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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저 패역한 자는 여호와께서 미워하시나 정직한 자에게는 그의 교통하심이 있으며 악인의 집에는 여호와의 저주가 있거니와 의인의 집에는 복이 있느니라.” <잠언 3 : 33 ~ 34>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2021년은 우리 국민에게 회복의 해, 포용의 해, 도약의 해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또 “터널의 끝이 보인다”며 “2020년과 올해의 경제성장을 합쳐서 코로나 이전으로 이렇게 회복할 수 있는 나라는 극히 드물다”고 자화자찬했다.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누구도 공감도 하지 않는 자화자찬으로 아까운 시간을 소비했다.
문 대통령이 말한 어두운 터널 끝은 안타깝게도 보이지 않는다. 문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이 사회가 과연 공정하고 정의가 살아있는 사회인가, 또 지금도 이 사회가 공정하고 정의로운 법치국가라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집권 여당의 종횡무진으로 무법 사회가 됐다는 것을 아시는지, 대통령과 공직자 그리고 정치인들은 누구를 위해서 존재하는 지도 묻고 싶다.
눈만 뜨면 두려운 생각이 든다. 뉴스 보기가 무섭다. 서부영화에 나옴직한 무법시대를 연상시킬 정도로 여권의 폭주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다. 어쩌다 하필이면 이런 사회에서 살며 분노를 터트려야 하는지 국민은 슬프기까지 하다. 그런 심정의 국민이지만 누구 탓도 할 수 없다. 스스로가 지도자를 잘못 뽑았는데 누구를 탓하겠는가.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 2017년 대선에서 당선돼 같은 해 5월 취임한 문 대통령은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도 했다. “나를 반대하는 사람도 모두 국민이니 그들의 소리도 듣겠다”고 다짐도 했다.
그러나 3년 8개월이 지난 현재 대통령이 국민과의 굳은 약속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았고 오히려 정치적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친문이냐, 반문이냐, 내 편이냐, 네 편이냐에 따라 적과 아군으로 나눠지고 페이스북 친구도 갈라지고 트위터 팔로워가 구분된다. 자신들과 성향이 다른 이들을 향해 거친 조롱과 분노를 토해낸다.
이런 현상은 2019년 조국 사태에 이어 지난해 추·윤 갈등을 거치며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증폭됐다. 토론으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사안들마저 정치적 공방에 휩쓸려 들어갔다. 이때도 대통령은 침묵을 지키며 그림자로 숨어있었다.
정작 국회가 개혁대상 1호인데도 불구하고 검찰개혁, 판사개혁 심지어는 언론개혁까지 들고 나온다. 왜 교수들이 지난 연말 올해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 내로남불)’로 꼽았을까. 범죄 수사와 재판 판결이 죄의 유무를 떠나 어느 한 편에만 유리하게 적용된다면 그것을 법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자신들의 이해에 따라 즉흥적으로 바뀌는 법이라면 굳이 법을 만들어 놓을 필요가 없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대통령을 주인(교주)으로 모시는 광신도들이 많다는 것이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고 있는 현실이다. 대한민국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종교가 있는 나라다.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신흥종교가 새롭게 탄생했고 본의 아니게 문 대통령이 교주가 됐다.
문 대통령 생일이던 지난 24일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셜미디어에 축하 메시지를 올렸다. ‘대한민국은 문재인 보유국입니다’, ‘지금껏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던 대한민국과 대통령...’ 이 나라가 과연 자랑스런 문재인 보유국이 맞는가.
지금껏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대통령이라는 점은 맞다. 문대통령을 찬양하는 이같은 메시지를 보니 과거 국부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방귀를 뀌자 옆에 있던 국무위원이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고 말한 아부성 발언이 떠오른다.
교주를 위한 충성된 성도가 또 있다. 지난 19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현직 대통령은 시간이 지나면 전직 대통령이 된다. 전직 대통령이 되면 본인이 사면 대상이 될 지도 모른다”고 하자 발끈한 김경협 민주당 의원이 다음날 “공업용 미싱을 선물로 보낸다”고 했다.
남의 말을 탓하며 발끈하던 여당 어느 누구도 그 같은 품위 떨어지는 막말을 지적하지 않았다. 국민은 오히려 아무 죄도 없는 미싱이지만 그 공업용 미싱을 모두 여의도에 서식하며 혈세를 낭비하고 있는 기생충들에게 보내고 싶은 심정이다.
