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태왕에게 항복하고 식민지가 된 왜국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전문가칼럼

성헌식의 대고구리

고구리 5만 보·기병, 왜국으로 입성해 식민지로 삼아

성헌식 필진페이지 + 입력 2021-02-27 16:55:43

호태왕비에는 영락 10년(410) 왜가 신라를 침공해오자 신라의 구원요청으로 고구리의 5만 보·기병이 출동해 왜의 본부를 정벌한 내용이 새겨져있었다. 현재까지 전해진 탁본에는 많은 글자가 깨져있어 판독이 불가능한 상태다. 유독 왜국 관련 글자들이 많이 깨진 것으로 보아 범인은 일본인일 것으로 추정된다.

호태왕비를 최초로 발견한 건 일제 관동군 정보장교 사코오 중위다. 그는 본국에 탁본을 보냈다. 이를 연구해온 일본정부가 훼손지시를 내렸을 것으로 보인다. 어떤 내용이 새겨져있었기에 그리 했던 것일까.

다행히도 일제가 훼손하기 전에 호태왕비석을 답사해 비문의 내용을 적어놓는 학자가 있었으니 바로 <환단고기>를 출간한 계연수 선생이다. 일명 ‘비문징실(碑文徵實)’이란 제목으로 제자 이유립 선생의 <대배달민족사>라는 책에 수록되어 전해지고 있다.

참고로 계연수 선생은 독립투쟁 중 일경에게 붙잡혀 재판도 없이 사지가 잘린 채 압록강에 던져진 것으로 보아 아마도 호태왕비문의 누설과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비문) 十年庚子敎遣步騎五萬往救新羅從男居城至新羅城倭滿其中官軍方至倭賊退官兵由新羅躡踵追來背急迫至任那加羅從拔城城即歸服安羅人戍兵拔新羅城鹽城倭寇大潰城大被我攻盪滅無遺倭遂以國降死者十之八九盡臣率來安羅人戍兵滿假改慮倭欲敢戰與喙己呑卓淳諸賊謀再擧官兵制先直取卓淳而左軍由淡路島到但馬右軍經難波至武藏王直渡竺斯諸賊悉自潰分爲郡國安羅人戍兵

(밑줄이 깨진 글자다)

(번역) [영락 10년(410) 경자에 보·기병 5만을 보내 신라를 구원하라는 교지를 내렸다. 남거성으로부터 신라성까지 왜인들이 그 안에 가득 차 있다가 관군이 도착하자 모든 왜적들이 퇴각했다. 관병은 신라를 따라 바짝 추격하다 급박하게 뒤로 돌아가 임나가라에 이르기까지 성을 함락시키자 이로 말미암아 곧 항복해 안라인으로 지키게 했다.

이어서 신라성과 염성을 공격하니 왜구가 크게 무너지고 성이 우리의 공격을 크게 받아 남김없이 탕멸되자 왜가 드디어 나라를 들어 항복해왔다. 죽은 자가 열에 여덟 아홉이요 남은 신하들을 데리고 오매 안라인으로 수비병을 세웠다. 왜는 겉으론 안 그런 척 하면서 마음을 바꿔먹고 감히 싸우려고 훼, 기탄, 탁순의 여러 도적들과 다시 일어나려고 모의했다. 관병이 먼저 이를 제압하고자 탁순을 아우른 후 좌군은 담로도를 거쳐 단마에 이르고 우군은 난파를 지나 무장에 이르렀을 때 왕께서 직접 배로 축사로 건너시니 모든 도적들이 죄다 스스로 무너졌다. 이를 나누어 군국으로 만들고 안라인으로 지키게 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고구리 5만 보·기병의 공격에 80~90% 궤멸된 왜가 나라를 들어 항복하니 왜 땅을 군국(식민지)으로 삼았다는 내용이다. 당시 조선을 식민지화하려고 했던 일제가 이런 고대사가 외부로 알려지면 안 된다고 판단했기에 비문 지우기를 추진했던 것이 아니겠는가.

위 영락 10년 비문의 내용은 <고구리사초략>에 “10년(400) 경자 2월, 왜가 신라에 침입했다는 보고를 듣고는 서구와 해성 등을 보내 5만병을 이끌고 가서 구원해 왜를 물러나게 했다. 임나·안라·가락 등 모두가 사신을 보내 입조했다. 남방이 모두 평정됐다”고 간략하게 기록돼있다.

위 ‘비문징실’과 <고구리사초략>의 내용이 서로 거의 일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4세기경 일본이 한반도 남부에 임나일본부를 두고 200년간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은 허구임이 여실히 증명되었다고 하겠다. 오히려 거꾸로 되어 실제로는 임나고구리부가 설치됐던 것이다.

야마토(大和) 왜를 세운 응신왕의 재위년도에 대해 여러 설이 난무하고 있다. <일본서기>에 기록된 270~320년에 가공의 역사 120년을 더하면 390~440년이 된다. 많은 학자들은 응신의 실제 퇴위연도를 440년이 아닌 400~420년 사이로 보고 있다.

여하튼 호태왕은 백제 아신왕과 사돈관계를 맺고 410년에 신라를 침공했던 응신 왜왕을 정벌해 퇴위시키고 인덕을 새로운 식민지의 왜왕으로 봉했던 것이다. 그렇게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고구리사초략>의 아래 12년과 13년 기록에서 찾을 수 있다.

성헌식 필진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