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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이상 코로나19와 힘겹게 사투를 벌이고 있는 와중에 천박한 대한민국 자본주의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표출되면서 나라 전체가 마치 벌집을 쑤셔놓은 듯 시끄럽다.
따지고 보면 새삼스럽지도 않은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부패의 자화상이다. 3기 신도시 개발과 관련해 우후죽순처럼 터져 나오고 있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세간의 평가가 절대 지나치지 않다.
국민적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불거진 부패를 잡겠다고 정부가 서슬 퍼렇게 나오지만, 또 하나의 쇼에 그칠 것이라는 의구심을 지우기가 어렵다. 시간이 지나면 또 잊히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평정심을 찾아갈 것이라는 투기꾼들의 호언장담이 낯설지 않다. 국가 경영, 즉 거버넌스 시스템의 발본적인 전환이 뒤따르지 않으면 유사한 사건·사고가 재연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압축 성장의 과정에서 우리가 간과했던 부정과 부패들이 국민소득 3만달러의 선진국의 문턱에 진입하고서도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이는 국가의 성장 동력을 고갈시키고, 경쟁력을 뒷걸음치게 한다.
왜 이렇게 잘못돼 가는 것일까. 정의와 공정이 새삼스럽게 화두가 되고 있다는 자체가 무색할 정도다. 우리 사회의 기득권, 이기 집단의 탐욕과 비리가 독사의 비늘처럼 곳곳에서 섬광처럼 번뜩거린다. 정권의 색깔과 무관하게 광범위하게 산재해 있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심지어 두 사람의 전적 대통령을 영어(囹圄)의 몸으로 만들어놓고 출범한 촛불 정부라는 점에서 아연실색게 한다. 현 정부의 도덕성이 과거 정부보다 나쁘다는 여론이 45.2%로 더 높다는 것은 함축적으로 많은 시사점을 준다.
훗날 정확한 역사적 평가가 내려지겠지만 나아진 것은 없고, 국민의 삶은 훨씬 팍팍해지고 각박해지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기도 하다. 시스템적으로 보면 정해진 절차고, 선택의 여지가 없다. 제왕적 대통령제에다 힘의 균형에 있어 공공이 민간을 압도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국민의 처지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잣대를 들이대어 보더라도 국가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 여타 후진국의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렇게 되는 근본적 이유는 백년대계라는 국가발전 청사진이 없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힘을 휘두를 수 있는 자리에 오르면 완장을 찬 것처럼 모든 것을 한꺼번에 바꿀 수 있는 특권을 부여받는다. 특히 이들은 과거를 전면 부정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공통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국가 최고 지도자를 비롯해 공공 부문의 수장으로 앉는 자들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조직을 개편하고, 사람을 바꾸며, 신규 사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규제의 울타리를 치고 이에 더해 게임의 규칙을 바꾼다. 전임자들이 해놓은 것을 송두리째 부정해야 자리를 공고히 하며, 또 다른 먹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기다리고 있기라도 하듯 한 몫을 챙기려는 주변인들이 벌떼처럼 덤벼든다. 현 정부 들어서 원전을 폐기하고 태양광이나 풍력을 전면에 내세운다든지,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끊임없이 끄집어내어 다른 쪽으로 물꼬를 트려는 시도들이 대표적 사례들이다. 국민적 공감대에 기반한 함부로 손댈 수 없는 장기 국가발전 플랜이 없으면 부정부패와 이해충돌은 상수(常數)가 될 수밖에 없다.
본격적인 ‘인구절벽 시대’ 진입, 국가 경영(거버넌스)에 관한 국민적 공감대 구축 긴요
이번에 터진 공직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도 이의 연장선에 있다. 주택 공급에 있어서 먹을 것이 별로 없는 기존의 재개발·재건축보다는 신도시 개발을 선호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내부 정보를 활용해 이익을 선점해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검은 손길들이 흙탕물을 만든다. 이들에게 공공의 이익이나 국가의 미래를 기대하는 것이 사치이고 허영이다. 이미 만들어진 신도시들에서 도시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졸속에다 주먹구구식으로 개발되다 보니 건물만 덩그렇게 서 있고, 주민들의 불편함은 일상화된다.
공공이 하면 공정하다는 허구에 신물이 난다. 국가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곧이들리지 않는다. 선진국의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이처럼 무분별하게 개발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행정부는 국가 미래 청사진에 완고하며, 이를 훼손하려는 어떤 시도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저항한다. 선출직 권력자들의 압박에 대해 비굴하지 않다. 반면 후진적인 국가일수록 행정직들이 이들의 꼭두각시로 전락하는 것이 다반사다.
곳곳에서 파열음으로 나라 전체가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 그 후유증이 심각하다. 국민적 합의가 아닌 다수의 선출직 의석을 가졌다는 것을 핑계로 무리수를 거듭한다. 검찰 개혁을 빌미로 검찰의 기능을 무력화하고 공수처에다 중대범죄수사청까지 만들겠다고 칼을 휘두른다. LH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해서 770명의 매머드급 국가수사본부를 가동한다고 한다. 뿌리가 뽑히면 다행이겠지만 사후약방문식으로 또다시 흉내만 내고 말 것이라는 냉소적인 시선이 지배적이다. 이 정부는 뭐든지 새로운 것에만 집착한다. 낭비와 비효율성의 지적에 대해서는 아예 귀를 닫는다.
국민만 억울하고 불쌍해질 뿐이다. 국가 경영에 관한 기본적인 철학과 틀을 바꾸지 않으면 결론은 공염불에 그치고 말 것이라는 점이다. 지방 자치가 시작된 지 25년이 지났지만, 무늬만 주민 자치이고, 온갖 난개발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지방이 도리어 퇴보하고 있다는 푸념마저 나온다. 인간이나 환경친화적이 아닌 소수 이기 집단의 배를 불리기만 조장시키고 있다는 냉혹한 평가가 지나치지 않다.
지난해부터 이미 인구절벽 시대에 진입하면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주어진 환경하에서 미래 지향적인 쾌적한 삶을 위한 지혜가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주요 선진국들은 개인의 소유는 최소화하고, 공공의 소유를 확대하는 개념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이웃 일본은 오래전부터 이를 신봉하고, 국가의 정책이 신뢰를 받는다. 신도시 개발이나 그린벨트 해제를 자제한다. 최근 이기심을 억제하고 커뮤니티 전체의 이익을 중시하는 공유경제가 신바람처럼 지구촌을 들썩거린다.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천민자본주의에 대한 반작용에서 출발하고 있는 현상으로 정의와 공정이 기저에 위치한다. 반복해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인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인 김영란법의 후퇴이다.
사회에 온기가 돌지 않는다는 이유와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업종 종사자들의 반발이 원인이다. 이런 식으로 백기를 들면 건전한 사회로 가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투기와 관련한 공직자들의 비리를 없애기 위해 ‘이해충돌방지법’을 만든다고 하지만 용두사미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기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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