이조시대도, 왕권시대도 아닌데 때 아닌 주인 논쟁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국가의 주인이 누구냐 하는 것인데 이 비상식적인 발상이 어이가 없을 정도로 허무한 마음이 든다. 정치인들의 수준이 이 정도로 미개(未開)한가 하는 마음에 서글프다.
발단은 탈원전 정책에 대한 감사원의 공익 감사 착수에서 비롯됐다.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탈원전 정책 수립 과정에 절차적 위법성이 있는지 감사를 시작하자 여권이 최재형 감사원장을 향해 집중포화를 하면서 사퇴를 종용했다.
그런 와중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페이스북에 “집을 잘 지키라 했더니 아예 안방을 차지하려 듭니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라 했더니 주인 행세를 합니다”고 전했다. 감사원은 헌법 제 97조에 의거해 국가의 세입, 세출의 결산,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감사와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을 목적으로 한 헌법기관이다. 감사원이 이 같은 직무를 수행하지 않으면 헌법적 소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임 전 실장의 의식에는 이런 감사원을 단지 집을 지키는 개 정도로 여기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것도 주인에게 무조건 복종하는 충견으로 말이다. 집안 살림을 거덜 내는 안 도둑은 물면 안 되고 문 밖에서 들어오는 낯선 사람(손님일지도 모르는)한테만 짖어대라는 것인가. 이것은 분명코 위헌적 발상이다.
감사원을 집을 지키는 충견 정도로 여기는 게 안타깝다. 분명 감사원장이 할 일을 하고 있는데 임 전 실장 눈에는 그것이 일탈이요, 정치로 비쳐지는 것이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자신과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일 때 “국민은 검찰개혁을 요구하면서 이 나라의 주인이 누구인지 묻고 있으며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 대한 견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또 이원욱 의원은 “임명받은 권력이 선출권력을 이기려고 한다. 개가 주인을 무는 꼴”이라고 했다. 김두관 의원도는 ‘윤 총장 탄핵’이라는 자신의 주장을 주위에서 우려하자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지키는 것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의 모든 의원들이 다 똑같은 마음일 수는 없겠지만, 선출된 권력이 마치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성역(교주)이나 되는 것처럼 맹종자가 됐다. 곧 대통령이 국가의 주인(교주)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헌법 제1조 2절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로 명시돼 있다. 국가의 주인이 곧 국민이란 말인데 이른바 선출권력이라는 한 줌의 무리가 껍데기에 불과한 국민의 이름으로 무소불위 권력의 칼자루를 휘두르고 있다.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사실을 훈장처럼 달고 다니는 좀비 같은 부류들이 그 짓거리를 되풀이 하고 있는 게 더욱 가증스럽고 역겹기만 하다.
그들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공익신고자를 겨냥해 엄정한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또 사법농단에 연루된 부장판사를 탄핵소추하려고 한다. 그 부장판사는 한 달 후면 퇴직한다. 그럼에도 탄핵을 추진하는 저의는 사법부를 겁박하려는 의도로 내비춰진다.
탄핵권을 갖고 있는 국회(여당)가 월권을 하는 것이다. 그런 식이라면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태를 은폐하고 안양지청의 관련수사를 축소하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성윤 중앙지검장 수사도 함께 해야 마땅하다.
맹자는 천자의 자리는 하늘이 준 것이요. 백성이 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백성은 정치적 객체일 뿐이다. 백성은 그저 어리석다는 것으로 스스로 판단한다. 어떠한 공론화 과정도 없이 선출권력인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수사를 하거나 은폐하고 탈원전이 결정되는 게 바로 그래서 가능한 것이다.
괴테에 따르면 지배자는 망치, 국민은 쇳덩이다. 망치가 아무리 달궈진 쇳덩이를 두드려도 그 쇳덩이가 금이 되지는 않는다. 금으로 만들어주겠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국민만 죽을 맛이 되는 것이다. 선출된 권력은 비선출 권력, 선거와 정치에 휘둘리지 말라고 임명직으로 만든 공무원들을 장악하려고 한다.
우리 국민은 이런 선출권력에 기만당해왔다. 이런 선출권력을 제압하려면 국민이 깨어나야 하고 눈을 부릅뜨고 큰 목소리를 내야 한다. 오는 4월 치러지는 서울, 부산 시장 선거에서도 속지 말아야 한다. 선택을 잘못하면 국민들은 또 당할 일만 남는다.
“산들이 예루살렘을 두름과 같이 여호와께서 그의 백성을 지금부터 영원까지 두르시리로 다.” <시편 125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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