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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재는 ‘현재 상황에서는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
“너나 잘 하세요”
“이 (한은)총재는 ‘현재 상황에서는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장기 전망을 보면 건전성 저하가 우려된다’며 ‘위기에서 회복됐을 때를 생각하면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했다. 중앙은행 수장으로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원칙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자 민주당 양경숙 의원은 ‘한은이 정부 정책에 훈수를 두는 건가’라며 ‘너나 잘 하세요’라는 유명한 대사가 떠올랐다고 했다.... 같은 당 정일영 의원도 ‘재정준칙 발언을 왜 하셨는지 모르겠다’며 ‘한은 본연의 직접적인 업무는 아니잖나’라고 했다. (조선일보, 2020.10.17.)
한은 총재의 발언은 이 정권 들어 오랜만에 들어보는 정상적인 민주공화국 공직자의 말처럼 들렸다. 민주공화국의 모든 공직자(public servant)는 영어 표기 그대로 국민의 공복이지 대통령의 종복은 아니다.
현 정권은 자신들 임기 동안 무제한으로 재정을 풀기 위해 한은 총재의 말까지 가로막지만, 경제는 균형인데 그 균형이 한번 무너지면 회복하기 어렵다. 어마어마한 국민적 고통을 대가로 치러야만 정상적 경제생활을 되찾을 수 있다. 그래서 정상적인 대한민국 공직자라면 누구나 정권의 한탕치기 인기몰이 정책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그러자 선관위에 의해 당선된 것으로 발표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떼거지로 들고 일어섰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총재가 지난 14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취재진에게 엄격한 재정준칙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문제 삼았다. 당시 이 총재는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빨라 연금이나 의료비 등 의무 지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엄격한 준칙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총재가 재정준칙 도입에 부정적인 민주당 입장과 다른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국정감사장에서 비난을 퍼부은 것이다.”
양경숙에게 묻겠다. 중앙은행의 역할이 뭐라고 생각하기에 재정준칙이 필요하다는 중앙은행 총재의 말에 시정잡배나 쓰는 말로 비아냥거렸는가. 또 정일영에게 묻겠다. 중앙은행 총재가 재정준칙을 지켜서 국가 재정을 아껴서 집행하라고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중앙은행 본연의 역할이 아니라고 보는가.
현대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의 임무는 비슷하다. 기본적으로는 물가안정(통화 가치 안정)이라는 거시적 책무를 수행하는 것이고 또 금융기관에 대한 최종 대부자로서 금융시스템 안정이라는 미시적 책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행정부에서 관장해야 할 경제성장률이나 실업률을 중앙은행이 살피는 이유는 시장의 생산된 가치에 비례하도록 통화량 공급을 조절하여 화폐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한 목적 때문이다. 또 시중 은행들에 대한 건전성 감독을 하는 이유는 현대 경제에서는 금융기관들이 상호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한 은행이 파산하면 다른 은행들도 연쇄로 도산해 금융체제 전체가 붕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모두 중앙은행의 본연의 임무이다.
시장경제 역사를 살펴보면 국민 경제의 담세능력 한계를 뛰어넘어 재정을 함부로 퍼 쓰다가 국가 부채가 늘어나면 어떤 정권이든 최종적으로 중앙은행에 통화 발행을 요구했다. 부채 폭증으로 성장률이 떨어지고 실업이 증가하면 국민적 고통은 심해지는데, 이 때 정권이 국민 원성을 핑계로 압박할 경우 중앙은행들은 대개 이에 굴복하여 통화 증발을 하였다. 바로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벌어지는 순간이다.
그래서 정상적인 현대 시장경제 국가는 중앙은행을 단기적 인기에 연연하는 정권과는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입법화한다. 그런데 민주당 의원들은 정권의 요구대로, 청와대의 주문대로, 제한 없이 재정을 퍼쓰는데 제동을 걸지 말라고 법률상 독립기관인 중앙은행 총재를 겁박한 것이다. 그러나 중앙은행 총재는 화폐 가치 안정을 위해 정부에 대해 엄격한 재정준칙을 요구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다.
