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이상이 초래한 현실은 ‘지상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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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주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1-11 00:02:13

문재인 대통령이 60개월 임기 중 올해로 취임 44개월을 맞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민심은 내리막길로 치닫는 모양새다. 국민 10명 중 6명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능력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지지율도 35%대 미만이다. 취임 이후 최저 수준이다. 국민은 대통령으로부터 ‘대탈출’을 하고 있다 해도 과장되지 않은 것 같다.

문 대통령의 공약 몇 가지가 생각난다. 그는 “불가능한 일을 하겠다고 큰소리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동산에 손을 댔다. 김현미 전 국토부장관을 앞세워 자그마치 24번의 대책을 쏟아냈다. 다주택자를 ‘투기세력’으로 못 박았다. 서울 집값을 잡으니 경기도가 뛰었다. 경기도 집값을 잡으니 지방이 뛰었다. 부동산 시장은 크게 출렁였다. 그 끝엔 월세·전세 서민들이 고스란히 파도를 맞고 서있었다.

정책은 연이어 실패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 추가 대책 수립에 주저하지 않겠다”고 재차 큰소리 쳤다. 불가능한 것에 대한 대통령의 아집이다. 부동산시장의 통제를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인력(人力)이 시장을 뜻대로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불가능한 것에 대해 큰소리치지 않겠다던 그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부동산시장 안정화’라는 정치인의 독선이 수많은 서민 주거지옥을 만들어냈다.

문 대통령은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겠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당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센터장을 본부장에 임명했다. 실장을 건너뛴 파격인사였다. 그런 중 지난해 코로나19가 창궐했다. 그러자 질병관리‘청’으로 승격시켜 초대 청장에 올렸다. 대통령은 그를 “K-방역의 영웅”이라 치켜세웠다. 하지만 벌써 세 번째 코로나 대유행이다.

정 청장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방역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당시 감사원은 책임을 물어 정직 처분을 권고했다. 그러나 중앙징계심의위원회가 권고안보다 낮은 감봉 1개월 경징계 처분을 확정해 질본에 남을 수 있었다고 알려졌다. 정 청장은 지금도 실패하고 있다. 그의 방역 상황 지휘는 과학이 아닌 정치에 발맞췄다. “코로나 방역의 모범국 될 것”이라는 정치인의 이상이 대국민 건강 불안만 초래했다.

또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먼저 일자리를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청년 체감실업률은 2018년 22.9%로 2015년 1월 통계 이후 최대치, 지난해 24.4%로 더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여당은 경제3법과 노동3법을 추진, 청년 취업난을 더욱 심화시키는 ‘청년절망3법’을 통해 그들을 배신했다. ‘일자리 정부’라 표방한 대통령의 상상이 대한민국 청년을 취업지옥으로 밀었다. 이쯤 되면 본인이 무슨 공약을 했는지 잊어버린 듯하다.

독일의 시인 프리드리히 휄더린(1770~1843)과 ‘노예의 길’ 저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국가가 지상지옥이 된 것은 항상 국가를 지상천국으로 만들려고 했기 때문이다”면서 유토피아론을 질타했다. 정치인의 유토피아 상상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말은 달콤한 프로파간다(선전선동)다. 약속은 사라지고 거짓과 분열이 난무한다. 그 속에서 국민은 ‘지상지옥’을 경험한다. 대통령과 여야는 정치적 이상 건설을 위한 실체없는 존재인 ‘집단’이 아니라 경제적 현실 속에 사는 ‘개인’을 우선해야 한다.

[김찬주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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