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위상을 드높인 중흥군주 무령왕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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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령왕의 왕비와 적자는 누구인가

정재수 필진페이지 + 입력 2020-12-10 12:35:12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아키히토전 일왕은 기자회견을 통해 고대의 역사적 사실 하나를 소개했다. 그는 “나 자신도 간무(桓武)왕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속일본기」에 기록되어 있어 한국과의 인연을 느끼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른바 아키히토 일왕의 ‘연고(緣故)발언’으로 일본 간무왕(50대)의 생모가 무령왕의 자손임을 솔직히 밝힌 고백이다.

야마토 출신 왕비와 순타태자

아키히토 전 일왕이 말한 무령왕의 자손은 고야신립(高野新笠)이다. 일본 광인왕(49대)과 혼인해 간무왕을 낳는다. 특히 「속일본기」는 고야신립의 조상을 백제 무령왕의 아들 순타(純陀)태자로 기록한다(出自百濟武寧王之子純陀太子). 순타태자의 후손이 바로 고야신립(화신립)이라는 것이다.

순타태자는 무령왕의 적자여서 태자가 됐다. 「일본서기」<계체기>를 보면 순타태자는 513년 일본에서 사망한다(七年秋八月癸未朔戊申百濟太子淳陀薨). 513년은 무령왕 재위 12년이다.

고야신립의 존재는 순타태자가 사망하기 이전에 이미 자손을 두었다는 의미다. 이를 고려해 순타태자 사망시 나이를 최소 20세 정도로 가정할 경우, 적어도 493년 이전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시기는 무령왕이 백제로 건너오기 전 야마토에 머무를 때로, 당시 무령왕의 나이는 30세 전후였다.

이는 무령왕이 야마토에서 혼인한 사실을 의미한다. 혼인한 여성은 순타태자를 낳은 무령왕의 정실왕비로 야마토 왕실 또는 야마토 귀족 출신일 가능성이 크다.

아먀토에서 죽은 순타태자

그렇다면 순타태자는 무슨 까닭으로 일본에서 사망한 걸까? 무령왕은 이복형 동성왕의 최고 절정기인 495년을 전후해 백제로 건너온다. 야마토에서의 삶을 청산하고 야마토출신 부인과 아들 순타를 데리고 귀국한다. 그리고 40세인 503년 백가의 난을 평정하고 정식으로 백제왕에 즉위한다.

이때 무령왕을 옹립한 핵심세력은 연씨귀족이다. 「삼국사기」에는 동성왕이 497년 달솔 연돌(燕突)을 병관좌평에 임명한 기록이 있다[拜達率燕突爲兵官佐平]. 연씨귀족이 백제의 병권을 장악한다. 그런 까닭으로 무령왕은 즉위 직후(503년) 연씨귀족 출신 여성을 새로이 부인으로 맞이한다. 바로 연씨부인(대부인)이다.

물론 왕비는 야마토출신 부인이며 태자는 왕비가 낳은 순타이다. 그러나 왕비와 순타태자는 백제에 정착하지 못한다. 무령왕 재위초기 정치세력간의 다툼에 밀려 다시 야마토로 되돌아간다. 다만 두 사람이 왕비와 태자 신분을 계속 유지한 이유는 당시 야마토왕가의 입김이 상당부분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무령왕 독살은 두 가지 역사적 사실을 전한다. 하나는 무령왕릉에 합장된 여성의 실체이다. 남편 무령왕을 독살한 연씨부인이다. 무령왕 생전에는 ‘왕비’가 아닌 ‘대부인’의 칭호를 받고 무령왕 사후에는 아들 성왕에 의해 ‘왕대비’로 추증된 여성이다. 또 하나는 무령왕의 후손이 일본 야마토왕실과 인연을 맺은 점이다. 비록 적자인 순타태자는 백제로 다시 돌아오지 못하고 일본에서 사망하지만 그의 후손 고야신립은 당당히 야마토왕실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한다.

역사는 하나를 주면 반드시 하나를 되찾아간다. 불변의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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