비리의 소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대해 수사를 하지 않는 검찰을 만드는 것을 이 정권 사람들은 검찰개혁이라고 주장한다. 같은 논리로, 정권 마음대로 재정을 퍼 쓰도록 중앙은행이 거수기 역할을 하는 것을 중앙은행 개혁이라고 주장하지 않을지 우려 된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은 재정위기로 인한 외환위기가 눈앞에 어른거릴 정도로 위험한 상태에 놓여있다.
재정위기 발 외환위기에 대한 경고
국가부채 증가 속도가 심상찮다. 그런데도 현 정권은 낡은 통계 방식에 따른 부채 통계로 국민들을 기망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 3차 추경 안을 추진하면서 언급한 ‘우리 국가 재정은 OECD 국가 평균 부채비율 110%에 비해 크게 낮아 매우 건전한 편이다’는 해석은(순진한 발상이고), IMF가 권고하는 공공부문 부채(D3)와 연금충당부채를 모두 더한 수치(D4)로 비교해야 한다는 얘기다.” (뉴데일리, 2020.7.23.)
문 대통령의 인식과는 달리 OECD와 EU 회원국들은 모두 IMF에서 2014년에 개정한 정부재정통계(GFS) 기준을 적용해 관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40%대 국가채무비율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부채(D1)를 뜻하는 것이고 이것은 IMF가 1986년에 제정한 구식방식이다.
지난해 공공부문 부채는 아직 결산되지 않았지만 2018년 기준으로만 봐도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 부채(D1)와 일반 정부부문 부채(D2)까지 합치면 759조7000억원에 이르고, 공기업 등 공공부문 부채(D3) 1078조원과 연금충당부채(D4) 939조9000억원을 합하면, 총 국가부채는 2017조9000억원에 달한다. GDP대비 106.5%다. 코로나19가 닥치기 전에도 이미 한국의 부채비율은 OECD 평균에 육박한 것이다.
대통령은 별 문제 없다고 호도했지만 바로 이런 감춰진 국가 부채의 위험을 보고 국제 신용평가기관이 경고한 것이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가 ‘한국의 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주시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지킨다는 약속을 못 지키면 신용등급 하락 위험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피치는 지난 2월 보고서에서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이 오는 2023년 46%까지 높아질 경우 국가 신용 등급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조선일보, 2020.6.9.)
가령 국가부채가 급증하여 시중 유동성이 국민경제의 가치생산능력보다 커질 경우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이 한국의 원화가 상대적으로 고평가되었다고 발표할 가능성이 있고, 그러면 외화가 썰물처럼 빠져나가 곧바로 외환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재정위기 발 외환위기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와 비교하여 국민경제에 미치는 피해가 훨씬 클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그나마 재정은 건전하였고 국민경제의 가치생산기반이 좋았다. IMF와 구제금융 협상이 끝나자마자 국가 재정을 기반으로 신용위기에 몰린 은행과 기업에 즉시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위기를 해소하였고, 회생된 기업들은 가치생산기반이 좋았기 때문에 곧바로 수출에 나서 벌어들인 달러로 구제 금융을 조기 상환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시 중앙은행이 도입하는 외화자금에 대해 국가가 보증을 서야 제공할 수 있다고 외국 대부자가 주장했고 한국은행의 외화차입에 한국정부가 보증을 서고서야 자금을 빌려올 수 있었다. 국가의 징세기반, 재정 건전성은 국제사회에서 빚을 얻는데도 중요하다.
이처럼 한국은 주요 OECD국가인 미국 일본 EU 등 기축통화국들과 처지가 다르다. 한국은 금융위기 시 기축통화국처럼 통화를 찍어내어 위기극복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OECD 국가 평균보다 훨씬 낮게 국가부채를 관리해야 한다. 그리고 일시적 금융 위기를 해소할 수 있도록 기축통화국들과 통화스왑 협정을 다양하게 체결해야 한다.
금융위기 시 비 기축통화국과의 통화스왑은 별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그 나라에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우리가 말려 들어갈 위험이 있다.
