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로 보는 상권|빌딩|재건축 뉴스

뒤로 리스트 인쇄
news only email오류보내기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

홍찬식의 청담유감(有感)

안창호와 문재인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4-14 09:24:00

 
▲홍찬식 칼럼니스트(전 동아일보 수석논설위원)
/여당의 보궐선거 참패는 문재인 리더십의 실패
/성난 민심 파도에 또 현실 외면한 대통령 사과
/안창호 선생의 ‘민생’ ‘통합’ 리더십과는 정반대
/지도자 바뀌면 구성원 확 달라지는 모범 사례들
/중대한 시점에 미래 한국 이끌 지도자가 그립다
 
지난주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끝나고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서울과 부산 전체에서 파란 색을 싹 지워버린 집권 여당의 참패는 현 정권이 맞닥뜨린 최대 위기를 상징한다. 지도자의 리더십은 민심의 거센 분노가 자신을 향해 덮쳤을 때 맨몸으로 드러나는 법이다.
 
‘국정의 대전환’ 같은 근본적 변화를 혹시나 하고 기대했으나 새로운 건 없었다. 입장 발표는 대통령 본인이 아닌 대변인을 통해 이뤄졌다. 사과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내용은 단 두 줄짜리 메시지였다. 그 안에 포함된 ‘부동산 부패 청산’이라는 구절은 듣기 거북했다.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끝까지 인정하지 않으려는 오기로 비치기 때문이다.
 
최고지도자가 갖춰야 할 리더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책임감과 현실 파악 능력이다. 이런 자질이 있어야 어떤 상황이 닥쳐도 나라를 이끌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잘못 인정에 극히 인색하고, 경제나 방역 등에 위기가 닥쳤을 때 대중 앞에서 ‘희망사항’만을 되뇌는 ‘현실 도피’ 형 리더십을 보인다. 이런 스타일이 누적된 결과가 이번 선거 참패다. 결국 문재인 리더십의 실패다.
 
지난 일요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102주년 기념식에서 벌어진 광복회장에 대한 ‘응징’이 화제가 됐다. 현 광복회장의 치졸한 행적은 입에 담을 가치조차 느끼지 않지만 이날 해프닝은 우연치 않게 임시정부의 주역인 도산 안창호 선생을 떠올리게 했다. 그의 리더십은 우리 근현대사에서 단연 두드러진다. 특히 훌륭한 지도자를 만날 때 구성원들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모범 사례다.
 
안창호는 24세 때인 1902년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했다. 어느 날 길을 가다가 한인 동포 2명이 상투를 마주 잡고 거칠게 싸움을 하는 장면을 마주친다. 미국인들은 옆에서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구경을 하고 있었다. 안창호는 달려가 싸움을 뜯어 말리고 사연을 물었다.
 
두 사람은 서로 자기 구역을 침범했다고 화살을 돌렸다. 미주 한인사회의 시작에 대해 1903년 하와이 농장 이민을 꼽지만 그 이전에 캘리포니아 쪽에 먼저 와 있던 동포들이 있었다. 중국인들을 상대로 인삼을 파는 행상들이었다. 이날 싸움을 벌인 사람들은 지역을 나눠 장사를 하고 있었는데 약속 위반이 계속되면서 이판사판 멱살잡이가 벌어진 것이다. 이날 일은 안창호의 인생항로를 바꿔놓았다. 당초 목표였던 학업을 포기하고 민족운동에 뛰어든 것이다.
 
이후 안창호의 활약상은 감동적인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그는 동포들이 어떻게 사는지 파악하기 위해 한인들의 거처를 일일이 방문했다. 다들 어렵게 사는 탓에 안팎이 불결하고 불쾌한 냄새가 나는가 하면 때때로 고성이 터져 나왔다. 참다못한 주변의 서양 사람들은 슬그머니 이사를 떠났다.
 
당시 조선은 망국(亡國)의 직전이었고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이 없는 것과 다름없었다. 안창호는 “이러니 미국 사람들이 우리를 독립 국민의 자격이 없다고 보는 것”이라고 자책하며 직접 청소에 나섰다. 매일 동포들의 집을 찾아가 빗자루로 쓸고 걸레로 닦고 창문에는 커튼도 달았다. 다른 미국인 집처럼 문 앞에는 화분도 갖다 놓았다. 목표는 ‘서양인보다 더 깨끗하게’였다.
 
