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태왕이 비려를 정벌한 염수는 어디일까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전문가칼럼

성헌식의 대고구리

요동군과 가까워야하는 염수, 패수와 같은 유주 내 지명

성헌식 필진페이지 + 입력 2020-12-02 12:20:00

비석에 새겨진 호태왕의 공적내용은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영락 5년 을미년(395) (2월) 비려가 끊임없이 침공하므로 왕이 몸소 군사를 인솔하고 가서 토벌했다. 부산(富山)·부산(負山)을 지나 염수(鹽水)에 이르러 그 3개 부족 600~700 군영을 깨뜨리니 (노획한) 소·말·양떼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어가로 개선하면서 양평(襄平)도를 지나 동쪽으로 오면서 후성(候城), 역성(力城), 북풍(北豊), 오유(五遊)에서 국경선을 살펴보고 사냥을 한 후 돌아왔다”

먼저 위 전쟁이 어디에서 벌어졌는지를 알려주는 지명들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양평(襄平)과 후성(侯城)이다. <한서지리지>에 아래와 같이 유주의 요동군에 속하는 현이라고 기록돼있다. 특히 후성은 중부도위(中部都尉)의 치소라 요동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위 비문에 언급된 지명들은 요동군 내에 있거나 요동군에서 무척 가깝다는 말인 것이다.

遼東郡(요동군)，秦置。屬幽州(유주)。戶五萬五千九百七十二，口二十七萬二千五百三十九。縣十八：襄平(양평)，有牧師官。莽曰昌平。新昌，無慮，西部都尉治。望平，大遼水出塞外，南至安市入海，行千二百五十里。莽曰長說。房，候城(후성)，中部都尉治。遼隊，莽曰順睦。遼陽(요양)，大梁水西南至遼陽入遼。莽曰遼陰。險瀆，應劭曰：「朝鮮王滿都也。依水險，故曰險瀆。」臣瓚曰：「王險城在樂浪郡浿水之東，此自是險瀆也。」居就，室偽山(실위산)，室偽水所出，北至襄平(양평)入梁也。高顯，安市(안시)，武次，東部都尉治。莽曰桓次。平郭，有鐵官、鹽官。西安平(서안평)，莽曰北安平。文，莽曰文亭。番汗，沛水出塞外，西南入海。應劭曰：「汗水出塞外，西南入海。番音盤。」沓氏。

▲ 요동군 지도, 청색은 현재지명이고 적색은 고대지명. [사진=필자 제공]

위 요동군에 속하는 실위산(室潙山)현에 대한 “실위수가 북쪽으로 양평까지 흘러 양수로 들어가는 곳”라는 설명에서 양평현을 찾을 수 있다. 양수(梁水)에 대해서는 <중국고대지명대사전>에 “양수는 산서성 장자(長子)현 동쪽에 있다. 수경주(水經注)에 양수는 남양산에서 나와 북류해 장자현 고성 남쪽까지 흘러 북쪽에서 장수(漳水)로 들어간다”는 설명이 있다.

필자의 견해로는 양평현은 종전 지명이 신성(新城)진이었던 지금의 양분(襄汾)현, 후성은 같은 후자가 들어간 현 후마(候馬)시로 비정하고 싶다. 고구리의 신성은 당나라의 2번째 안동도후부(安東都護府)가 설치되었던 곳이다. 비록 확실한 자료에 의한 지리비정은 아니지만 크게 벗어나지 않을 걸로 믿는 이유는 이 두 곳이 옛 요동군 땅이었기 때문이다.

백이·숙제가 굶어죽은 수양(首陽)산이 하곡(河曲)지점에 있으니 지금의 산서성 서남부 영제(永濟)시 일대가 옛 고죽국이요 요서군의 땅이었다. 따라서 요동군은 그 동쪽인 운성(云城)과 임분(臨汾) 일대로 비정할 수 있다. 요동군은 낙랑(樂浪)군과 접했고 그 낙랑 땅을 흐르는 패수가 북부하남성 제원(濟源)시를 흐르는 물길이기에 더욱 확실해진다.

또한 호태왕이 비려를 정벌하려고 지나갔던 부산(冨山)의 위치는 <고구리사초략>에 “중천제 12년(259) 을묘 12월 양곡대전 이후 임금은 목원을 현토태수로 삼고 부산(冨山)공으로 봉했다”는 기록이 있다. 현재 산서남부 임분시 동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같은 발음의 부산(浮山)현이 옛 현토군 지역이라 그곳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그 외 북풍(北豊)은 <중국고대지명대사전>에 “후한 말 공손탁이 요동에 있을 때 성을 설치해 풍성이라 했다. 사마의의 요동 정벌 때 풍인들은 남쪽으로 옮겨갔기에 남아있는 자들을 북풍이라 했다(後漢末公孫度据遼東, 置城于此, 謂之豊城, 司馬懿伐遼東, 豊人南徒青齊, 其留者曰北豐。)”는 연혁이 있다. 그 위치를 알 수 없지만 요동인 것만은 확실하다. 역성(力城)과 오비유(五備猶)는 관련 자료가 없어 위치추적이 불가능한 상태다.

패수와 가까워야하는 염수(鹽水)

염수는 현재 중국 땅에 몇 군데 있다. 그래서인지 신채호 선생은 광개토태왕이 감숙성 서부에 있는 길란태(吉蘭泰)라는 염수까지 진출한 쾌거였다고 그의 저서 <조선상고사>에서 역설했다. 그런데 당시 그 역시 조선왕조가 600년간 왜곡해놓은 반도사관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고구리사초략>에 따르면 5년 을미년(395)에 호태왕이 염수까지 이른 때가 2월이다. 백제가 쳐들어오자 직접 기병 7000으로 패수(浿水)의 북쪽에서 8000여 수급을 벤 때가 8월로 기록돼 있다. 집안(국내성)에서 감숙성 서부까지 갔다가 청천강으로 6개월 만에 과연 호태왕이 나타날 수 있었을까.

요동군과 가까워야하는 염수와 낙랑군에 속하는 패수는 같은 유주 내 지명이므로 서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야 한다. 그래야 6개월 내 2번의 호태왕 친정이 가능했던 것이다. 따라서 하남성 제원시에서 멀지 않아야 하는 염수는 산서성 남부 운성시에 있는 염호(鹽湖) 또는 염지(鹽池)라고도 불리는 소금호수 뿐이다.

성헌식 필진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