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 직전의 예술계를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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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예술과 인생

아사 직전의 예술계를 보면서

대가의 그림 한 점 팔리지 않는 비극
위기는 기회, 지금이 그림수집 기회다

김수영 필진페이지 + 입력 2021-01-26 11:16:15

얼마 전, 뮤지컬 관계자와 배우들이 코로나로 인하여 공연을 못하여 막심한 피해를 보는 슬픈 현실에 대한 기자회견을 한 적이 있었다.

평생 배우로 살아 왔고 평생 무대 예술에 혼을 바친 연극인들이 오죽하면 기자들 앞에서 한탄과 설움으로 눈물의 회견을 했을까?

필자가 최근 꽤나 유명한 외국 감독이 만든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았을 때, 500석 정도 되는 객석에 단 3명이 앉아 영화를 관람했다. 내 생전 그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언택트 시대’라면서 5인 이상 집합을 금지하는 각박한 세상이다. 이러니 수백 명 혹은 수천 명이 집합하여 관람하는 뮤지컬 공연이 제대로 이루어 질 리 없고 연극계, 가요계, 영화계, 미술계 등등 이 시대의 모든 예술인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아니 수난 정도가 아닌 아사직전에 있다.

지난 연말 미술협회 이사장 출신 유명한 화가 한분이 서울의 문화 거리 인사동에서 1주일간 전시회를 개최했다. 무려 1천만원의 대관료 비용을 들이고 800만원의 비용을 들여 고급 화집을 출간하고 비싼 표구, 고급 액자에 작가의 피와 땀이 서린 작품 52점을 전시하고 대망의 꿈을 안고 개막을 하였다.

그러나 초대한 손님이 10%도 안 오고 일주일 동안 전시된 작품을 단 한 점도 팔지 못하고 아쉽게 전시를 마쳤다. 예전에 그토록 북적거리면서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하던 인사동 거리엔 아예 사람이 없고 휑하니 텅 빈 도시가 되었으니 미술작품 구입할 사람이 올 리 없다. 경제가 바닥이며 모두가 생활고에 허덕이는 판국에 전직 미협 이사장의 작품이라도 그림 한 점 팔리지 않는 비극이 연출된 것이었다.

필자가 어렸을 적, 울 엄니가

“넌 커서 무엇이 될 거니?”

라고 물으셨을 때, 나는 과감하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커서 유명한 서양화가가 될 거예요!”

그러자 울 엄니는 나를 불쌍하게 쳐다보시면서,

“그거 하면 춥고 배고프다는데 뭣 하러 그림을 그리려고 하니? 제발 그만 두거라!”

하며 안타까워 말리셨다.

▲서양화가 김수영 작, 제목 <울 엄니> (100호, 재료 아크릴릭). [사진제공=필자}

하지만 내 나이 어느덧 인생의 후반기를 살아가면서 평생을 캔버스 앞, 이젤 앞, 물감에 붓을 잡고 살아 왔지만 요즘처럼 힘들고 고달프고 삭막하기는 처음이다.

내 주위의 화가들 중에는 기운이 그래도 좀 있는 사람들은 직업소개소 일당 벌이라도 나가고 더러는 아예 그림을 포기하고 아파트 경비를 하는 화가가 있는가 하면 병고에 시달려 중풍에 말년을 슬피 보내는 화가들도 있다.

화가들의 특징이 어느 단체에 소속 되거나 어느 회사에 소속 되지 못하고 오직 동학개미처럼 자존심과 독립심으로 화실에 홀로 처박혀 자신의 정신세계에 몰입하여 예술의 경지에 묻히다보니 그 흔한 코로나 생계 지원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처절한 하루하루를 비극적으로 보내며 살고 있다.

우리 사회에 예술을 존중하고 예술인들을 대접하는 시스템 또한 형편없는 지경이고 예술엔 아예 담을 쌓고 사는 졸부들이 널려있는 판국이다. 거대한 평수의 아파트에 살면서 예술품 하나 없이 고급 인테리어에 눈이 부신 가구에 화려강산의 고급 요리와 외제 와인에는 정신이 팔리고 살지만, 화가들의 육필로 혼신을 다 한 아름다운 그림, 그 정신세계를 살찌우는 그림 한 점 걸려 있지 않은 빈 벽에 자신이 부자라고 자부하며 목에 힘주며 사는 사회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외국 영화 등을 통해 여느 가정에 작고 오밀조밀한 액자가 여러 개 걸려 있고 박물관 미술관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모습을 보면, 예술가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나라는 언제나 문화를 향유하며 살게 될지 아쉬운 생각이 든다.

하지만 위기는 한편으론 기회라고 했던가?

요즘 미술품 경매에서 유명한 작품이 전에 비해 거의 x값에 팔리고 있다. 미술품이 코로나 불경기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한국의 대가 모 여성작가의 경우 호당 1천만원에 팔리던 것이 100만원도 안 팔리고, 꽤나 알려진 유명화가의 서양화 작품도 시세가 완전히 바닥이다. 참으로 개탄할 일이지만 이 기회에 경매나 소규모 화랑에서 미술품을 구입하면 저렴한 가격에 고급 미술품을 구입하는 아주 좋은 찬스가 될 것이다.

더구나 어떤 경매장에서는 유찰 없이 매우 싼 금액에 그저 버리는 정도로 그림을 팔리고 있는데, 이는 슬픈 현실이기는 하지만 미술애호가들로서는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아주 소박한 작은 아파트에서 자녀들의 희망과 꿈을 키워 주는 아름다운 소품 한 점 있다면, 그 집은 희망과 미래가 있는 가정이요, 인생을 아름답게 가꾸어 가는 가정일 것이다.

어서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어 예술계가 활기를 띄고, 다양한 분야의 재능있는 예술가들이 나래를 펴면서 세계만방에 자랑하는 문화대국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정부당국자들도 이 나라가 세계만방에 나래를 펼칠 문화 대국이 되기를 바란다면 예술가들의 수난을 익히 알아서 지원과 후원, 그리고 살길을 적극 발 벗고 나서 마련해 주기 바란다.

김수영 필진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