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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바이든호(號)의 출범을 앞두고 중국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주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전격적으로 한국과 일본을 방문해 주요 외교 현안 사항을 논의했다. 외견상 미묘하면서도 급박하게 돌아가는 분위기다. 코로나가 다시 창궐하고 있는 시점이라 더욱 그렇다. 연내 시진핑 주석의 방한 혹은 방일을 내심 기대하고 있던 차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여러 추측을 가능케 한다.
3개월 전인 올해 8월에 중국 외교의 사령탑인 양제츠 국무위원이 방한한 적도 있어 중국의 포지션에 뭔가 변화가 있다는 것이 감지된다. 백악관의 주인이 트럼프가 아닌 바이든이 확정됨으로 인해 지금과는 확연히 다른 글로벌 질서가 예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변국이면서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에 대해 중국과의 이해관계를 사전에 명확하게 정리해 두기 위한 수순인 것으로 보인다. 정치는 물론이고 경제적인 관계가 지속돼야 함을 강조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새로운 환경에 직면하게 될 중국, 일본, 한국 등 동(東)아시아 3국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는 시점이다.
바이든의 당선에 침묵으로 일관하던 시진핑 주석이 18일 만에 축전을 보내면서 달라진 질서를 수긍하는 쪽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바이든 팀의 조직 인선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외교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베일에 가려있기도 하다. 다만 그의 평소 언행이나 공약을 근거해서 온갖 추측이 난무한다. 트럼프의 지난 4년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다만 그것이 자국에 유리할 것인지, 아니면 불리할지를 두고 각국의 계산이 분주하다. 특히 대척점에 서 있는 중국의 속내가 가장 복잡하다. 미국의 힘이 예전과 같지 않다고 하지만 글로벌 질서에 미치는 영향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미국의 패권에 도전장을 던진 중국의 행보가 쉽게 수그러들 것이라는 예측도 하기 어렵다. 객관적인 정황으로 보면 부딪히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길목이다. 다만 우격다짐의 트럼프 팀과 비교해 바이든 팀의 중국 다루기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중국도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해 플래닝의 우선순위를 정리하고 있는 듯하다.
바이든 당선자에게서 나온 일성은 동맹국과의 관계 복원이다. 변칙의 트럼프와 달리 원칙과 명분에 충실하면서 실리를 추구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익만을 위해 동맹국과의 신의를 저버리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동맹국들에도 걸맞은 행동을 요구할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케 한다. 트럼프 4년간 동맹국들이 미국에 완전히 등을 돌린 것은 아니지만 중국을 사이에 두고 이익을 저울질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중국으로서도 이런 틈새를 교묘하게 활용하면서 운신의 폭을 넓히는 기회로 활용했다.
바이든 팀은 이를 정확하게 간파하고 있다. 우선 전통적 동맹인 유럽과의 관계 복원을 서두를 것으로 예상이 된다. 동시에 한국, 일본, 호주, 인도 등 아시아 동맹들과의 관계 개선에 착수할 것이다. 이 대목이 중국으로서 가장 신경 쓰이는 골칫거리다. 자칫 중국의 고립화가 현실화하면서 입지가 졸지에 축소될 수 있는 시나리오다. 힘을 계속 과시해 나가기 위해서는 중국과 엮여 있는 각국의 첨예한 이해를 조율하면서 이들의 이탈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 입장 일본과 달라…바이든 팀의 원칙과 상식에 동승하면서 중국과의 이해 유지 필요
바이든 정부가 가장 먼저 당면하고 있는 현안은 코로나 확산 억제와 미국 경제의 회복이다. 이것보다 우선하는 것은 없다. 백신이 보급되고, 긴급 재정 투입이 본격화되면 미국 경제가 의외로 빠르게 V자형 회복세의 기류를 탈 수 있다는 시그널이 나오고 있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미국과 글로벌 경제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예측이다.
하지만 아직은 다소 성급하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팬데믹의 불확실성이 그만큼 광범위하고 충격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 경제의 회복을 견인해 나가는 과정에서 중국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민주당은 기본적으로 공화당보다 미국 국익에 철저하고 보호무역을 선호한다. 단순히 상품이나 기술에 국한하지 않고 인권, 노동, 환경 등으로 확장해 상대국을 견제한다. 불공정하거나 비도덕적인 상대에 대해서 강경한 잣대를 들이댄다. 트럼프 시절과는 다른 정교한 수단으로 압박하게 되면 중국의 보폭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미국의 동맹국이 중국 편에 서거나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서도 미국의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중국이나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느긋하다. 미국의 동맹으로서 비교적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중국과 걸려있는 이익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으면서도 경제적 실리는 확실하게 챙긴다. 미국이 가진 힘의 크기와 한계를 잘 조율하고 있다. 갈수록 커지고 있는 아시아 역내 중국의 영향력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미국에 잘 각인시키고 있다.
이는 힘에서 중국에 밀리고 있는 일본의 치밀하고도 전략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동남아 국가에 미치고 있는 일본의 저력도 지렛대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에게도 일본은 무시할 수 없는 최적의 파트너다. 중국도 이런 일본과 완전히 등을 돌리는 것이 국익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경제적 이해로 일본을 일정 반경 내에 묶어 두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경계한다. 바이든 시대에도 일본의 이런 행보는 계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문제는 한국이다. 일본과 우리가 처하고 있는 환경은 비슷한 것 같지만 매우 다르다. 최근 수년간 미국의 동맹국이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를 긴밀하게 유지해 왔다. 정치보다 경제적 이해관계가 크다는 점에서 일정 수준의 국민적 동의를 받고 있기도 하다. 정치적으로는 북한의 핵 저지를 위해서 중국의 협력이 절실하다는 점에서 미국의 양해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결정적일 때에 중국은 한국 편이 아니고 북한 편이라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행위를 계속해 나가기 어려워지는 형편이다. 경제적 이익을 볼모로 중국의 한국에 대한 보복과 위협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중국 편을 들지 않으면 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사례로 한국을 끌어들이고 있기도 하다. 앞으로도 미국과의 동맹 중 가장 약한 고리로 한국을 지목하고 괴롭힐 공산이 농후하다. 묘책을 찾아 나가기가 그리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길이 있다면 바이든 팀의 원칙과 상식에 동승하되 글로벌 공조 체제하에서 중국과의 관계도 변칙이 아닌 정상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지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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