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제국의 부활을 꿈꾼 성왕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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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제국의 부활을 꿈꾼 성왕①

대통사 창건에 담긴 뜻… 불교국가를 지향한 성왕의 상징물

정재수 필진페이지 + 입력 2020-12-17 09:15:59

대통사(大通寺)는 우리나라에서 이름과 절터가 확인된 가장 오래된 백제의 사찰이다. 충남 공주시 반죽동에 대통사지(터)가 있다. 일제강점기 ‘大通’ 글자가 새겨진 벽돌조각이 발견되며 대통사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다. 현재 절터에는 당간지주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으며 절터에서 옮겨다 놓은 ‘반죽동 석조(돌그릇)’가 공주박물관에 있다.

대통사는 불교국가 지향의 상징

대통사의 창건연대는 527년(또는 529년)이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대통사는 신라 법흥왕이 창건한 사찰이며 대륙 남조 양나라 무제(고조) 소연(蕭衍)의 연호를 따서 대통의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일연의 착각이다. 대통사는 신라 법흥왕이 아닌 백제 성왕이 창건한 사찰이며 대통의 이름 또한 양나라 무제의 연호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성왕은 공식적으로 불교를 통치이념으로 받아들여 백제를 불교국가로 만든 왕이다. 성왕은 불교에서 말하는 ‘전륜성왕(轉輪聖王)’을 가리킨다. 전륜성왕은 고대 인도신화에 나오는 통치의 수레바퀴를 굴려 세계를 통일하고 지배하는 신화속의 제왕으로 무력이 아닌 정법에 의해 세상을 통치한다. 전륜성왕이 다스리는 세계에 미륵불이 하생하며 불국정토를 건설한다.

전륜성왕을 자처한 대표적인 왕은 인도 마우리아(Maurya) 왕조의 아소카(Ashoka)왕이다. 그는 인도 최초의 통일제국을 건설했다. 「중아함경」에 의하면 전륜성왕은 왕위에 오를 때 하늘로부터 광명이 빛나는 윤보(輪寶·수레바퀴)를 얻어 이것을 회전시킴으로써 무력에 의지하지 않고 정의로 세계를 지배한다고 한다.

「법화경」에 따르면 전륜성왕의 아들은 대통불(또는 위덕불)이다. 손자는 법왕인 석가모니부처이다. 백제의 경우 성왕의 뒤를 이은 왕은 위덕왕(27대)이다. 뒤에 법왕(29대)도 있다. 다시 말해 성왕은 불교의 석가모니계보를 백제 왕실계보에 대비시켜 왕의 위상을 종교적 신성체로 격상시켰다.

대통사는 바로 성왕이 갓 태어난 아들 위덕왕(525년 출생)의 건강을 기원하며 세운 사찰이다. 또한 백제 땅 전체를 불국정토로 만들고자 했던 성왕의 꿈과 이상이 반영된 불교국가 백제의 상징물이다.

공주도성의 랜드마크

2018년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은 대통사지가 소재한 공주시 반죽동 일대에서 ‘대통(大通)’, ‘대통사(大通寺)’, ‘대통지사(大通之寺)’ 등의 글자가 새겨진 명문기와와 귀면와(鬼面瓦), 연꽃무늬 수막새 등 8200여점에 달하는 다량의 유물이 출토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유물의 양으로 볼 때 대통사의 규모와 웅장함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공주도성에 우뚝 솟은 탑과 사찰 건물들을 상상해보라. 가히 랜드마크가 아니었겠는가?

대통사의 역사적 가치를 재발견한 공주시와 문화재청은 대통사를 재건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참으로 잘한 일이다.

대통사의 웅장한 모습이 공주시내에 우뚝 솟을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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