이 정권은 ‘평등’이나 ‘공정’ 같은 관념적 구호로 국민의 시기심을 자극하여 국민경제가 생산한 가치를 갈라먹는 데는 귀신일지 몰라도, 국민경제 전체의 가치생산역량을 키우는 데는 능력도 없고 관심도 없는 듯하다. 지금은 앞 세대가 이루어놓은 가치생산역량을 바탕으로 갈라먹고 살지만 전 세계가 가치생산능력 키우기 경쟁 중인데 우리 국민경제의 가치생산역량을 키우지 못하면 미래 세대들은 지금 세대보다 훨씬 궁박한 처지에 빠질 것이다.
국민경제 가치생산역량의 퇴화는 우리 경제의 미래를 갉아먹는 짓이다. 미래세대를 가난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짓이다.
생산적 노동과 비생산적 노동
“노동 가운데 어떤 종류는 그것이 대상의 가치를 증가시키지만 또 다른 종류의 노동은 그런 효과를 낳지 않는다. 전자는 가치를 생산하기 때문에 생산적이라 하고 후자는 비생산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제조공의 노동은 일반적으로 그가 가공하는 재료의 가치에, 그 자신의 생활비의 가치와 그의 고용주의 이윤가치를 덧붙인다. 이와 반대로 가사를 돕는 하인의 노동은 어떤 것의 가치도 덧붙이지 않는다.” (아담 스미스, <국부론> 제2편 제3장)
경제(학)에서 가치(value)란 단순히 추상적 관념일까? 우리는 흔히 ‘그 집값에 거품이 끼었다’거나 ‘거품경제’ 등의 표현을 쓴다. 특정 상품의 가격(price)이 가치에 연동하여 책정될 때는 정상 가격이지만 가치보다 더 높은 가격이 형성될 때 그 가격을 거품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가치는 실체가 있는 개념이지 추상적 관념만은 아니다.
국민경제 단위로 보면 더 또렷해진다. 그 나라가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는 생산역량이 부족하면 그 나라의 화폐는 다른 나라의 화폐에 비해 상대적으로 값이 떨어진다. 국제적으로 교환되는 것은 그 나라에서 생산한 가치를 가진 재화와 용역이지 그 나라의 화폐는 아니다.
18세기처럼 생산적 노동과 비생산적 노동을 구분할 없지만 오늘날 생산적 노동이란 전 세계 어디에서나 재화와 서비스로 바꿀 수 있는 기축통화인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는 노동이라 하겠다. 그렇게 벌어들인 달러를 국내화폐로 바꿔 소진하는 노동은 비생산적 노동이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국부론>은 지금도 국민경제 운영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생산적 노동을 많이 할수록 그 국가는 부유해지고 비생산적 노동에 종사하는 자들, 생산된 가치를 뜯어먹고 사는 자들이 많을수록 그 국가는 가난해진다.
공산주의자들은 ‘평등과 공정’을 핑계로 사람의 시기심을 선동하여 국민경제가 생산한 가치를 갈라먹는 것을 정치적 성과로 내세운다. 그러나 국민경제라는 풀장에 가치생산을 더하지 않고, 생산된 가치에 빨대 꽂고 빨아먹는 자들이 많을수록 국민경제는 점점 더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
세계시장에서 달러를 벌어들이는 일을 하는 주체는 기업이다. 공무원은 아무리 많아도 기업들이 벌어들인 가치와 달러를 원화로 바꿔 소진하는 비생산적인 노동자일 뿐이다. 괜찮은 청년 일자리라고 공무원을 늘리는 것은 나라의 가치생산기반을 허무는 짓거리다.
비생산적인 공무원들이 기업과 시장에 많이 개입할수록 부패만 커질 뿐이다. 기업 활동을 옥죄는 규제를 강화하고 ‘기업탈취 3법’으로 우리 기업의 경영권을 투기자본과 외국에 넘긴다면 국민경제의 가치생산기반은 급속히 파괴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멀쩡한 국민경제도 한방에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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