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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27대왕인 위덕왕은 서기 554년 관산성(현재의 충북 옥천) 전투에서 신라군에 잡혀 전사한 성왕의 아들이다. 위기에 빠진 백제의 국력을 다시금 회복하고 중흥의 발판을 마련한다.
위덕왕은 554~598년까지 45년 동안 재위했다. 백제 후반기 왕들 중 비교적 재위기간이 길다. 그런데 위덕왕 사후 보위를 이은 왕은 아들이 아닌 동생 혜왕(28대)이다. 그렇다면 위덕왕에게는 아들이 없었을까?
아좌태자와 임성왕자
『일본서기』와 일본문헌(족보)에 위덕왕의 아들이 나온다. 아좌(阿佐) 태자와 임성(琳聖) 왕자이다. 두 사람은 위덕왕 재위 말기인 597년(위덕왕 44년)을 전후해 일본으로 건너갔다. 이유는 혜왕의 아들 효선(법왕)과의 권력투쟁에 패해 백제에서 숙청당했기 때문이다.
아좌태자는 일본 중심지인 오사카(大阪) 지역에 정착한 뒤 쇼토쿠(성덕·聖德) 태자의 초상화를 그렸다. 쇼토쿠는 일본 최초의 불교 사찰인 호류지(법륭사·法隆寺)를 창건해 일본 불교의 성인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임성왕자는 일본 서쪽 야마구치(山口)에 정착했다. 처음 성씨는 타다라(多多良)이다. 이후 그의 직계 후손이 오우치(大內) 가문을 형성했다. 이 가문은 14세기 한반도와의 무역을 독점해 막대한 부를 축적하며 일본의 유력 호족으로 성장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그의 후손 오우치 요시히로(大內義弘)가 조선에 공문을 보내 시조 임성왕자의 족보를 입증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기록도 나온다. 당시 조선조정은 어떤 문헌에서도 임성왕자의 기록이나 흔적을 찾지 못했다. 이후 오우치가문은 에도막부에 의해 멸문당한 뒤 그 중 일부가 도요타(豊田)가문으로 분화한다.
아좌태자와 임성왕자의 운명
위덕왕의 동생 혜왕은 채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자연사한다. 뒤를 이어 혜왕의 아들인 법왕(29대)이 즉위하지만 역시 1년을 갓 채우고 사망한다.
그렇다면 위덕왕의 직계인 아좌태자나 임성왕자가 백제로 돌아와 다음 보위를 잇는 것이 순리이다. 그러나 역사는 이들 두 왕자가 백제로 돌아오지 못했다고 기록한다. 왜 일까?
위덕왕에게는 또 다른 숨겨진 아들이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서동요’의 주인공인 백제 30대 무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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