하필이면 그 순간에 결재판을 든 부하직원 하나가 당신 사무실에 들어섰다. 고개를 든 직원과 당신의 눈빛이 마주쳤다. 그러자 직원의 표정이 잘못된 애정 행각이라도 목격한 듯한 표정으로 굳어지면서 엉거주춤 물러섰다. 당신은 웃음기를 재빨리 지우면서 얼버무리듯 말했다. “아, 박 팀장, 무슨?” “아, 네. 부장님. 결재 받을 게 있어서…” 이 짧은 순간의 한 컷이 3개월 후 직원 평점에 영향을 미치리라곤 두 사람 모두 상상할 수 없었다.
만약, 상황이 이와 반대였다면 어땠을까. 당신이 혼자서 빙그레 웃고 있는데 결재판을 든 허 팀장이 열린 사무실 안쪽으로 들어온다. 당신이 웃고 있는 모습을 보자 본인도 씨익 웃으며 말한다. “부장님, 좋은 일 있으시나보네요. 표정이 환하십니다.”
공감이란 뭘까. 상대의 간지러운 등판 사정을 헤아릴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아무리 민감한 손으로 만져봐도 ‘간지러움’이라는 몸 감각을 만질 수는 없다. 하지만 몸의 간지러움으로 인해 파생하는 정신적 역동을 느낄 수는 있다. 놀랍게도 이 ‘정신적 역동’은 간지러움이라는 감각처럼 살갗을 긁어서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구름처럼 떠다니는 것도 아니다. 상대의 마음과 내 마음이 동시에 일어나서 만나는 어느 한 순간에 벌어지는 일이다. 당신은 그것을 느낄 뿐이다. 상대와의 시공간을 공유하게 된 순간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나의 정신적·육체적 태도다. 여기에서 핵심은 ‘적극적으로 반응’이다.
공감력 천재로 가는 길이 당신 안에 있다
세상에는 마음의 공유지점을 민감하게 포착하는 사람과 번번이 포착하지 못하거나 관심 없는 사람이 있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 혼자 실실거리는 부장의 표정을 보고 화들짝 놀람으로써 부장의 감정을 싸늘하게 식혀놓은 박 팀장과 부장의 표정을 자연스레 수용하면서 흐름을 타는 허 팀장의 반응은 사실, 공감력 유무와는 아무 관계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짧은 순간이 누군가의 장기 기억으로 저장되곤 한다는 점이다. ‘우연한 일인데 뭘!’ 하고 지나치기에는 사소한 듯 결정적인 포인트인 것이다.
두말 할 것 없이 ‘공감’은 작지 않은 능력이다. ‘공감’에 ‘력(力)’을 붙이는 이유다. 영장류들은 이런 능력을 어지간히 보유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타 존재의 감정 상태를 의도적으로 인지하는 능력. 무리에서 쫒겨나 구석자리에서 눈치꾸러기로 지내는 침팬지를 위로해주는 다른 침팬지 이야기는 이제 뉴스가 아니다.
돌이켜보면, 실력의 유무나 상하 위계가 분명했던 지난 시절의 공감력은 감정의 사치에 가까웠다. 지시하고 지시 받는 상명하복의 틀 안에서 움직이면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부지불식간에 ‘상명하복’이니 ‘불철주야’니 하는 어휘들이 힘을 잃고 있다. 그 자리를 ‘꼰대’라는 꽈배기 같은 언어가 두루 점령해가고 있다.
현대인에게 공감력은 일종의 경쟁 품목이다. 공감은 동정심과 다르다. 동정심은 타인의 곤경이 저절로 이해되는 천부적 마음작용이다. 어린아이에게도 동정심이 발현되는 이유다. 《공감하는 능력》을 쓴 로먼 크르즈나익은 ‘공감은 상대의 감정이나 시각을 이해하여 그것을 자신의 행동지침으로 활용하는 기술’이라고 한다. ‘기술’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반복·숙달이 필요하다.
세상은 타인의 감성 난독자의 생존지를 빠르게 빼앗아가고 있다. 반면에 감성 지능은 비중과 너비를 대폭 확장한다. 왜? 당신의 가장 노골적인 욕구를 살펴보면 금새 알 수 있다. 당신은 당신의 생각이나 감성을 읽지 못하는 상품이나 태도를 거들떠나 보는가. 커피를 손쉽게 타 먹고 싶은 ‘감정이나 시각을 이해한 후, 그 욕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것’이 커피 믹스이다. 햇빛에 그을리기 싫은 피부를 유지하면서 더 윤택하게 하는 데 공감한 것이 썬 크림이다.
당신이 사용 중인 물건을 보면 ‘공감력’이 얼마나 강한 생존의지를 담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대에서 공감력은 원시 사회로 치면 창이나 활과 같고, 전쟁터로 치면 권총이나 소총과 같다. 공감은 올바른 자세와 반복적인 훈련을 바탕으로 타인의 마음을 사기 위한 내면의 상품이기도 하다.
당신은 이쯤에서 두리번거릴지 모르겠다. 그래,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런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하지? 듣고 보니 정말 중요하긴 한데 말이지.
공감 훈련의 장은 이미 당신의 내면에 펼쳐져있다. 내면의 모든 ‘싶다’들의 소리를 듣고자 하는 마음이면 준비 끝이다. 놀고 싶다. 자고 싶다. 죽고 싶다. 울고 싶다…. 이 많은 내면의 ‘싶다’ 소리에 귀 기울여 주기. 그 ‘싶다’들의 기억과 울분과 아픔과 저주 따위를 적극적으로 보듬어주고 존중해주는 것. 하나하나 펜글씨로 받아 적어 주는 것. 이십년 전, 삼십년 전에 해결하지 못했던 그 하고 많은 ‘싶다’들의 구체적 정황과 비루함을 드러내어 함께 울어주기.
당신이 만나는 사람이 누구고, 얼마나 많이 만나는지 모르지만, 내면의 ‘싶다’보다 많을까. 타인의 요구들이 당신 내면의 ‘싶다’만큼 난해하고 어려운 사안일까. 잘 보자. 뿌리 깊은 나의 ‘싶다’를 거듭 드러내는 행위가 곧 ‘공감력 천재’의 길이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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