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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씨는 판매직원이 ‘공공기관이 망하지 않는 한 안전한 상품’ 등의 내용이 포함된 개인적으로 정리한 상품안내 자료(SMS 발송)를 활용해 유선으로 투자를 권유하자 옵티머스펀드에 가입했다.
# B씨는 주택구입 목적 자금을 CMA로 운용하던 중 판매직원이 수익률 2.8%로 거의 확정적이고 단기간(6개월) 운용할 수 있는 안전한 상품이라고 설명해 옵티머스펀드에 가입했다.
금융감독원(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5일 NH투자증권(NH증권)이 판매한 옵티머스펀드 관련 분쟁조정 신청 2건에 대해 민법 제109조에 따른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이에 따라 분조위는 NH증권에 판매계약을 취소하고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하도록 권고했다. 지난해 7월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에 이어 사상 두 번째 전액 배상 결정이다.
옵티머스펀드가 계약체결 시점에 공공기관 발주 공사(용역) 관련 확정매출채권을 펀드자산으로 투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NH증권이 투자제안서 등을 통해 상기 확정매출채권에 95% 이상 투자한다고 신청인에게 설명한 점을 분조위는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서 착오를 유발한 것으로 인정했다.
아울러 분조위는 투자자에게 중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일반투자자인 신청인이 공공기관 확정매출채권 투자 가능 여부까지 주의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고 판매사도 신청인과 동일한 착오에 빠져 있었다고 주장하는 점 등을 고려해서다. 이에 따라 분조위는 판매계약의 상대방인 판매사가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토록 결정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조정이 성립되면 나머지 투자자에 대해서는 분조위 결정내용에 따라 조속히 자율조정이 진행되도록 할 계획이다”며 “원만하게 이뤄질 경우 약 3000억원(일반투자자 기준)의 투자원금이 반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NH증권 관계자는 “분조위의 조정안 결정을 존중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 최선의 방안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35개 펀드 환매연기… 개인 884좌 등 다수 피해 발생
금감원에 따르면 NH증권이 판매한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모펀드 35개가 환매연기돼 개인 884좌, 법인 168좌 등 다수의 투자피해자가 발생했다. 지난달 26일까지 NH증권의 분쟁조정 신청은 326건이었다.
금감원은 NH증권과 옵티머스운용에 대한 검사결과 등으로 사실관계가 확인됨에 따라 신속하게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분쟁조정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공기관 확정매출채권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손해액 확정전이라도 가능한 민법 제109조상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로 분쟁조정하는 것을 추진한다”며 “한편 불완전판매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분쟁조정하는 것은 펀드 환매연기로 손해액이 확정되지 않았고 관련된 기관들의 책임소재도 아직 규명되지 않아 현 시점에서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금감원은 공공기관 확정매출채권 투자가능 여부에 대한 사실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옵티머스운용이 작성한 ‘투자제안서’와 NH증권이 직원 교육용으로 제작한 ‘상품숙지자료’ 등에는 펀드의 투자대상이 허위·부실 기재됐고 NH증권은 이 자료를 그대로 투자자에게 제공하거나 설명했다.
제안서에는 투자포트폴리오의 95% 이상을 정부 산하기관 또는 공공기관 발주 공사 등의 확정매출채권(만기 6~9개월)에 투자한다고 했다. 하지만 금감원 검사결과 공공기관 확정매출채권에 투자한 적이 없었고 편입 자산 대부분(98%)을 비상장기업이 발행한 사모사채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기관 확정매출채권을 만기 6개월 또는 9개월 이상으로 운용하는 펀드의 주요 자산으로 편입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성공사대금이 관련 법규에 따라 5일 이내 지급돼 양도할 이유가 없는데다 이러한 채권을 양수받는 구조의 펀드는 존재한 적이 없다는 게 자산운용사들의 한결같은 답변이다.
“사후정산 방식에 따른 다자배상이 가능할지는 의문”
금감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달 26일 기준 분쟁조정 신청은 326건인데 이 중 2건을 선정한 배경에 대해선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의 경위가 가장 드러날 수 있는 사례들 위주로 선정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라임 무역금융펀드와 달리 전문투자자를 분쟁조정 대상으로 포함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투자자의 중과실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됐다고 전했다. 라임펀드와 달리 옵티머스펀드의 부실 여부는 전문투자자들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자의 직업, 학벌 등 일반적 주의 요구를 조금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선 어느 정도 중과실이 인정되는 판례들이 있다. 전문투자자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주의 의무와 다르다”며 “무역금융펀드는 라임무역금융펀드가 기존에 네 개의 무역금융펀드를 합쳐서 하나의 모펀드로 작동을 했다. 투자자가 2차 구조화를 통해서 모펀드로 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NH증권이 분조위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소송으로 가면 피해자들의 배상은 미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NH증권이 요구하는 다자배상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투자자들이 그 안에 동의할지 의문이다”며 “분조위에서는 NH증권뿐만 아니라 투자자도 고려해야 되는데 계약 취소 결정이 가장 나은 걸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사실 투자자들의 상당수는 계약 취소를 요구하고 어떤 분들은 다자배상을 원하는 등 다양한 분쟁 조정 요청이 있었다”며 “다자배상이 가능하려면 사후배상 방식이 들어와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하나은행과 예탁원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들이 동의하는 사후정산 방식에 따른 분쟁조정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번 착오 취소 결정으로 투자자 책임이 소멸되는 선례를 남긴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앞으로 그런 상품이 다시 나온다면 착오 취소 결정이 재차 내려지겠지만 이제는 사모펀드 제도 개선도 이뤄졌다”며 “투자자들이나 판매사나 자산운용사, 사무관리회사 등도 이번 계기로 상품을 제대로 판매한다면 지금과 같은 착오 취소는 없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파국에는 투자자의 자기 책임 원칙은 명백하게 지켜질 것이고 분조위도 그런 부분을 굉장히 비중있게 다룰 것이다”고 덧붙였다.
[윤승준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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