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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황제’ 불의의 사고에 골프계 경악
/동료들 쾌유 기원하는 응원 물결 펼쳐
/우즈 상징 ‘검빨패션’으로 필드 수놓아
/골퍼 외 축구‧농구 선수들도 기원 동참
미국 뉴욕 주식시장에 한때 ‘타이거 우즈 효과’라는 말이 있었다. 타이거 우즈가 대회에 출전한 직후의 월요일에는 미국 다우지수가 오르고, 경기가 없던 주말 다음 월요일에는 지수가 떨어진다는 주장이었다. 물론 그의 전성기 때의 이야기이다. 이와 함께 우즈가 출전한 직후에는 골프 용품이 잘 팔리고, 출전하지 않은 경우에는 매출이 줄어든다는 말도 적지 않았다.
골프 관련 산업은 우즈가 프로에 데뷔한 이후 급성장했다. 우즈가 프로골퍼로 데뷔한 1996년 이후 골프 산업은 급속도로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 1996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대회의 평균 총상금은 25년이 지난 현재 대회당 무려 5배가량이나 커졌다. 메이저 대회가 아닌 일반 투어에서도 우승상금이 보통 한화로 13억~15억원에 이른다. 또한 골프 중계 시청률 및 광고시장, 클럽, 골프공, 의류 등 관련 용품 업계도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이것 모두 우즈의 효과라고 할 수 있다.
흑인 우즈, 최고의 별 되다
아프리카계 흑인인 우즈는 한마디로 현대 골프의 아이콘으로 꼽힐 만하다. 우즈는 골프 역사상 최고의 선수 가운데 한 명이자 특정 계층에게 한정되어있던 골프의 인기를 전 세대, 전 세계적으로 파급시킨 인물이며, 흑인으로는 처음 PGA투어에 입성했다. 미국의 서부 명문대학 스탠퍼드를 중퇴한 그는 백인 우월주의가 남아있는 마지막 스포츠인 골프에서 온갖 차별을 딛고 최고의 별이 되어 더욱 유명해졌다.
어느덧 5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된 우즈는 프로 데뷔 이래의 활약상 특히 전성기 때의 퍼포먼스는 ‘골프 역사상 유일무이한 지배자’로 평가해도 무방하다. 그래서 그에게 붙는 별명이 ‘골프 황제’다. 골프를 하지도, 전혀 좋아하지도, 또 골프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우즈의 이름과 카리스마 앞에서는 존경을 표시할 정도다. 그는 프로골퍼로서 대성했고, 지금까지도 기록을 갱신 중이었다.
우즈는 PGA투어에서 메이저 대회 15승을 포함해 총 82승을 거둬 역대 최다 우승자인 샘 스니드(2005년 작고)와 어깨를 같이 하고 있다. 우즈는 유러피언 투어 8승 등을 포함하면 전 세계 투어에서 무려 108번이나 우승한 경력을 갖고 있다. 대회 초청료와 스폰서료를 제외하고 PGA투어에서 벌인 들인 상금만 해도 무려 1억2085만달러에 이른다. 나이키 등 각종 후원사로 부터 매년 받은 돈이 연평균 1200만달러가 넘었으니 스포츠 스타 가운데 역대 최고 선수라고 할 만하다.
그는 장타력으로 필드를 장악할 수 있음을 보여 준 최초의 골퍼다. 장타를 치기 위해 피트니스에 집중하는 트랜드를 만든 것도 타이거 우즈였다. ‘필드의 악동’ 존 댈리가 ‘시즌 평균 거리 300야드’의 시대를 처음 열어젖혔지만 타이거 우즈처럼 ‘승리를 위해선 장타가 필수’라는 것을 몸소 보여준 사례는 없었다. 같은 프로골퍼들이 봐도 혀를 찰 정도로 대단한 샷을 보여줬다. 그 만큼 완벽했기에 전 세계 골프팬들은 그의 샷 하나하나에 열광했다.
멘탈 또한 매우 뛰어나서 상대를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경기 중에는 미소도 거의 보이지 않고 갤러리도 상대하지 않는 냉정함을 보였다. 시합 중에 보인 고도의 집중력과 승부욕으로 전성기 시절엔 경쟁자를 두지 않았다.
