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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554년 백제와 신라는 국가의 명운을 걸고 관산성(管山城·충북 옥천)에서 한판 붙는다. 당시 백제는 성왕이 재위중이었고, 신라는 24대 진흥왕 시기였다. 두 왕은 각각 불교신화에 나오는 전륜성왕을 자처한다. 하늘에 두 개의 해가 있을 수 없듯이 한 사람은 반드시 역사 밖으로 물러나야 했다. 전투 결과는 신라의 완벽한 승리로 끝난다.
백제와 신라의 국운을 가른 관산성 전투
백제는 성왕의 아들 부여창(위덕왕)이 이끄는 백제, 왜(야마토), 가라(대가야)의 연합군 3만명이 참전해 400명만이 살아 돌아간다. 이때 성왕을 비롯해 좌평 4명 그리고 군사 2만9600명이 죽는다. 생존율은 1.3%이다. 그런데 신라는 이들 모두를 목 벤다. 포로로 잡은 자, 전투 중에 부상한 자, 사망한 자를 가리지 않고 모두 참수한다. 「삼국사기」는 ‘한 마리 말도 살아 돌아가지 못하였다(匹馬無反者)’고 기록한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참혹하고 안타까운 장면이다.
특히 성왕은 백제군을 이끌던 아들 부여창을 격려하기 위해 전장을 찾아가다가 구진벼루(충북 옥천)에서 신라 하급무사(말몰이꾼) 도도(곡지)에게 잡혀 목이 베인다. 「일본서기」는 성왕의 몸은 돌려주고 머리는 신라 관청 계단아래 묻었다고 전한다.
참고로 훗날 의자왕은 642년 대야성(경남 합천)전투에서 참수당한 성왕의 복수를 한다. 신라 김춘추의 사위(김품석)와 딸(고타소)을 죽여 시신을 백제 사비도성 감옥 아래에 묻는다.
관산성 전투는 삼국역사의 변곡점이 되는 큰 사건이다. 승패의 결과로 두 나라의 명운이 갈린다. 승자인 신라는 국운이 융성해져 영토 확장을 가속화하며 삼국통합의 초석을 다지는 반면 패자인 백제는 국운이 쇠퇴하여 멸망의 길로 들어선다.
영호남 지역감정의 뿌리
관산성 전투는 영호남 지역감정의 도화선이 된 역사적인 사건이다. 천오백년 가까이 지속되어온 해묵은 반목과 갈등의 뿌리가 바로 관산성 전투의 결과물이다.
신라는 삼국통합 이후에도 호남을 다독이지 못한다. 고려는 신라계가 장악하면서 호남을 배척하고, 조선은 유학을 놓고 또 호남을 멀리한다. 오늘의 우리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좌파, 우파로 갈라놓고 또 서로에게 화살을 겨눈다. 매우 안타깝고 슬픈 현실이다. 우리는 누가 뭐라 해도 하나의 공동체이고 하나의 민족이다.
관산성 전투의 불편한 유산을 언제까지 지속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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