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릉 
전주 
연초부터 세계 각국이 코로나 백신 접종을 앞다투어 시작하면서 바이러스에 대한 인류의 반격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성공이냐 실패냐 하는 중요한 갈림길에 접어들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의 경우 국경 봉쇄와 격리, 사회적 거리 두기, 마스크 쓰기, 정부의 강력 대응 등 물리적 방역의 결과에 따라 국가 간의 명암이 달랐다.
일찍 매를 맞은 중국을 비롯해 대만, 호주, 뉴질랜드, 홍콩, 베트남 등이 상대적으로 방역에 성공한 국가들로 평가된다. 당연히 이들의 경제성장률도 작년 하반기 이후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K-방역의 기치를 내건 우리도 의료 종사자들의 헌신과 국민의 자발적 참여로 나름대로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비록 마이너스 성장이긴 하지만 OECD 국가 중에는 최고의 성적표를 냈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가 올해 들어서는 계속 유효할 것이라는 판단은 너무 안일하다. 더는 물리적 대응이 아닌 백신 혹은 치료라는 보다 과학적 접근에 속도에 따라 국가 간의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속속 나온다. 즉, 전방위적 ‘K자형’ 양극화는 여전히 유효하다.
지구촌 백신 접종 2개월을 훌쩍 넘어서면서 표면적으로 신규 확진자 수가 줄어들고 있는 양상이다. 2회차 접종을 포함해 접종 수가 2억 회분을 넘어서면서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나라마다 다소 차이는 보이지만 접종 시작 후 한 달 시점부터 일일 확진자 수가 줄어드는 추세다. 전 세계 확진자 수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지만, 백신 접종에 앞장선 이스라엘을 필두로 미국, 영국 등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확진율이 급감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백신 투입이 단정적인 요인이라고 섣불리 판단하기 이르지만, 백신 접종이 늦은 국가들에서 더 많은 확진자 증가세를 보이는 것을 보면 이와 무관치 않다. 백신 접종 속도에서 가장 뒤져진 국가로 분류되는 우리의 경우를 보더라도 그 연관성이 남의 일 같지 않고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이 와중에 변이 바이러스가 속출하고 있어 백신에 대한 중요성이 갈수록 더 높아지고 있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코로나 퇴치를 위한 물리적 방역은 필요조건이지만, 백신은 충분조건으로 이 둘의 결합은 필연적인 귀결이 되고 있다.
절망보다는 희망이 보이고 시작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 그러나 국가별로 집단 면역 달성 시기에 따라 경제회복의 희비가 교차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고 있어 착잡하다. 신종 변이 바이러스의 연이은 속출로 애초 국민 60〜70%에서 80% 이상 접종돼야 국가 면역 체계가 갖춰질 것으로 보여 목표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는 것도 새로운 변수다. 이는 백신의 종류와 효과와도 관련성이 있다. 영국의 시사 경제주간지 EIU 보고서에 따른 국가별 예상 시기를 보면 무려 2년이나 시차가 발생하고 있어 충격적이다. 가장 빠른 올 하반기 달성 국가는 미국이나 유럽 다수 국가에 국한돼 있으며, 한국이나 일본 등 아시아 주요국들은 내년 중반기나 돼야 가능할 것으로 분류된다. 우리 정부가 목표로 하는 연내 달성과는 6개월 정도의 시차가 있다. 중국·인도 등 대부분 중진국은 2022년 하반기, 아프리카 등 다수의 후진국은 2023년 하반기로 잡혀있어 백신 접종도 부자 국가와 가난한 국가와의 차이가 난다. EIU 전망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우리 페이스를 높여갈 필요가 있다.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K자형’ 글로벌 경제 회복의 상단 혹은 하단에 위치할지 주목돼
면역 목표 달성이 경제 활동 정상화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본다면 이제 시작하는 우리의 백신 접종 시작은 한국 경제의 회복력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는 셈이다. 방역 당국의 미숙한 대응과 정치권의 무책임으로 세계 102번째 백신 접종국이 된 것은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백신 도입과 관련한 국가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보면서 우리가 과연 세계 10위 안팎의 국력을 가진 나라인가 할 정도로 한심하기 그지없다. 가장 먼저 백신 접종을 시작해 2회 접종을 받은 인구가 50%에 달하면서 ‘그린 패스’를 발급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4월부터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장담한다. 물론 인구수가 적기는 하지만 세계의 부러움을 싸고 있기도 하다.
이제 관전 포인트는 올 하반기에 우리 경제가 K자형 글로벌 경제 회복의 상단에 속하느냐, 아니면 하단에 위치하느냐로 모인다. 냉정하게 평가하면 아직은 반반이다. 물리적 방역 체계와 백신 접종을 근간으로 전체적인 경제회복 시나리오를 전면적으로 재점검하면서 새로운 시나리오 플래닝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
주먹구구식의 비과학적 혹은 비효율적 접근으로는 곤란하다. 글로벌 경제 회복 경쟁에서 우등생이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계속 우왕좌왕하거나 요행수만을 가지고는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 팬데믹이 1년을 훌쩍 넘어서면서 방역 못지않게 먹고 사는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극에 달한다. 돈만 풀려고 안달할 것이 아니라 경제계가 안고 있는 고민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스마트한 대안이 필요하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사탕발림의 푼돈보다는 경제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실질적인 조치를 요구한다. 생산성이 전제되지 않은 무차별적 자금 살포만으로 반짝 효과에 그치고 경제를 타성에 젖게 해 회복력을 더디게 한다.
백신 투입이 시작되고 있는 만큼 큰 정부의 역할은 대폭 줄이고 민간의 활력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할 시기다.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우리 경제가 어떠한 방향성을 가지고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를 두고 경제 정책의 일대 전환과 쇄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 경제도 양극화가 심각하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살아나고 있지만, 온기가 천차만별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기업과 내수기업의 경기가 극명하게 대조적이다. 실의에 빠진 사각지대의 현장이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단기적인 비전을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글로벌 경제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동시에 노출되면서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열등생으로 전락할 수 있는 환경이다. 기저효과이긴 하지만 금년 들어 국가 간의 교역량이 증가하면서 우리 수출도 확연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GDP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70% 정도에 머물러 있는 한 한국 경제에 있어서 수출은 우리 경제의 젖줄이다.
젖줄인 수출이 살아나야 경제 전체에 피가 돈다. 그래야 서비스업종을 비롯한 내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주변 경쟁국을 살펴봐도 중국을 위시해 대만 등 중화권 국가들이 선수를 치고 나오면서 우리를 위협한다. 백신 개발 기술에서도 주요 선진국에는 5년, 중국에도 1년 이상 뒤처졌다. 코로나로 드러난 우리 경제의 민낯 혹은 약점을 정확하게 간파하고, 전반적인 국가 경쟁력 점검을 서둘러야 한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1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