안창호는 아울러 인삼 판매 구역을 공평하게 나누고 1개월 씩 번갈아가며 영업을 하도록 해 동포들을 단합시켰다. 한인들의 노동력을 통합 공급하는 조직을 만들어 외부 주문을 받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결성된 ‘대한인국민회’는 훗날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최대 후원자가 된다. 중국 상하이에 있던 임시정부 청사도 국민회가 보내준 2만5000달러로 구입한 것이었다.
 
19세기 말 한국을 네 차례 여행했던 영국의 지리학자 이사벨라 비숍은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1898)에서 조선의 한국인과 만주의 한국인들이 보이는 차이점에 주목했다. 조선에서는 비참한 가난 속에서 노예처럼 살아가는 반면, 연해주로 이주한 한국인들은 경제적으로 번영하는 정반대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같은 민족인데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지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비숍이 내린 결론은 조선 정부와 지도자의 실패였다. 조선의 한국인이 가난한 것은 부패하고 무능한 정부 때문이었다. 이 족쇄에서 풀려난 한국인들은 이전의 노예근성을 버리고 독립심과 주체성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는 한국인들이 좋은 지도자를 만나면 길이 행복하고 번영할 민족임에 틀림없다고 축복했다. 안창호가 이끈 미주 한인사회도 같은 사례임이 분명하다.
 
안창호의 리더십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현장’ ‘솔선수범’ ‘민생’ ‘통합’이다. 그는 동포들의 생활 현장에 뛰어 들어 민생을 보살폈다. 모래알 같던 한인 사회의 분열을 극복하고 뭉치게 만들었다. 동포들이 부당한 소송을 당하거나 외국인들의 업신여김을 받을 때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맞섰다. 그러나 잘못이 우리 편에 있다고 판단될 때는 바로 물러섰다. 외국인들과 경쟁해 살아남으려면 민족의 위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가 출범 초 당면했던 시대정신도 국민 통합이었다. 양극화 속에서 민생 회복도 절실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4년에 ‘민생’ ‘솔선수범’ ‘통합’이 실종되어 버린 것은 이제 긴 설명이 필요치 않다. 대신에 정확히 반대 방향인 ‘이념’ ‘남의 탓’ ‘편 가르기’로 치달렸다.
 
안창호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하나 더 소개하고 싶다. 당시 샌프란시스코에서 부동산업을 하는 미국인이 한국인들에게도 세를 주고 있었는데 어느 날 한국인 세입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당신들한테 위대한 지도자가 왔소?”라고. 세입자가 뭘 보고 그런 말을 하냐고 되물었더니 “당신네 생활이 크게 달라졌소. 위대한 지도자 없이는 이렇게 될 수가 없소”라고 칭찬했다고 한다.
 
일제 말기에는 일본이 가장 경계한 지도자가 안창호였다. 안창호가 말년에 거처로 삼은 평양 송태산장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자 일제는 그가 민족 단결의 구심점이 될까 두려워했다. 우리 주변 강대국에 맞서는 방법이 여럿 있겠지만 역시 가장 큰 무기는 내부 통합과 결속임을 보여준다. 사실 문재인을 안창호의 비교대상으로 삼는 게 안창호 선생에게 송구스럽긴 하다. 그래도 무례하게 안창호를 소환한 것은 미래 한국을 이끌 지도자 복(福)이 못내 아쉬운 탓이다.
 

  • 좋아요
    1

  • 감동이예요
    1

  • 후속기사원해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

<저작권자 ⓒ스카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기업 집단에서 금융사 중 유일하게 신규대기업 집단에 오른 현대해상화재보험의 '정몽윤' 회장이 사는 동네의 명사들
권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기병
롯데관광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뒤로 리스트 인쇄
email오류보내기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독자의견 총 0건의 댓글이 있습니다.
등록하기

스카이 사람들

more
“전통음악에 현대식 어법 입혀 상생의 길 모색하죠”
전통음악 배우고자 한 현대음악 작곡가들, 두 가...

미세먼지 (2021-02-26 15:00 기준)

  • 서울
  •  
(양호 : 38)
  • 부산
  •  
(최고 : 15)
  • 대구
  •  
(좋음 : 21)
  • 인천
  •  
(좋음 : 26)
  • 광주
  •  
(좋음 : 29)
  • 대전
  •  
(보통 : 46)