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 향한 서울시의회 의장의 ‘어깃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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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의장, 공무원들에 ‘조직 안정’ 압박 메일
“삼권분립에 어긋날 수 있다”는 우려 제기
與 오만·독선 민주당 참패 이유 직시해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4-12 00:02:01

올해는 민선 지방자치 부활 30주년 해이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다수 단체장들의 위민행정 실천과 함께 지방의원들이 입법 활동, 예산 심의, 행정사무 감사 등에 힘써 위상을 확보했다. 그러나 아직도 회의감이 들곤 한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에서 일부 지방의원들이 연루됐듯 부도덕한 모습을 적잖게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가 분노와 자괴의 동의어가 돼선 안 된다는 절박감을 갖게 하고 있다.

그 현실을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인호 의장으로 대표되는 서울시의회가 잘 보여주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의 후보 시절부터 대립각을 세워왔던 김인호 의장이 4·7 재·보궐선거 직후 서울시 전체 공무원들에게 ‘존경하는 서울시 공무원 여러분, 마음 깊이 담아둔 애정과 격려를 담아 이렇게 인사드린다’는 내용으로 시작하는 메일을 보낸 게 알려졌다. 한데 의례적인 인사가 아니다. 시 의장의 권한과 책무를 넘어선 월권 행위적 내용이어서 비판 여론이 높게 일고 있다.

김 의장은 오 시장의 임기가 1년3개월이기에 시민들이 기대하는 바대로 큰 성과나 급작스러운 변화보다는 안정적인 시정 운영과 민생 회복을 향한 노력일 것이라고 전제, “서울의 기존 사업들이 흔들림 없이 일관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집행부는 과도한 인사 단행이나 조직 개편보다 조직 안정성에 방점을 두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시 공무원들이 공직자로서 균형 감각을 잃지 않고 맡아온 업무를 차질 없이 추진해 주길 당부한다며 ‘진정성 있는 정책’이라면 시의회가 협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집행부도 적극적 소통과 교류 자세를 보여 달라고 밝혔다.

이는 새 시장 체제에서 새로운 정책을 시도하기보다 임기가 한시적이니 ‘가만히 있으라’는 메시지로 풀이될 수 있다. 명백한 압박이다. 지방의회가 공무원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삼권분립에 어긋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니 “민주당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어깃장을 놓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다.

더욱이 선거를 10여 일 앞둔 지난달 25일 김 의장을 비롯해 11명의 민주당 소속 3선 시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오 후보는 실패한 시장이다. 오 전 시장은 10년 전 무상급식 전면 도입에 반대해 스스로 시장직을 내팽개쳤다”며 후보직 사퇴를 요구했던 터라 메시지의 진의에 의문점이 더해진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의장의 ‘안티 오세훈’은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 오 시장이 줄곧 비판해 온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에 대해 김 의장은 혼란만 초래된다며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 시장이 출근 첫날 여대야소인 시의회를 찾아 ‘협치’를 요청했지만 하루 만에 현안에 대해 반대의견이 나오면서 시의회와 시장의 힘겨루기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김 의장은 오 시장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인 한강변 아파트 35층 제한 폐지에 대해서도 시장 전결로 풀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현재 서울시의회 의원 109명 중 101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25개 자치구청장 중 서초구를 제외한 24곳이 민주당 소속이란 점도 오 시장에겐 불리한 지점이다. 김 의장을 비롯한 서울시의원들은 이번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참패한 원인을 직시해야 한다. 문재인정부의 오만과 독선, 불공정과 정책 실패에 대한 분노가 고스란히 선거 결과로 이어진 게 아닌가.

김인호 의장과 의원들은 ‘1년여 시한부 시장’ 운운하지 말고 시민과 수도 서울을 위해 정당을 초월해 신임시장과 멋진 ‘협치’의 모범을 보여주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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