수술대에 숱하게 오르며 부활
25년간의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 우여곡절 또한 적지 않았다. 2009년 말 터진 섹스 스캔들과 그로 인한 이혼, 그리고 호쾌한 스윙으로 인해 부하가 걸린 탓에 무릎과 허리 등을 다쳐 대여섯 차례나 수술대 위에 올랐던 우즈였다. 그 때마다 투어를 중단했다가 복귀하기를 반복했다.
그러면서도 2019년 4월 ‘명인열전’ ‘꿈의 무대’라고 불리던 마스터스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려 화려한 재기를 했던 그였다. 그가 투어에 출전하면 대회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 했다. 전 세계적으로 창궐했던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그는 세 차례나 투어에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우즈의 성적은 예전만큼 좋지 않았지만 팬들은 늘 그의 화려한 어퍼컷 세리머니를 기대했다.
다음 달에 열리는 마스터스에 우즈가 출전하는 것이 기정사실화됐지만 불의의 큰 사고를 또 당하고 말았다. 2월 말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에서 제네시스 GV80을 운전하고 가다가 차량 전복사고를 당했다. 우즈는 PGA투어 제니시스 인비테이셔널을 주관하고 돌아가던 길이었다.
우즈의 자동차는 약 10m 정도를 굴렀고 특수 절단기를 동원해 차를 자르고 우즈를 구조했을 정도였다. 차량은 멀쩡했지만 우즈는 심각한 부상을 피할 수 없었다. 현지 경찰이 사고원인을 조사 중이지만 아직 사고 원인은 분명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앞으로 우즈가 무사히 필드에 복귀할 수 있을지, 그의 끝나지 않은 골프여정을 이어갈 수 있을지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이런 우즈를 두고 각계에서 격려와 응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누군가의 건강과 회복을 비는 것은 마땅히 갖게 되는 측은지심이겠지만, 그에게는 영화보다 더 파란만장했던 인생과 골프가 교통사고로 인해 예상치 못한 결말을 맞아서는 안 된다는 염원을 다같이 나누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마음을 가장 열렬하고 아름다운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우즈의 동료 선수들이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 한결같다. 우즈의 쾌유를 비는 응원 물결이 필드 위를 수놓았던 이유다.
골프 라운드에서는 같은 조 선수들끼리 같은 색상의 옷을 입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워크데이 챔피언십, PGA 푸에르토리코 오픈 그리고 LPGA 게인브리지에 이르기까지 출전 선수들은 약속이나 한듯 우즈의 트레이드 마크인 검은색 하의와 붉은색 셔츠를 입었다. 이른 바 ‘검빨 패션’을 통해서 우즈의 쾌유와 복귀를 간절히 빌었다. 우즈의 이웃이자 절친인 세계랭킹 3위 저스틴 토마스는 물론, 로리 매킬로이, 그리고 13년 만에 LPGA 복귀전을 치른 안니카 소렌스탐까지 쾌유행렬에 동참하며 감동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골프선수뿐 아니라 축구 선수인 개러스 베일, 게리 리네커와 농구 선수 출신 매직 존슨 등도 우즈의 쾌유를 기원했다. 동료 선수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통한 ‘동반자 정신’과 ‘골프황제’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한 셈이다.
우즈는 반드시 우리 앞에 설 것
오른쪽 다리뼈 여러 군데가 산산조각이 나면서 부러진 뼈가 피부를 찢고 돌출되는 ‘분쇄 개방 골절’ 등 우즈의 부상 상태는 예상보다 심각하다. 우즈가 걷게 되려면 최소 수개월이 소요될 것이며, 과거 허리 수술 이력까지 있어 다시 골프 선수로 활동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게 의사들의 의견이다.
우즈는 수차례 허리와 무릎 수술을 받아 2017년엔 ‘다시 걷기조차 어려울 수 있다’는 진단까지 받았다. 그렇지만 2018년 투어 챔피언십에서 5년여 만에 정상에 올랐고 이듬해에는 마스터스까지 우승하며 재기에 성공했던 우즈였다. 우리는 그의 복귀를 손꼽아 기다린다. 우즈의 골프인생이 그렇게 허망하게 끝날 수는 없다.
과거에도 온갖 장애를 극복했듯 이번에도 분명 재기할 것으로 믿는다. 그는 타이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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