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의금지·임단협 3년’ 내건 산은, 쌍용차 노조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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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구조조정 기업 정상화 전 노조파업 등 자해행위 시 ‘지원 불가’ 엄포
쌍용차 매각 과정서 구조조정 가능성 고개…노조, 이번주 중 입장 발표 전망

오창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1-17 14:28:35

▲ 17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노조는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요구한 흑자 전 쟁의 행위 금지와 단체협약 유효기간 3년 등의 조건을 놓고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이번 주중에 노조의 입장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쌍용차동차 평택공장. ⓒ스카이데일리

KDB산업은행(산은)이 극심한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쌍용자동차에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놓고 노조에 조건을 제시했다. 이에 쌍용차 노조가 산은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업계 안팎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노조는 이동걸 산은 회장이 요구한 흑자 전 쟁의 행위 금지와 단체협약 유효기간 3년 등의 지원 전제 조건을 놓고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이번 주중에 노조의 입장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회장은 이달 12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쌍용차 지원과 관련해 “쌍용차에 흑자가 나오기 전까지는 일체의 쟁의 행위를 중지하겠다는 약속을 제시해주길 바란다”며 “단체협약을 1년 단위에서 3년 단위로 늘려서 계약해 달라”고 제시했다.

이 회장은 “구조조정 기업이 정상화하기 전, 흑자가 되기 전에 매년 노사 협상을 이유로 파업하는 자해 행위를 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사업성 평가와 함께 두 가지 전제 조건이 제시되지 않으면 산은은 단돈 1원도 지원하지 않을 생각이다”고 강조했다.

쌍용차 노조가 2009년 무분규 선언을 한 이후 지금까지 별다른 쟁의 행위를 하지 않은데다 지난해에도 다른 완성차 업체와 달리 일찌감치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마무리 지었던 만큼 이 회장의 이날 발언은 다소 의외였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그동안 쌍용차 추가 지원에 상당히 부정적이었던 산은이 쌍용차를 지원하기 위해 명분 쌓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또 지난해 한국지엠의 파업 사태 등을 지켜봐 온 산은이 선제적으로 쌍용차 노조에 다소 무리한 요구를 하게 됐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18년 한국지엠이 경영 정상화 방안을 확정할 때도 노조가 동의하지 않아 법정관리 직전까지 갔고 지난해에는 부분파업까지 하며 손실이 더욱 커졌다”며 “이 회장은 노조를 (경영 정상화의) 가장 큰 장애물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산은은 쌍용차와 최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 유력 투자자로 거론되는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 등과 4자 협의체를 구성해 쌍용차 지분 매각을 위한 구체적인 조건을 논의하고 있다.

해당 협의에서 HAAH오토모티브는 쌍용차의 채무를 재조정한 뒤 재산정된 가격으로 인수하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HAAH오토모티브의 연 매출 규모가 2000만달러(약 240억원)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자금력에 다소 문제가 있어 인수 가격을 재산정하길 요청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산은은 HAAH오토모티브의 인수 조건을 수용하기 위해 채무 재조정 및 추가 자금 지원을 위해 노조에 전제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쌍용차는 유동성 위기로 2009년에 이어 지난해 12월 21일 또다시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당시 회생법원이 쌍용차의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을 받아들이면서 회생 절차 개시는 다음달 28일까지 보류된 상태다.

또 지난해 말부터 부품 협력사들이 납품을 거부해 공장 가동이 한동안 중단되는 등 쌍요차 부품 협력업체의 연쇄 부도 위기까지 우려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산은의 조건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쌍용차 노조가 사측에 적극 협력해 온 점도 산은의 조건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시각에 힘을 보태고 있다.

쌍용차 복수노조 중 조합원 다수가 가입한 기업노조 역시 “총 고용이 보장된 기업 회생 절차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향후 쌍용차 지분 매각 과정에서 구조조정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어 노조가 산은의 조건을 무턱대고 받아들이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우려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쌍용차의 재무 상태 등을 고려하면 투자 논의 등에 따라 추가적인 감원 등이 있을 수 있다”며 “지금은 노조가 협조적이지만 나중에 노조의 태도가 돌변할 수 있는 만큼 산은도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노조에 조건을 내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HAAH와의 협상이 결렬되면 한동안 매각이 쉽지 않아 쌍용차의 기업 회생 절차 개시는 불가피하다”며 “법정관리로 가게 되면 구조조정 역시 불가피해 노사 대립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오창영 기자 cy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