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제국의 부활을 꿈꾼 성왕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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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제국의 부활을 꿈꾼 성왕⑤

일본 구세관음상은 성왕의 전신상

정재수 필진페이지 + 입력 2021-01-14 09:25:25

일본 나라현 호류지(법륭사·法隆寺) 몽전에 ‘구세관음상(救世觀音像)’이 있다. 녹나무를 조각하여 금박을 입힌 높이 179.9cm의 목조불상으로 일본의 국보이다. 그런데 관음상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부처의 얼굴이 아니다. 어딘가 모르게 친근하다. 바로 한국인의 얼굴이다.

구세관음상은 성왕의 전신상

일본 고문헌인 「성예초」에 불상의 연원이 나온다. 백제 위덕왕이 부왕(성왕)의 모습을 연모하여 만든 존상이다(威德王戀慕父王像所造顯之尊像卽救世觀音像是也). 동일한 내용이 「부상략기」에도 나오는데 덧붙여 593년(위덕왕 40년) 백제에서 왜왕실로 보낸 것이라고 부연한다(在百済國之時佛像經律論法服尼等渡越是朝). ‘구세관음상’은 바로 성왕의 전신상이다.

위덕왕은 무슨 연유로 성왕의 관음상을 만들었을까? 「일본서기」에 단서가 나온다. 위덕왕은 성왕이 사망한 554년에 즉위하지 못하고 3년이 지난 557년에 즉위한다. 왕의 자리가 비어있는 일종의 공위(空位) 기간이 발생한다. 이때 위덕왕은 왕위가 아닌 출가를 고집한다. 조정신료들은 위덕왕을 대신해 따로 100명을 출가시키는 선에서 타협한다.

성왕은 관산성 전투를 앞두고 아들 위덕왕을 격려하기 위해 전장을 찾아가다가 신라군에게 잡혀 죽임을 당한다. 신라 하급무사(말몰이꾼)에게 참수당한 성왕의 머리는 백제로 돌아오지 못하고 신라 관청 계단아래에 묻힌다. 이로 인해 위덕왕은 아버지 성왕을 죽게 만든 원죄와 자책감에 시달린다. 그래서 위덕왕은 아버지 성왕을 그리워하며 똑같은 형상의 관음상을 만든다.

충남 부여 능산리 고분군옆 서쪽에 능산리 절터가 있다. 절의 이름은 전해지지 않으나 이곳에서 발견된 ‘백제창왕명석조사리감’은 위덕왕이 아버지 성왕의 명복을 빌기 위해 특별히 창건한 원찰(願刹)임을 설명한다. 백제문물의 진수인 ‘금동대향로’도 이곳에서 출토됐다. 위덕왕은 성왕의 관음상을 제작해 이곳 금당에 안치하였다가 일본에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

구세관음상을 일본에 보낸 이유

그렇다면 위덕왕은 성왕의 관음상을 무슨 이유로 일본왕실에 보낸 것일까? 성왕은 불교를 통치이념으로 삼아 백제를 불교국가로 만든 불교신화에 나오는 전륜성왕이다. 또한 성왕은 일본에 노리사치계(怒利斯致契)를 보내 불교를 직접 전파한다. 불상과 경전, 승려와 장인을 보내 불교가 일본에 뿌리내리도록 초석을 다진다. 일본 입장에서 보면 성왕은 명실공이 일본 불교(문화)의 개척자이다. 같은 맥락에서 성왕의 관음상은 일본에 보내진다. 혹여 위덕왕은 아버지 성왕이 전륜성왕이 되어 일본 땅을 직접 다스리길 바라진 않았을까?

호류지에는 ‘백제관음상’도 있다. 동양의 비너스상이라고 세계 미술계가 극찬한 불상이다. 소설가 앙드레 말로(Andre Malraux)는 “만일 일본이 침몰할 때 일본에서 단 하나만 갖고 나가게 허락한다면 나는 ‘백제관음상’을 가지고 나가겠다.”는 말로 관음상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 바 있다. 이 또한 백제 장인이 만든 위대한 걸작품이다.

일본에는 백제의 옛 유물이 많다. 일본 국보 1호인 고류지(광륭사) ‘반가사유상’을 비롯해 중요 문화재가 모두 우리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어느 역사학자의 자조 섞인 말이다. “우리나라가 일본에 너무 많은 것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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