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부흥운동’ 용어의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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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부흥운동’ 용어의 아쉬움

‘백제 수복운동’으로 고쳐 불러야

정재수 필진페이지 + 입력 2021-03-31 09:07:35

백제 멸망 이후 서기 660~663년까지 3년에 걸쳐 영토와 주권을 되찾으려는 일련의 군사활동을 흔히 ‘백제 부흥운동’이라고 칭한다. 그런데 ‘부흥’ 하면 3공화국 시절의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으로 집약되는 ‘경제부흥’이나 교회에서 신도수를 집중해서 늘릴 때 쓰는 ‘부흥성회’가 연상돼 과연 부흥이 역사용어로 적절한 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백제 멸망 당시의 상황

백제 멸망 당시의 상황을 살펴보면 나당연합군이 장악한 지역은 사비도성(현 충남 부여)과 이 일대, 그리고 웅진성(현 충남 공주) 정도이다. 대다수 지역은 나당연합군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백제의 영토이다. 또한 나당연합군이 포로로 잡은 인원은 의자왕과 왕실가족 그리고 사비도성에 거주한 성민과 사비도성을 지키기 위해 동원된 인근의 군사 정도이다.

대다수 백성과 군사는 나당연합군과 지배력에서 벗어나 있다. 따라서 영토와 백성을 고려하면 백제멸망은 일부에 한정된다 할 수 있다. 다만 고대 왕조국가의 핵심 축인 왕과 도성이 적의 수중에 넘어갔으니 멸망의 표현이 지나친 것은 아니다.

수복운동의 적절성

부흥과 비슷한 단어로 회복과 수복이 있다. 엄밀히 따지면 세 단어는 조금씩 차이가 난다. ‘부흥(復興)’은 쇠퇴한 것이 다시 일어나는 것이며 ‘회복(回復)’은 원래 상태로 돌이키거나 원래 상태를 되찾는 것이고, ‘수복(收復)’은 잃었던 땅이나 권리 따위를 되찾는 것을 말한다.

부흥의 용어가 언제부터 어떤 사유와 근거로 사용하게 됐는지 알 수 없으나 결코 적절한 역사용어는 아니다. 부흥은 말 그대로 쇠잔해진 상태에서 다시 일어나는 것으로 상태가 아예 없어진 멸망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회복운동’의 용어도 일부 사용하나 회복은 상태의 호전을 말하니 이 또한 어색하다. 이에 반해 수복은 상태와 무관한 유무형의 모든 것을 다시 되찾는 것이니 적절하다고 할 수 있어 필자는 ‘수복운동’ 사용을 적극 권장한다.

특히 단재 신채호는 ‘옛 땅을 되찾는다’의 뜻을 가진 고구려어 ‘다물(多勿)’을 썼다. 다물은 영토 수복의 의미가 강하다.

▲ 1950년 9월 28일 서울 수복 당시 중앙청에 태극기를 게양하는 국군 모습. [사진=구글이미지]

마찬가지로 우리가 흔히 쓰는 신라의 ‘삼국통일’도 결코 적절한 용어는 아니다. 원래 ‘통일’은 하나가 여러 개로 분열됐다가 다시 하나로 뭉치는 것을 말한다. 고대 한반도는 처음부터 신라 하나로 출발한 것이 아니다. 신라는 삼국을 하나로 뭉친 통합의 주체일 뿐이다. ‘삼국통일’보다는 ‘삼국통합’이 적절하다 할 수 있다. 다만 꼭 통일이란 단어를 써야한다면 삼국 성립이전의 한반도 중심세력인 삼한이 명시된 ‘신라의 삼한통일’이 좋을듯 싶다.

역사 해석에 있어 용어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 용어 하나가 발생사건의 역사과정을 모두 함축하기 때문이다. 근현대사의 역사용어는 적잖이 조정·변경됐다. 을사보호조약을 을사늑약으로, 8.15해방을 8.15광복으로, 4.19의거를 4.19혁명 등으로 바꾼 것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고대사의 역사용어 적절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관심 밖이어서 참으로 아쉽다. 이제는 바꿔야 할 것은 과감히 바꿔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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