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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의 역설인가, 아니면 순리라고 해야 하나. 코로나로 전 세계 집값이 상승하고, 주가가 오르며 국제 원자재 가격 등이 요동을 친다. 이는 코로나 극복을 위한 각국의 경제 회생 조치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엄청난 유동성이 풀리면서 생겨나고 있는 현상들이다.
특히 넘쳐나는 돈이 집값을 부추기는 주원인이다. 저금리 기조 확산으로 주택담보 대출 부담이 줄어든 것도 공통된 이유 중의 하나로 지적된다. 재택근무 등으로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더 좋은 집’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를 자극한다.
반면에 사무실,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공실률과 가격 하락 속도가 가팔라 부동산 시장에도 양극화가 뚜렷하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현상은 집값 상승의 유형이 국가나 도시마다 다소 차이를 보이는 점이다.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 대도시 집값이 내려가고 오히려 주변의 위성도시가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도심에 거주해야 할 필요성이 감소함으로 인해 나타나고 있는 ‘도심 탈주(엑소더스, Exodus)’에 가속도가 붙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한국과 중국에서는 도심과 주변을 구분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오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선진국에서는 도심의 기능이 재편되고 있는 것과 다르게 투기적 수요에 더 많은 돈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는 한국과 중국 부동산 시장의 특수성에서 기인하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 현 정권 들어서 25차례나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놓았지만, 비웃기라도 하듯 시장은 정확하게 이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중국도 2010년부터 대도시에서 주택 2채 이상 구매 제한을 시행해 나오고 있으나, 풍선효과만 부풀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두 나라 모두 시장의 기능보다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시장을 통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흡사하다.
추가적인 대책들을 지속해서 발표하고 있지만, 시장의 반발만 키우는 역작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규제 일변도보다 시장의 본질을 인정하고, 시장 친화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어떠한 정책도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는 것이다. 원초적 발상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떤 대책도 무용지물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도시 패러다임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와 유사한 일상을 경험하고 있는 일본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이 재택근무의 확산으로 주 4일 근무의 도입을 본격화하는 추세다. 특히 학력이 높을수록 이를 선호하는 비중이 높다. 글로벌하게 진전되고 있던 4차 산업혁명이 난데없는 팬데믹으로 인해 뉴 노멀의 정착 일정이 더 당겨지고 있다. 우리도 점진적으로 이 같은 시류에 자연스럽게 편승할 것이 분명하다.
이는 도시 기능 재편과 분화와 필연적으로 연결된다. 뜨는 도시와 지는 도시가 등장하게 되면서 지방자치의 중요성이 커진다. 인구절벽 시대와 겹치면서 전출이 많은 도시와 전입이 많은 도시 간의 명암이 교차할 개연성이 시간이 갈수록 현실화된다. 결과적으로 사라지거나, 다른 도시에 편입되는 사례들이 나오기 시작하면 긴장감을 배가시킬 것이다. 코로나는 도시의 재창조를 재촉할 것이며, 사람·기업·자금이 들어오는 도시로 기능을 업그레이드 시키지 못하면 도시 생존 경쟁에서 도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코앞까지 성큼 다가오고 있다.
공약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현을 위한 ‘시민 기술’ 도입과 민주적 의사결정
세계는 지금 도시 진화 경쟁으로 빨려 들어간다. ‘스마트시티’ 이슈다. 누가 패스트 트랙에 먼저 올라탈 것인가 하는 경쟁이다. 선제적 경험을 통해 구축된 노하우가 향후 가속 패달을 밟을 글로벌 스마트시티 시장에서 기회를 선점할 수 있다는 점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당근이 되고 있다. 삶의 질과 관련해 꾸준하게 논의돼 온 도시 재생 시나리오가 코로나 여파로 그 기능이 확대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해석이 타당하다.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마당에 신도시 건설 같은 황당한 계획보다는 도시 재생이 훨씬 효율적인 접근 방법임이 입증되고 있기도 하다.
이웃 일본은 초 고령화에 시대에 걸맞은 노인 접근성 제고를 위한 소도시 중심으로 콤팩트(Compact, 압축) 시티가 주목받는다. 이 외에도 디지털과 거버넌스가 접목된 시민 중심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는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를 비롯해 미국의 보스턴과 시카고, 싱가포르, 핀란드의 헬싱키 등이 변신을 주도하는 도시들로 꼽힌다. 구글(Google)이 추진한 북미 최대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인 캐나다 토론토의 실패 사례는 다른 도시들에 반면교사가 되기에 충분하다. 기업·국가·시민의 공감대와 지속적 합의 창출이 성공의 척도다.
우리도 세종과 부산이 스마트시티 시범도시로 지정하고 있으나 진도가 지지부진하다. 또 선거 시즌이 되면서 4월 치러질 서울·부산 지방 선거에서 각 후보의 스마트시티 비전 제시가 눈길을 끈다. 서울의 경우 참여형, 콤팩트, 융합 기술, 생활체감형 스마트시티 등 다양한 공약이 나오고 있다. 부산은 급하게 짜깁기한 것 같은 스마트·메가시티 등 유사한 공약들이 선보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골격만 있을 뿐 구체적인 알맹이가 빠져 있다. 스마트시티라는 개념에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나마 진일보하고 있다는 평가는 줄 만하다.
다만 민감한 정치적 이슈에 함몰돼 이런 공약들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현명한 유권자라면 후보의 공약과 미래 비전에 대해 검증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도시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시민이나 지역 기업의 동참과 상의하달이 아닌 하의상달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공약(空約)으로 시민을 현혹시키거나 우롱하는 후보는 기필코 걸러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바르셀로나시가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민주주의 플랫폼인 ‘데시딤(Decidim)’은 우리가 반드시 벤치마킹해야 할 요소다. 2016년 바르셀로나 시의회에서 출범한 이 플랫폼은 도시의 스마트화를 위해 시민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정책 현안에 대해 난상 토론을 펼친다. 정부나 공공이 아닌 민간이 중심이 되는 민주적 의사결정에 도달한다. 시민과의 소통과 공공 의사결정, 정부의 서비스 제공 및 인프라 개선을 통해 시민과 정부 사이의 관계를 개선하는 기술, 즉 ‘시민 기술(Civic Technology)’이 합의의 구심점이 된다. 이를 통해 프로젝트의 우선순위가 투명하게 결정되고, 신규 창업이 생겨나면서 일자리의 창출도 가능하게 된다. 그야말로 일거양득인 셈이다.
한편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방향은 커뮤니티의 로컬화와 더불어 도시의 글로컬리제이션이다. 도시가 스마트해질수록 온·오프의 통합화와 동네 혹은 소단위 커뮤니티의 역동성이 살아난다. 도시의 디지털 기능이 고도화되는 이면에 아날로그적 감성이 저변에 깔리는 것이다. 국가와 도시의 관계도 새롭게 재정립되면서 개별 도시 단위의 글로벌화가 한층 더 활기를 띨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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