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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정치는 삼류고 기업은 그나마 조금 나은 이류라는 평가를 한다. 그러나 정작 국민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는 주저한다. 일부에서는 그래도 국민은 일류라는 자조적인 평가가 나오긴 한다. 과연 그럴까? 현재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정치 현실을 보면 희망이 없고, 그 정치판을 국민이 깔아줬다고 보면 일류라는 평가는 감언이설에 불과하고 잘해야 이류, 아니면 정치권과 유사한 삼류라는 평가에 대해 변명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냉정하게 평가하면 최근 수년 동안 국민의 성숙도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고 본다면 지나친 기우일까. 팬데믹 1년이 지나면서 위기 극복을 위한 지구촌 국가들의 총력 경쟁이 절정에 달한다. 국력의 경쟁이고, 총체적인 힘은 국민의 결집력에서 나온다. 현명한 국민이 많을수록 경쟁력이 배가되고, 반대의 경우는 경쟁에서 후퇴한다. 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유효한 시나리오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코로나가 우등국가 혹은 열등국가로 갈라놓을 공산이 크다는 의미다. 일류 국가, 아니면 삼류 국가가 되느냐 하는 것은 결국 국민의 몫이 되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 충격에서 벗어나는 경쟁은 복원력(Resilience)에서 판별날 것으로 보인다. 어느 국가가 복원력에서 우위를 확보할 것인가에 초점이 모인다. 세계 대부분 국가가 지난해의 부진한 경제성적표를 만회하기 위해, 국력의 낭비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누가 정상 궤도로 빠르게 복원하느냐를 두고 불꽃 튀는 레이스가 펼쳐지고 있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마이너스 1% 성장으로 비교적 선방했다. G20 국가 중 3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올해는 물론이고 심지어 내년까지 판세를 보면 확연히 다른 평가가 나온다. 올해 성장 전망치는 3.3%로 G20 국가 중 15위, 내년은 3.1%로 12위에 그칠 것이라고 OECD는 전망한다.
정부가 잇따른 장밋빛 전망을 발표하지만, 국내외 전문 예측 기관의 전망치와는 크게 차이가 있다. 미국과 중국에는 물론이고 일본에도 뒤처지는 수치이다. 상당수 국가가 ‘포스트 팬데믹 경제’에 대한 적응에 가속도를 붙이면서 경제 체질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데 한국은 오히려 거꾸로 간다. 미래 먹거리 창출에는 아예 눈을 감고 있는 사이 있는 파이마저 외부 침입자에 의해 잠식당하고 있다.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때와는 양상이 판이하다. 당시에는 미국이 죽을 쑤면서 중국이 이를 기회로 활용, 미국과의 격차를 대폭 줄였다. 글로벌 경제 회복의 견인차로 미국과 중국이 쌍두마차로 전면에서 경쟁하는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어 사뭇 다르다. 미국 경제의 부활을 알리는 청신호가 곳곳에서 켜지고 있다.
대선(大選)으로 갈라졌던 두 개의 미국이 하나로 통합되고 있다. 경제가 좋아질 기미를 보이면서 자신감이 생겨난다. 바이든 정권에 호의적이지 않던 반대 진영의 목소리도 가라앉고 있는 모양새다. 성장률 전망치도 애초 4.2%에서 6.5%로 크게 올렸다. 일자리도 생겨나고, 소비도 살아나면서 오랜 디플레에서 탈출하는 조짐까지 나타난다. 이제 인플레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모든 경제 지표에서 호황을 예고한다. 이에 따라 예상보다 빨리 맞수인 중국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중국이 적잖게 당황하고 있는 듯하다. 최소한 연말까지는 미국이 대내 문제 수습을 위해 중국에 대한 공세가 그리 세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정확하게 빗나갔다.
일류 국가 어려워도 삼류 국가 전락은 시간문제, 국민 결집 되지 않으면 불행 감수해야
하지만 중국의 대응 능력은 여전히 경쟁적이다. 안으로는 체제를 공고히 하면서 외부 세계에 대한 영향력을 늦추지 않는다. 미국의 공세에 대해선 발톱을 드러냈다가 감추기도 하면서 전통적인 강온(强溫) 전략을 병행할 것으로 예측된다. 얼마 전 끝난 양회(兩會)에서는 앞으로 10년간 칼을 가는 심정으로 중국 경제의 자립도를 높여갈 것이라고 강력한 배수의 진을 친다. 2030년까지 경제 규모에서 미국을 따라잡고, 기술에서 자력갱생하면 미국으로부터 패권을 가져오는 그것이 시간문제라는 계산을 한다.
일본이나 한국, 심지어 유럽까지도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서 미국의 의도대로 하루아침에 중국과 등을 지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 미국이나 중국 모두 향후 5년에서 10년이 양국 간의 경쟁 구도에 큰 분수령이 될 수 있음을 익히 안다. 미국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는 것, 그리고 중국이 이에 밀리지 않으려고 버티고 있는 것도 이에서 기인한다. 결과적으로 내부 국력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결집력을 높이는 쪽에 승산이 있을 것이다.
백신 접종에 속도가 나지 않은 유로존과 일본 경제는 복원력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국민 대다수가 언제 백신을 맞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는 상태다. 현재 속도(3월 25일 현재 77만 명)라면 집단 면역(항체 형성)을 달성하는데 3년 반이나 소요된다고 한다. 벌써 국가 간의 백신 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리면서 백신 확보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지경이다. 코로나의 영구 종식에 대한 회의감은 여전하지만, 현재로선 백신만큼 확실한 대안은 없다.
백신이 허물어진 신뢰를 회복하고 경제를 원상태로 돌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불투명한 백신 접종에 더해 우리 사회 내부의 갈등과 혼란은 증폭되고 있는 양상이다. 외부적으로는 한국이라는 국가의 존재감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미국·일본 등 전통적 동맹국으로부터는 눈 밖에 나고 있고, 현 정권이 공을 들인 북한과 중국으로부터는 무시당하거나 별 볼 일 없는 존재가 됐다. 백신 확보가 순조롭지 못한 것도 이러한 주변 여건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듯하다.
세상 돌아가는 형편에 눈과 귀를 닫은 채 선거에 이겨 보겠다는 진영 간의 대결이 꼴불견으로 치닫고 있다. 국가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진영 싸움에 끼어드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가진 자들로부터 세금을 더 거두어 마치 주머니 쌈짓돈처럼 퍼주지 못해 안달이다. 집값 잡겠다고 4년 내내 법석을 떨었지만, 신도시 개발과 내부 투기꾼들의 대거 등장으로 오물을 한 바가지 덮어썼다. 기업은 정치권의 냉대와 갖은 규제, 식지 않는 노사갈등으로 국내에는 우군(友軍)이 전혀 없다.
국민은 양분돼 열렬한 지지자들은 연일 자기 진영이 옳다고 목청을 높인다. 묵묵하게 열심히 살았거나 현재 사는 사람들은 세금 횡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전전긍긍한다. 국가를 받드는 삼각대가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으니 희망이나 미래를 논하는 그 자체가 허영이고 사치다. 일류 국가가 되기는 어려워도 이류 국가에서 삼류 국가로 추락하는 것은 삽시간이다. 국민이 포기하면 모두가 끝장이다. 어차피 치를 선거라면, 그리고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선택해 더 이상의 국가 추락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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